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2 14:48
<진짜 사나이>는 보통 남자들에게 인기 있는 프로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던데,
전 여자인데도 우연히 <진짜 사나이>를 보고 많이 감정이입이 되더군요.
물론 전 요즘 군대가 어떤지, 예전 군대체험이 진짜로는 어땠는지 직접 경험은 해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하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별로 낯설게 느껴지지가 않네요.
몸소 체험은 아니었지만 그 모든 군대같은 훈육을 느끼면서 겪는 감정의 스펙트럼은 더 어린 나이인 초등학생, 중학생 때 비슷하게 경험해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단체 기합은 늘 경험해 보았고 위생검사해서 벌 받기, (얼차려는 아니고 의자 들거나 손바닥 세게 맞기)
체육시간에는 얼차려도 많이 해봤구요. 매일 매일 학교는 즐거움이 아니라 공포였습니다.
총기 훈련은 안 해봤지만 체육대회나 운동회때 단체로 준비하는 매스게임이나 이럴 때 개인이 혼자 제대로 못하여 단체의 성적에
누를 끼치면 그 공포감을 말할 수 없었습니다. 신경질 잘 부르는 선생들은 그냥 달려와서 머리를 때리기도 했어요. 줄을 못 맞추거나 혼자 안무가 틀리거나
혼자 줄에 걸려 넘어지거나 할 때 말이죠.
쉬는 시간에는 절대로 뛰지 않고 한 줄로 뒷짐 지고 다녔구요. 산수 문제 복습하면서 하나라도 틀리면 머리를 막대기로 맞았습니다.
제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이른바 명문인데 스파르타 식으로 애들 잡으면서 공부 가르치는 곳이었죠. 나이 든 남자 선생들이 많았는데 규칙을
제대로 못지켰을 때 어린 나이에 겪었던 공포감은 말할 수 없습니다. 하다못해 쓰던 노트가 다 떨어졌는데 새 노트가 준비되어있지 않을 경우
혼날까봐 무서워서 엉엉 울던 기억도 있으니까요.
그야말로 암울한 유년기였는데 제가 당하는 경험이 일반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뭣 모르고 어릴 때 당한 거죠
그렇게 초등학교, 중학교를 지내고 보니 고등학교 대학교가 천국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나마 사람 대접 받는 것 같아서요. 진짜 사나이에서도
출연자들이 더 나이가 많아서인지 단체기합은 있지만 그나마 인간적 <존중> 의 의미가 사라진 것 같지는 않아 보기 좋았어요. 사격하고 나서 교관이
사격결과를 병사와 의논하는 모습은 아주 전문적으로 보여 좋았구요. 만약에 정말 비정상적으로 나를 찍어 힘들게 하거나 비인격적인 언행을 하는
상관만 없다면 (그러니까 규정대로만 행동하는 상관만 있다면 )해볼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도 해봤는데 이렇게 말하면 남자님들이 비난하겠죠?
우리 사회의 군대같은 경험은 꼭 군대에서만 있는게 아니고 만연되어 있으므로 여자들이 <진짜 사나이> 를 보고 너무 낯설게 느끼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다못해
학교 수련회를 가도 군대 상관같은 교관들을 보게 되니까요
며칠 전에 어떤 어린이집 폭력 사건에 대한 기사 제목이 < 군대 같았다> 였죠. 그걸 보니 이런 말을 해 보고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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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질서와 권력의 폭력성. 그걸 희석할수 있는게 의식수준의 진보인데 이건 남자든 여자든 공통사항이니까 조속히 해결하는게 좋을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