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인이라고는 할 수 없는 편이에요. 굳이 말하자면 제시카같다고나 할까요? 무지무지 갈고 닦고 어울리는 화장 하고 어울리는 머리 하고 예뻐보이는 표정으로 바로 그 각도에서 보면 예쁘다고도 할 수 있는.. ㅋㅋㅋㅋ 열과 성을 다해 꾸미면 예쁘다는 축에 들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귀찮아서 못해요. 까치집 같은 머리로 아무렇지도 않게 외출합니다.  다만 썬크림 안 바르고 다닌 것만은 이제 와서 후회합니다..

 

하지만 저도 예뻐지고 싶을 때가 있죠. 어느 순간은 정말 그런 욕망(강박)이 불쑥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만 지나면 또 아무렇지도 않더라고요. 지름신과 비슷한 것 같아요.

 

10여년 전 치아교정을 했어요. 치료가 필요했거든요. 드라큐라처럼 삐쭉삐쭉했고 앞니가 잘 물리지 않았죠. 저는 얼굴, 특히 하악이 작은데 치아는 남들보다 약간 더 큰 수준이라서 돌출입이라고 하는 그런 입모양입니다. 제가 교정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를 막 뽑지 않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치과의사샘이 이를 뽑고 교정할지 그냥 교정할지 경계선상에 있어서 애매하니 직접 결정하라고 하더군요. 요즘 교정을 시작했으면 100% 아래 위 두 개씩 총 네 개의 이를 뽑고 입을 집어넣었을 텐데 말이죠.

가족회의 끝에... 어떻게 생니 4개를 뽑냐. 나중에 나이들면 치아 하나도 소중할 텐데 멀쩡한 이를 뽑냐 싶어 그냥 하나도 안 빼고 교정했습니다.

 

그런데 교정이 끝나고 몇 년이 지나니까 후회가 되는 거예요. 교정해서 가지런해지기만 했지 여전히 입은 툭 튀어나왔으니.. 교정했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더군요.

고민고민 하다가 교정한 치과를 다시 찾아가서 다시 교정할 수 있냐고 하니,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교정하는 값을 내야 한다고 하더군요. (500만원...) 아니면 작은 턱을 앞으로 빼는 수술을 해도 돌출입을 커버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가격은 거의 같구요.

 

그 말을 듣고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번뜩 들더군요.

'세상에는 인형처럼 예쁜 사람이 많다. 내가 굳이 그 중 한 명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놀랍게도 가슴이 가벼워지고 뭐라 말할 수 없는 해방감이 느껴졌어요. 선물과도 같은 순간이었지요.  

웃으면서 상담받은 종이를 재활용 통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뒤로는 예쁜 사람을 봐도 '아, 예쁜 사람이구나' 할 뿐이지 질투를 별로 느끼진 않아요. 테드 창 소설에 나오는 칼리를 쓴 것 같은 기분이에요.

요즘도 가끔 이 네 개를 뽑고 교정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한데, 그랬다가도 다시 '에이,,, 나이 들면 안 뽑길 잘 했다고 할 걸?'하고 생각해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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