조촐한 식단공개, 다이빙 잡담

2013.04.16 22:22

벚꽃동산 조회 수:3875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언제쯤 식단공개를 했나 싶어 지난글을 살펴보니 1월경 신년맞이 식단공개를 한 뒤 처음 쓰는 글이네요. 

중간에 여행후기 겸 다이빙 찬양글을 올리긴 했습니다만, 한동안 서울을 오래 떠나 있느라 음식 사진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언제 봄이 오려나 싶을만큼 아직 춥지만, 지금보다 훨씬 추웠던 계절에 먹었던 아침인가 봅니다.



비지찌개는 쌀쌀할 때 생각나는 음식이니까요. 

김치랑 돼지고기 듬뿍 넣고, 청양고추 썰어서 칼칼하게 끓였습니다. 





흰쌀밥에 비지찌개. 갈치구이, 조미김. 

반찬은 무나물, 시금치 나물, 콩나물 무침이네요. 

아마 비빔밥 해먹는다고 나물 몇가지 했던 것 같은데 비빔밥 사진은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올리면서도 침 고이네요. 





멍청하게 나온 사진이지만 장어구이. 

설에 집에 내려갔다 장어를 좀 얻어와서 덮밥 해먹으려고 만들었지요. 

장어는 초벌과 재벌을 거쳐 충분히 익혀준 뒤에 양념을 넣고 졸여야 타지 않아요. 

고추장에 매실액 넣어서 살짝 달게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간만에 만들어 본 피클. 

오이피클은 되도록 떨어지지 않게 중간중간 만들어 먹는 편인데 어느 식당에 갔더니 양배추 피클이 기가 막히게 맛있어서 따라 만들어 봤습니다. 

오이피클 보다 조금 덜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게 포인트. 

하지만 아직까지 궁극의 촛물 비율은 찾아내지 못했어요. 달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새콤하고 은근한 맛이 있는 그런 촛물 비율을 아시는 분 있을까요?





아, 정월 대보름이 있었군요. 

동생들도 떠나고 혼자 밥 해먹는 처지(?)가 되었지만 보름은 보름이니까! 간만에 소매 걷어 부치고 나물 여덟가지 만들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만들어서 이틀동안 나물 비빔밥만 먹었었네요.





그리고 간만에 손님 초대. 

손님의 요구대로 메뉴는 샤브샤브. 



버섯이랑 숙주나물, 청경채 등 채소 준비하고 냉동실에 있던 소고기를 꺼냈습니다. 

육수는 간단히 무랑 다시마로만 냈고요.



다들 잘 먹어줘서 흡족했던 저녁. 

나중에 끓여 먹은 김치 칼국수가 정말 맛있었는데 사진이 없네요.



그리고 2차는 와인. 

안주는 연어회에 단감 카프레제예요. 



단감 카프레제는 듀게에서 얻은 팁인데, 

어떤 분께서 와인 안주로 어울릴만한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글을 쓰셨고 거기에 단감으로 카프레제를 만들면 맛있다는 댓글이 달렸길래 한 번 따라해봤습니다.

사실 하면서도 반신반의, 이게 맛이 있을까 싶었는데 와! 토마토로 만드는 것 보다 훨씬 맛있었어요. 따로 소스를 올리지 않아도 훌륭한 맛.

그리고 겨울엔 토마토가 단감보다 훨씬 비싸니까 동절기 카프레제는 앞으로 무조건 단감으로!

닉네임은 기억나지 않지만 강과 같은 팁을 주신 듀게에 모님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겨울이 가기 전에 만들지 않으면 섭섭한,



만두.

소로 들어갈 재료는 깨끗히 씻어서 다지고 두부는 있는 힘껏 짜서 물기를 빼줍니다. 



묵은지도 꺼내고 돼지고기도 사왔지요.


사실 저번에 제주서 만두 스승님을 만나 만두피 빚는 방법을 배우긴 배웠는데.. 혼자 하다가 괜히 망할 것 같아서 이번엔 시판 만두피로 만들었습니다. 

