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의 `구토`

2010.08.22 00:21

말린해삼 조회 수:2650

자취를 합니다.

쓰레기 버리려고 잠깐 나갔더니 누군가 이사하면서 책 몇몇권을 묶어놓고 버리고 갔습니다.

그래서 뭐뭐 있나 보니까... 잡지 몇권들이랑 책들 있었는데 그 중에 사르트르의 `구토`가 있어서 갖고 와서 읽고 있습니다.

 

요즘들어 거의 집 밖에 안나가고 사람들을 안 만나다 보니(연락도 안하고),

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더군요.

 

-나는 혼자, 완전히 혼자 살고 있다. 절대로 아무에게나 말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받지 않고,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저 청년들이 놀랍다. 그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말끔하고 그럴싸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들이 만약 어저께 한 일에 대해서 질문을 받더라도 그들은 당황하지 않고, 짧은 말로 우리에게 알려 줄 것이다. 내가 그들이라면, 나는 우물쭈물할 것이다. 오래 전부터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이 혼자 살고 있을 때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조차도 모른다. 참다운 것도 친구들이 없어짐과 동시에 사라져 버린다. 고독한 사람은 사건에 대해서도 무심하다. 사람들이 훌쩍 나타나서는 지껄이다가 가버리는 것이 보인다. 고독한 사람은 밑도 끝고 없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그런 사람이 무슨 일의 증인이 된다면 한심스러울 것이다.

 

지금 제 생활이 고독한건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생활이 한달 정도 즈음엔 외롭단 생각도 많이 들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되려 사람들이 꺼려 지더군요.

굳이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서, 형식적인 이야기를 해야하고 안 친한 사람들과 거짓 섞인 속 이야기를 살짝만 꺼내서 되도 않는 위로를 받고.

더 큰건 사람들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이 좋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괜히 나왔다... 이런 생각만.

 

누가 만약,

저에게 요즘 어떻게 사냐. 하고 묻더라도 책의 글처럼 쉽게 말하지도 못할것 같습니다. 혼자 있으면 말을 안하게 되고, 말을 안하게 되면 생각은 많아집니다.  혼자 뭔 사건이 있고, 재밌는 일이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누가 질문해도, 누군가와 이야기한지도 꽤 오래된 것 같으니까요. 업친데 덮친격으로 부모님은 작년부터 문자를 배우셔서, 전화를 안하십니다...하하;;

 

몇년 전에 읽었던, 밀란쿤데라의 `농담` 다음으로 읽으면서 괜히 읽는 나 자신을 쿡쿡 찔러보는 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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