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항상 제타건담과 에반게리온을 묶어서 생각하는 편인데, 10년 간격으로 태어난 두 작품에는 은근 닮은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요번 신극장판도 제타 극장판과 비슷한 의도로 기획되었다고 보는 편이고요. 그런데 속죄의 의미로 보다 긍정성을 띤 리뉴얼을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사실상 '파'에서 끝이 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그렇죠. 신지가 완전히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타자의 희생을 감수하고서 그토록 원했던 레이를 쟁취해내는 장면은 마치 제작진이 "아~ 너네가 보고싶었던 게 이거 맞지? 이제 다 보여준거다?" 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거기서 딱 끊고 스탭롤을 올리는 점도 그렇죠. 어떤 의미에서 한가지 완결이라고 생각해요.


2. 스탭롤 이후에 이어지는 장면에서,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습니다. 그땐 몰랐지만  Q를 보니까 더 확실해지는 것 같아요. 이제 신지 얘가 찌질해지는 이유는 더이상 내면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이낙스 애니메이션은 그동안 지겹도록 "네가 힘든건 니 멘탈 문제야. 마음좀 고쳐먹어." 라는 논리를 고수해 왔었단 말이죠. 지금부터는 환경이 문제고 타인들이 문제고 생존이 문제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신지는 부족한 정보나마 끌어모아 자신의 목표를 만들고 남들이 뭐라 하든 그것을 끝까지 관철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지요. 타인들과의 관계성이 끼어들었다는 측면에서 논의가 이루어지는 층위가 달라졌어요. 감독이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다음 극장판이 기대가 됩니다. 막상 Q는 궁금증 유발 + 제일 재미없는 부분 쉬어가는 느낌으로 감상하기... 같은 느낌이었어요.


3. '파'와 'Q'사이의 이야기는 과연 이야기되어 질까요? Q는 거의 <신극장판 4편>이라는 느낌이었지요. 만약 이야기되어 진다면 어떤 식으로 팔아먹을까요 이사람들. 제일 쉬운 예상은 마지막 극장판에서 공백을 보여주고, 나머지 이야기를 하는 형식일텐데, OVA로 따로 내놓을 것 같기도 하고, 아예 상상에만 맡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워낙 다사다난한 전례가 많아서;;


4. 신지와 카오루가 피아노를 치는 장면을 보면, "기분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선 마음에 들 때까지 반복하는 수 밖에 없다..." 는 카오루의 대사가 나오는데, 감독이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긴 겟타로봇도 몇년에 한번씩 꼬박꼬박 새로 나오는데 에바라고 그러지 못할 이유는 없지요.


5. 마지막 극장판이 개봉할 것으로 예상되는 2015년은 에반게리온 1화의 배경이 되는 연도입니다. 에바 탄생 20주년도 다가오고요. 얘네가 달랑 극장판 한개만 만들고 끝낼거라고 믿는 사람,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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