스승님 못난 제자를 용서하세요;_;






빚다보니 소를 다 써버려서 남은 만두피를 없애기 위해 급조한 납작만두소. 

부추랑 삶은 당면만 넣어주면 된다길래 얼른 만들었죠.



그렇게 친구랑 둘이서 빚은 겨우내 양식. 

백개 조금 넘게 나온 것 같네요.



다 빚은 만두는 살짝 데쳐서 모두 냉동실에 넣어 줍니다. 



노동이 끝났으니 이제는 먹어야할 때!

데칠 때 터진 만두만 골라서 담아주고, 



저녁은 즉석 떡볶이로. 

얼마전 지인의 제보로 알게 된 홍대의 모 즉석 떡볶이가 너무 맛있어서 포장까지 해와 빚은만두랑 같이 먹었습니다. 





다음날은 부산오뎅 넣고 떡만두국. 



봄기운이 느껴지길래 차려본 아침상. 



엄마가 쑥이랑 달래를 보냈길래 조개 넣고 쑥국 끓이고요, 달래 넣어 된장찌개도 했습니다. 

나물 몇가지에 계란찜, 김치, 구운김이 전부인 아침.



남은 표고버섯 넣어서 포슬포슬하게 만든 계란찜.



시골 달래라 그런지 향이 좋았어요.



시금치 나물, 취나물, 콩나물 무침, 취나물 되겠습니다. 





만두빚기에 노동력을 제공한 친구에게 아침도 차려주고 별건 아니지만 감사의 표시로 후식도 줬지요. 

집에서 만든 요거트에 딸기랑 바나나 넣고 키위잼 올려 줬더니 세 그릇을 먹더군요....



그건 그렇고, 저번 제주여행 때 다이빙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뒤 보름이나 머물면서 물질만 하고 올라왔는데도 다이빙 생각이 떨쳐지질 않아 또 한번 바다에 다녀왔습니다. 

(네 음식사진은 이게 끝이예요)

저번에 보름간 머물면서 오픈워터 과정을 수료한 뒤 일정을 늘이는 동안 알음알음 어드밴스 과정을 배웠는데 반 정도는 못하고 올라왔죠. 

올라온지 일주일만에 다시 짐을 싸면서 그래 어드밴스까지만!!! 진짜 어드밴스까지만 하고 오는거야!! 저번에 어드밴스 과정 하다 말았으니까 그것만 끝나면 오는거야!! 라고 다짐을 했었죠. 

원래 2박 3일이면 끝나는 어드밴스 과정을 보름만에 끝내고 돌아온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말입니다. 





저번에도 썼었지만 다이빙이 좋았던 것은 화려한 물속 세상의 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물 속에서 호흡하는 그 순간이 아늑했기 때문입니다. 

교육을 받고 스킬을 연습하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수면 아래서 파도위로 쏟아지는 햇살을 바라볼 때, 그 때 들리는 호흡소리는 정말이지 마음을 평화롭게 해줘요.

이번엔 처음으로 강사님의 하우징을 빌려 영상을 스스로 찍어봤는데, 스스로 다른 장비를 컨트롤 할 수 있을만큼 많이 여유로워졌다는 칭찬 대신 주는 상이라고 하셔서 무척 기뻤지요. 

이 날은 하늘이 맑기만 해서 구름이 비치질 않는데 수면위에 뭉게구름이 떠 있는것도 꽤 아름다워요. 

수심은 5M정도. 



그리고 많은 연습 끝에 자세도 차츰 좋아지고 있습니다. 

처음 물에 들어가면 해마처럼 머리는 위로 뜨고 하체는 가라앉아서 서서 다니는 자세가 되는데 수많은 연습을 거치면 머리에서 무릎까지는 一자가 되고 무릎에서 발목까지만 들리는 자세로 유영할 수 있지요. 

저도 아직 완벽한 자세는 멀었지만 그래도 자랑 한 번.  



