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관련된 이야기...

2010.08.22 12:47

윤보현 조회 수:2247

주역이란 책은 춘추전국시대때 편찬된 철학 서적이고

굳이 서양쪽과 비교해서 주역이 가지는 위상을 짐작해 보자면 플라톤의 파이돈 정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파이돈의 존재론이 서양 철학에서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던것처럼 주역 또한 동아시아 철학사에 핵심을 이어간 근본 텍스트 이기 때문에요.

주역이 말하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만 말해보자면 저는 존재론(관계론)이라고 생각합니다.

태극문양이 말해주듯이 너가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개개로 존재하는 존재가 아니고 너와 나의 차이가 내 존재와 네 존재를 말해준다. 정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는건 없지만 조금 더 말을 해보면...


춘추전국 시대때 세상이 너무 혼란스러웠을때 동아시아의 인문학자들은 오직 한가지 만을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세상이 평화로워지고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사람들중에 하나가 공자이고.

공자는 그 방법으로 이상적인 사회상을 제시하고, 그 사회상에 대한 정당성을 과거 텍스트들로 정립해놓자.

그리고 나서 군주들을 찾아다니며 이상적인 사회상을 펼치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그 노력의 결과로 생겨난 책들이 육경입니다.

시,서,예,악,역,춘추

그리고 역경(주역) 또한 그러한 이상적인 사회상을 제시하기위한 근거 텍스트 였습니다.

다들 아시듯이 공자가 제시했던 이상사회는 은나라 주나라 때였습니다.

욕심없이 헐벗은 왕이 백성들을 위해 치수하고 선정을 베풀고 뭐 그런 사회를 공자는 꿈꿨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돌아다녔던 사람이 공자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다들 아시듯이 노자도 있고 맹자도 있고 그렇습니다.

여기서 노자는 도덕경이라는 책을 만드는데,

이 도덕경이 제시했던 이상적인 사회상은, 적은 수의 사람들이 공동체 형식으로 살아가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정도 였습니다.

이 도덕경이 그 이후로 신비주의자들의 손을 거쳐서 도교로 발전하기는 하지만

그 관련 텍스트는 많지 않고 그나마 유학자들에 의해 사이비로 취급받고 사라집니다.

애초에 노자라는 사람은 전혀 신비로운 사람이 아니었고 그사람이 꿈꿨던 것또한 신비스러운 것이아니었습니다.

노자는 소규모 농업공동체에서 사람들이 다툼없이 살아가는 대안사회를 꿈꾸던 실천가 였습니다.


하여튼 춘추전국의 혼란시대 속에서 동아시아 인문학자들에 의해서 생겨났던 수많은 텍스트들은

이상적인 사회상들을 제시하면서 부수적으로 많은 것을 이루어내게 됩니다.

바로 지식론, 인식론, 존재론, 우주론, 윤리 등 철학적인 부분에서부터 문학, 법제, 역사 등 수많은 부분에서 동아시아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발전은 맥을 가지고 역사가 흘러가는 동안 동아시아의 정체성의 근간을 이루게 됩니다.

서양사회는 이집트→그리스→로마→중세→근대를 거치며 상당히 역동적인 변화를 거치지만

동아시아에서는 그러한 변화가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한문이라는 체계가 갑골문 이후로 바뀌지 않았고 황제는 바뀌어도 텍스트들은 그대로 남아 원전으로 존경받고 계속 인용되었기 때문에요.


하여튼, 당시 텍스트들이 저지른 결과중에 가장 큰것이 바로 동아시아의 존재론(관계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내가 없으면 너도 없고 너가 없으면 나도 없고.

내 자식이 설리라면 나는 설리 아빠가 되는거고, 아내는 설리 엄마가 되는거고. 숙부, 숙모, 종부 등등 외우기도 힘든 친척 명칭들도 그렇고

이런 관계호칭이 동아시아적인 존재론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 것 입니다.

이러한 상대적인 관계론 속에서 존재를 인식하는 방식은 동아시아의 자연주의를 형성하게 됩니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간의 관계론에서 자연과 인간간의 관계론으로 확장이 되게 됩니다.

인간 또한 땅위에서 잠시 살아가는 존재이고 죽으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흙이되고. 그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서 좀더 발전해서 세계는 닫혀있고 모든 존재들은 기의 이합집산일 뿐이다. 라고 생각하는 열역학 제1법칙의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영혼을 부정했고 사후세계도 부정했습니다.

세상은 물질(기)들이 순환하는 닫힌 세계로 보았고 인간 또한 그 안에서 죽으면 사라지는 그런 찰나적인 존재로 규정짓게 됩니다.

이렇게 춘추전국시대때 만든 동아시아 세계관은 현대과학이 구축한 21세기 현대사회의 그것과 일치합니다.

한편 서양은 플라톤이 만들어낸 세계관에서 멀고 먼 길을 돌아 왔습니다.

이원론, 범신론, 관념론 등 물질과 따로 존재하는 영혼과 항상 행복하기만 할것같은 사후세계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현대과학이 질량 없는 영혼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결론 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주역이 말하는 우주의 이치라는 것은 현대과학이 밝혀낸 세계의 이치와 같습니다.

세계는 닫혀있고 질량을 가진 기(물질)들은 서로 이합집산하며 물질들을 만들어내며 인간 또한 그 법칙에 예외일 수 없으며

그러하므로 너와 나는 서로 별개의 존재가 아니고 너가 없으면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거기서 공자는 윤리론의 근거를 찾습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윤리론인 인,의,예,지는 우주의 법칙과 같은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주의 법칙인 상대론에서 인간 사이에 윤리 법칙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결국 우주의 이치대로 사는 것은,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간에 사이 좋게 지내고,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착한 마음을 지니고

마음 안에 큰 뜻을 품고 많은 사람들을 보다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그러한 대인이 되는 것이 우주의 이치대로 사는 것입니다.

주역이 말하는 바는 바로 저런 것입니다.



물론 사주라는 것은 듣기에 재미있고

누군가가 나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는 것에서 위안을 찾을 수도 있고

나름대로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임은 인정합니다.

그래도 주역이 말하는 바와는 아주아주 거리가 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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