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어공부와 영화/미드


저는 오늘 오랜 숙원 하나를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 먹었는데요,

영어 공부의 왕도 중의 하나라고 알려진

영화 or 드라마 하나의 스크립트 전체를 외우는 것입니다.

(드라마의 경우는 분량이 방대하니 120분 분량 정도를 끊어서 외우는 것이 되겠죠)


이 방법은『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라는 책에서 처음 접했는데

그 책 말고도 여러 군데에서 좋은 방법이라고 권하는 것을 접했고,
또 본인 스스로도 그 방법의 유용함에 대해서 설득되어 있었기 때문에

실은 과거 여러 번 시도한 적이 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그 시도들은 여러 이유에 의해서 실패했었는데

최근 여유 시간이 많이 생겨서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 먹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번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이번의 경우는 지난 실패한 경우들과 달리

객관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여건들이 다수 갖추어져 있으므로 (그 중 특히 시간과 마음의 여유)

성공할 가능성이 꽤 높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실은 가장 큰 문제가 하나 남아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영화/드라마의 스크립트를 외우냐는 것입니다.


뭐 좋아하는 영화/드라마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그 중에 좋아하는 영화를 한 두개 골라서 선택하면 될 일이겠으나

저는 나름대로 영화광으로 (에헴) 굉장히 많은 좋은 영화를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고르는 것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실은 현재 마음이 90% 정도 기울어져 있는 선택지가 하나 있기는 합니다.

아론 소킨의 <뉴스룸>입니다.


우선 굉장히 많은 분들이 이미 영어공부에 최적의 교재라고 추천들을 많이 하고 계시는 드라마구요.

제가 보기에도 이 미드는 영어공부를 위한 스크립트로 대단히 훌륭한 조건들을 다수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대사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자막 제작자가 대사 많다고 욕 써놓은 미드는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속어도 별로 없고 정확하고 표준적인 영어로 되어 있죠.


게다가 그 대사들이 상당히 지적 수준이 높아서 더 마음에 들고

그러나 <웨스트윙>처럼 감당할 수 없이 지적 수준이 높은 편은 아니라 어느 정도 따라갈만 합니다. 

(물론 뉴스룸은 여전히 지금 제 레벨보다는 꽤 높기 때문에, 저의 공부 교재로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아주 잘하시는 분들께는 웨스트윙이 더 좋은 교재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내용의 상당 부분이 무려 "뉴스"죠!

가장 정확한 전달력을 가져야 하는 뉴스가 대사의 상당 부분이니 아주 좋고,

게다가 뉴스만 있는게 아니라 다른 일상대사들도 많으니 그것도 좋고


윌 맥어보이의 예리하고 지적이면서도 터프한 말투를 배워서 좋고

맥켄지 맥헤일의 우아하면서도 역시 지적이면서도 귀여운 말투를 배워서 좋고


또 웨스트윙은 내용도 계속 진지x1000 이라서 엄청 퍽퍽했는데

뉴스룸은 적당히 연애 이야기도 나오고 시덥잖은 이야기도 좀 나오고 해서 상대적으로 덜 퍽퍽하게 따라갈 수 있을 듯 하네요.


그래서 교재는 뉴스룸으로 안착을 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상황이구요,

또 어떤 영화로 하느냐 자체가 엄청 중요하다기 보다는 

무슨 영화든 일단 다 외우기만 하면 효과는 대개 비슷하다는게 통설이기도 한데

(그래서 크게 따지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를 그냥 잡으면 된다고들 하더라구요)


일단 교재를 정하고 나면 몇 주는 그 영화 속에 완전히 빠져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교재가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일말의 생각이 여전히 남아 있네요.



실은 원래는 제가 영화를 엄청 좋아하므로 영화를 교재로 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니까 뭔가 제가 외경하는(!) 영화라면 외우면서 얼마나 기분이 좋겠어요.

뉴스룸은 엄청 좋아하긴 하는데 admire하지까지는 않거든요.

근데 영어교재로서는 뉴스룸보다 나은 걸 찾기가 쉽지 않네요.


일단 최근 1년간 본 영화 중 제가 가장 외경하는 영화는 박찬욱의 스토커인데

일단 딱 봐도 영어교재로는 적합하지 않죠.

일단 대사가 크게 중요한 영화도 아니고, 대사가 많지도 않고,

뭔가 대사도 대충 봐도 박찬욱의 손을 거치면서 살짝 진짜 영어로부터는 반발짝 쯤 떨어진 느낌?


다음에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우디 앨런 본인이 나오는 많은 영화들이 

대사가 엄청 많고 지적이니까 그걸로 영어공부를 해보겠다는 생각이 예전부터 있었는데,

우선 그 자체로 이미 대단히 훌륭한 교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뉴스룸과 비교하니 약간 후달리는 느낌?

