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사람의 넋두리입니다. 쌍콤한 점심시간에 기분이 꿀꿀해지기 싫으시면 스킵해주세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 출근길에 버스를 탔어요.

빈 자리를 캐치하고 앉은 것까지는 좋았어요!

뭐 제 옆에 어떤 여자분이 앉은 것까지도 괜찮았어요. 두 명씩 앉는 자리니까요. 그런데-

이 여자분이 우산을 제대로 접지도 않은 채로 가운데에 놓는 거예요.

이미 그 여자분이 자리에 앉으면서 우산으로 한 차례 제 다리를 문지른(!) 뒤였어요.

스커트를 입고 있어서 맨 다리에 빗물이 그대로 묻었지만 실수이려니 하고 넘어갔어요.

그런데 여자분이 앉아서도 우산을 통로쪽이나 자기 쪽으로 치우지 않고 가운데에 놓고는 계속 우산으로 제 다리를 문지르는 거예요.

제가 창가쪽에 다리를 최대한으로 모으고 앉아도 우산이 계속 다리에 닿았어요.

그래서 저도 참을 수가 없어서,

 

"저기요, 우산이 자꾸 제 다리에 닿는데요." 라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옆으로 좀 치워달라는 얘기였죠.

다만 5센티 정도만 자기 쪽으로 치우면 제가 안 닿게 앉을 수 있었어요.

제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면서 말한 것도 아니고 그냥 얘기한 건데, 보통 이러면 아 죄송합니다 까지는 아니어도 그냥 옆으로 좀 치워주지 않나요?

그런데 이 여자분이 저한테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럼 다리를 오므리세요."

 

 

 

 

 

 

 

...... -_-;;;;;;;;;;;;;;;;;;; 내 다리 충분히 오므리고 있거든????? 두 다리가 아주 그냥 딱 달라붙어 있거든!!!!!! ㅠㅠ

제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걸 꾹 참고

"저 다리 완전 오므리고 있는데요." 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아주 살~짝 우산을 옆으로 치우더군요.

 

 

제가 뭐 이상한 걸 부탁한 것도 아니고 정말 너무 기분이 나빴어요.

뭐라고 더 대꾸를 해줄 걸 너무 소심하게 그냥 넘어간건가 싶기도 하고, 괜히 월요일부터 싸움 일으킬 뻔 한 걸 참고 넘어간 거 같아서 다행인 거 같기도 하고...

기분이 알쏭달쏭 메롱메롱 해진 상태로 셜록을 보면서 안구와 마음을 정화하면서 출근을 했습니다.

 

대체 이 사람의 이런 반응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 사람들의 반응은 아닌 것 같아서요.

저는 우산쓰고 버스나 지하철 타면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닿지 않게 하려고 꼭 우산을 말아서 단추를 채워 놓거든요.

제가 예민하게 받아들인 건지, 아님 말을 이상하게 해서 그 사람이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고 그런 건지...  정말 모르겠어요.

 

 

 

 

 

 

그냥, 이런 얘기였습니다.

흑흑 비가 미워요. 시원하지도 않을 거면서..ㅠ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44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4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002
288 제주도 솔로대첩 [5] 화려한해리포터™ 2012.12.25 3703
287 근데 요새 영화관에서 자주 보이는 "거기 혼자오신 분 어쩌구" 하는 광고요.. [10] 폴라포 2010.07.13 3701
286 [잡담] 발에 땀이 많이 차는 체질... [11] 라곱순 2011.07.14 3686
285 법정 최저임금에 대한 박근혜의 인식과 버스비에 대한 정몽준의 인식 [17] cnc 2012.08.08 3685
284 토이 스토리3의 그 장면. (가급적이면 이미 보신 분들만) [16] nishi 2010.08.25 3665
283 [광고 유감] 제발 그냥 사달라고 말해!! [19] 닥터슬럼프 2011.09.18 3649
» 아침부터 버스에서 이상한 일을 겪었어요 [13] 피로곰 2010.08.23 3597
281 [술한잔에 용기얻은 바낭]여러분의 19금 미디어 첫경험이 궁금해요! [25] 쏘맥 2011.11.17 3587
280 저의 애인 인증샷 입니다 [5] 가끔영화 2011.04.01 3586
279 요즘 여고생들 교실에서 [4] 푸른새벽 2010.12.04 3585
278 재미없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19] 자본주의의돼지 2010.10.26 3568
277 안철수에 대한 미련 [17] soboo 2014.09.05 3550
276 [위대한 탄생] 라이브가 실종된 라이브방송 [22] beluga 2011.04.16 3547
275 <만추>-공교롭게도 코트며 머리모양 머플러까지 비슷했는데 [6] Koudelka 2011.02.21 3546
274 [바낭] '습지 생태 보고서' 좋아하셨던 분? [27] 로이배티 2012.06.03 3538
273 결혼하기까지 선만 서른 두 번. [8] moonfish 2011.06.21 3517
272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손,발톱을 깍아 드렸습니다. [25] chobo 2014.01.30 3512
271 뉴요커들 긴장하시라능! [16] 닥터슬럼프 2012.02.20 3500
270 박찬욱 삼부작 중 [19] 가끔영화 2010.12.29 3489
269 중독성 강하군요 [8] 룽게 2010.08.20 345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