언제쯤 허벅지가 뜨지 않고 완벽한 일자가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건 블루존에서 안전정지 할 때 찍은 강사님들 사진. 요런 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역시 저번글에도 썼지만, 수심이 깊어지면 수면에서부터 바닥까지 아무것도 없는 우주같은 공간이 펼쳐지는데 그걸 블루존이라 부릅니다. 

처음엔 그 무의 공간이 어찌나 두려운지, 블루존에서 하잠하는 2-3분이 한시간도 넘는것처럼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안전정지 할 때가 기다려질만큼 그 무한의 공간이 편안해졌답니다:^)

참고로 저같은 펀 다이버, 특히나 교육생은 당연히 무감압한계 다이빙을 합니다만 혹시 모를 위험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 딥다이빙 뒤엔 5M 수심에서 2-3분간 안전정지를 하고 올라옵니다. 

압축된 공기를 마신 뒤 혈액 내 질소기포가 확장되서 감압병이 오는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죠. 



아, 그리고 이 날은 일출 다이빙을 갔었네요. 



동이 막 터오를 무렵 세수도 겨우 하고 장비를 꺼냅니다. 

다이빙은 다 좋은데 챙겨할 장비가 너무 많고 무지막지하게 무거운게 탈이라면 탈이죠. 

공기 탱크 충전하고 부력조절기를 끼운 뒤 호흡기 연결하고 수트로 갈아 입고 오리발과 마스크를 챙겨 보트에 오릅니다. 

이 날은 특별히 테크니컬 다이빙 하시는 강사님들을 만나 강사님 네 분에 교육생 한 명, 딱봐도 인건비 안맞는 공주 다이빙을 했습니다. 


보트에서 롤백(뒤로 입수하는 자세)으로 입수, 강사님들과 하잠 사인을 주고 받은 뒤 블루존으로 들어 갑니다. 

내이의 압력이 느껴질때마다 이퀄라이징을 해주고 5M,10M,15M.. 점점 내려가다 보니 바닥이 보이고 최대 수심은 28M정도. 

눈 앞에는 말 그대로 수천의 물고기가 이리저리 흩어져 다닙니다.  



이건 강사님이 찍은 동영상. 


평지를 지나면 수중 아치가 나오고 그 아치 사이를 건너면 거대한 협곡이 펼쳐집니다. 

중간중간 맨드라미 산호와 백송이 보이고 감태로 빽빽한 숲을 지납니다. 

왼쪽에 여를 끼고 유영하다 바위틈을 보면 거기에 랍스타 가족이 살고 있지요. 

이 날 랍스타 가족 세마리를 봤는데 어찌나 경계를 하는지. 





그리고 이건 제가 연안에서 찍은 매우 멍청한 영상. 

아무래도 수전증이 있나봐요..

유영하다 보니 엄청 큰 돌돔이 있길리 따라갔는데 중간에 놓쳤습니다. 


보름동안 수색 다이빙도 하고, 촬영 기법도 배우고, 다른 교육생들은 상상도 못할만큼 보트 다이빙을 나가고 하면서 누적 다이빙 횟수 43회에 빛나는 다이버가 되었지요. 

나중에는 강사님들 따라 부위 묶으러 작업도 가고 포인트 찾는다고 강사님과 버디로 들어가기도 하고, 아 쓰다보니 눈물 날 것 같아요. 


어쨌든 보름간의 다이빙 일정을 모두 끝내고 어드밴스 라이센스 수료식날. 


오픈워터 라이센스 수료식날에는 수경에다 폭탄주 섞어서 계속 원샷으로 마셨는데 이 날은 참 많이 봐주셨네요. 

참고로 소맥이고 무조건 원샷입니다..



꿈만 같던 제주에서의 봄날은 지나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다시 건강히 생활해야겠지만 아직 물속이 그리운 건 사실입니다. 

다음 식단 공개 때는 부디 또 다이빙 하고 왔어요! 라고 쓰지 않고 다이어트 중이라는 글을 쓰고 싶네요. 



종종 인사드릴게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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