뭐냐면 우디 앨런 대사가 엄청 정확하고 지적이긴 한데,

말투가 약간 수다스럽고 고급스런 말투는 아니잖아요?

스크립트 암기라는 건 보통 말투까지 따라하면서 익히는 거니까

영어교재로는 좀 더 decent하고 간지 나는 말투였으면 좋겠거든요.

이 점에서 뉴스룸 쪽이 훨씬 더 decent해서 눈물을 머금고 우디 앨런 선생님을 버렸다는 ㅜㅜ


마틴 스콜세지 영화나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들도 대사 자체가 많고 센스 있는 대사들로 넘쳐나긴 하는데

속어가 많다는 점과, 또 뉴스룸에 비해 덜 decent하다는 점에서 탈락.


시드니 루멧 선생 영화들도 대사가 많고 지적인데

뉴스룸과 비슷한 레벨이면서 뉴스룸이 좀 더 contemporary하고 더 자극적인 재미가 많아서 시드니 루멧 님도 탈락.




그외 제가 존경하거나 엄청 좋아하는 영화면서 좋은 대사가 많다고 생각하는 영화들을 대충 꼽아봤고 그게 아래와 같은데


데이빗 핀처,<소셜 네트워크>(The Social Network, 2010)


크리스토퍼 놀란,<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2008)


앤드류 스탠튼,<월-E>(WALL-E, 2008) 


데이빗 핀처,<파이트 클럽>(Fight Club, 1999)


마틴 브레스트,<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 1992) 


롭 라이너,<어 퓨 굿 맨>(A Few Good Men, 1992)


조나단 드미,<필라델피아>(Philadelphia, 1993)


피터ㆍ바비 패럴리,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Shallow Hal, 2001)


대니 보일,<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2008)


제임스 폴리,<글렌게리 글렌 로스>(Glengarry Glen Ross, 1992) 


벤 스틸러,<트로픽 썬더>(Tropic Thunder, 2008)


카메론 크로우,<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 1996)


알폰소 쿠아론,<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 1998)


리차드 링클레이터,<웨이킹 라이프>(Waking Life, 2000)




다 엄청 좋은 영화들이고 대사를 외울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중간에 트로픽 썬더라는 이상한 영화를 보셨을 수도 있는데 착각입니다?)

뭔가 "영어교재"로서의 가치를 따져보니 뉴스룸한테는 전부 다 이기질 못하네요.

헉... 뉴스룸이 뭔가 굉장한 괴물인 듯...?


그외 <빅뱅 이론>도 깨알 같이 대사가 많고 수준도 높고 재미가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우디 앨런과 마찬가지로 decent한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되어서 뉴스룸에는 밀림.



아... 여기까지가 제 고민의 총정리입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다보니 더욱 뉴스룸으로 굳어지는 느낌이네요.

그러나 정말 만의 하나 제가 더 나은 교재를 놓쳤을지도 모르니,

혹은 제 결심을 마저 굳히기 위해 다른 분들의 생각도 여쭈어 봅니다.

여러분은 단 하나의 영화/드라마의 스크립트를 외워야 한다면 어떤 걸 외우고 싶으신가요??





2. 중국어 공부와 영화/중드


아마도 몇 달 후의 일이 되겠습니다만

뉴스룸 스크립트를 외우고 나면 중국어 영화/드라마 스크립트 외우기에도 도전하려 합니다.

중국어도 중상급 수준인데 고급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 단계라서요.


근데 제가 좋아하는 홍콩영화들은 다 광동어 영화들이고

또 제가 좋아하는 대륙 감독인 장예모/첸카이거 영화들은 대사가 별로 안 많고

중드는 당췌 정이 가질 않고 수준도 별로인 거 같고 (중국어 수준 말고 완성도요) 

또 사극이 대부분이라 현대극도 뭐가 있는지 말 모르겠고 -_-

대만 영화는 허우샤오시엔 감독 말고 잘 모르겠는데 그 분 영화도 대사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기억이 나고


최근 중드 중 보보경심이 완성도가 엄청 높대서 봤는데

그게 옛날 중드에 비해서 많이 나아졌다 뿐이지 아직 갈 길이 멀더군요 ㅜㅜ 

그외 후궁견환전이란 드라마가 엄청 괜찮다던데 역시 사극이라 현대 중국어 공부에는 별로일 듯 하고 ㅜㅜ


아아 여러분이 중국 영화/중드 중 하나를 고르신다면 뭘 고르시겠나요?

아니면 괜찮은 중드 현대극이나 최근의 괜찮은 중국/대만/홍콩(북경어) 영화들을 추천해 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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