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씨

2010.08.24 12:16

taijae 조회 수:3657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기자간담회 전문을 올립니다.


[엉클 분미]를 보신 분들은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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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엉클 분미]의 시사가 끝나고 마련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아피찻퐁 감독은 CinDi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자신의 영화가 선정된 것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CinDi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 되서 영광이다. 내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을 때 디지털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궁금했다. 슈퍼 16mm로 찍었고, 어쩌면 영화의 근원적 매체인 필름으로 돌아간건데 말이다. 그러다 시카고 영화제에서 졸업하는 해에 디지털과 필름이 통합되는 과로 바뀐게 생각났다. 어쩌면 제가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 자체가 영화적인 변화의 과정자체였기 때문에, 그런 점이 CinDi의 취지와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
 
계속해서 영화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이어졌다.
 
“‘엉클 분미’라는 영화는 알다시피 프리미티브 프로젝트(Primitive Project)의 일환이었다. 4년 전 ‘징후와 세기’(2006)끝나고 바로 착수한 영화다. 이 작업은 예술 프로젝트와 장편영화를 콤비네이션해서 창작하자는 시도로 시작했다. 이 영화는 이 프로젝트를 마감하는 작품이다.”
 
“영화를 통해 하고자 했던 건 태국 북동의 풍경을 가장 충실히 담아내는 것이었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억압된 곳인데 진지하게 탐구한 적이 없었다. 항상 방콕에서 일했기 때문에 이번프로젝트를 통해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
 
“내가 자란 곳에 수도원이 있었는데 그곳의 수도승이 쓴 책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그 수도승을 관찰하면서 왜 이렇게 억압되고 소외된 곳에 살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풍경의 변화와 영화제작과정의 변모를 탐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적 문명에 대한 일종의 트리뷰트라고 할수 있다.”
 
그는 이어서 작품에 영혼이나 환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 밝혔다.
 
“어린 시절에 시골에서 자라면서 신화나 유령, 환상 같은 관념에 둘러싸여 살았다. 육체적으론 불가능하지만 이런 환상이 나를 끌어들였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직접 경험 하는 건 아니지만 환상의 일종이다. 계속 다시 태어나면서 다른 형태의 삶을 취한다는 개념이 매력적이다. 그 지역은 정치 사회적으로 굉장히 압박이 되어 있는 곳인데, 형태를 달리하면서도 압박의 사이클을 반복하는 생명의 형태가 굉장히 영화적으로 매력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영화가 너무 어려운 것 같다는 평에 대해서도 진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모든 영화가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영화의 어휘나 문법은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헐리우드나 태국이나 유령, 환상적인 것을 다룬다. 헐리우드가 좀 더 재밌는 스토리텔링을 한다고 해도 컷이나 프레임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주적인 어휘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이어서 헐리우드 영화와 자신의 영화를 비교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직하고 단순한 영화 만들기 형태에 헌사를 바치고 싶었다. 5년 전 한 태국감독이 ‘당신의 영화가 20년 전 개봉했으면 훨씬 잘 이해 받았을 것이다.’라고 말해준 적이 있었다. 헐리우드 영화는 관객들을 2시간동안 깨어있게 하기 위해 훨씬 복잡한 플롯을 쓴다. 저는 오히려 어떻게 보면 촌스러운 전통적 영화의 형식에 도전했다. 다음 영화는 분명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겠지만 지금은 그런 식으로 만들었다.”
 
그는 자진해서 자신의 영화에 친절한 해석을 덧붙이기도 했다.
 
“35mm로영화를 찍으면 릴 한개당 20분이다. 각각의 릴에 다 다른 컨셉을 입혔다. 첫 번째 릴은 전통적 제 스타일. 두 번째 식사 장면은 TV드라마 형식을 빌려와서 강한 조명과 제한된 앵글, 고전적 편집을 같이했다. 세 번째 릴에서는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찍었다. 앰비언스 사운드가 강하고 점프컷이 많은 편집이다. 네 번째는 로얄 크리스틴 드라마라고 타이 TV의 아침드라마 형식인데, 공주와 메기 장면은 그런 식으로 찍었다. 관객들이 눈치 챌 지는 모르겠지만 내 딴에는 많은 전환을 하면서 만들었다."
 
특히 굉장히 인상적이고 모호한 마지막 결말에 대해서도 진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항상 모든 감독이 얘기하듯이 해석하기 나름이다. 영화의 미스테리를 깰까봐 조심스럽다. 어쩌면 진부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이 환상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인생의 모든 것이 환영이고 환상이다. 이 영화의 단순성이 거기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보는 영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에서 두 가지 대안적인 시간, 그들의 육체에서 빠져 나와 시간을 두 개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고 다른 층위를 추구했다. 두 겹도 될 수 있고 세 개도 될 수 있고 백개도 될 수 있고, 존재를 경험하는 방식이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미가 살았던 삶이 진실인가에 대해서 젠의 대사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엉클분미를 잘 몰랐다’고 말했다. 옆에 아가씨가 ‘그러면 만들어내세요.’한다.”
 
영혼과 환생에 대한 감독의 개인적인 믿음은 어떨까.
 
“계속 태어나고 환생한다는 개념은 어떻게 보면 불교적 믿음이다. 영화 만들면서 처음보다 정신의 작용에 대해 궁금하게 됐다. 이런 현상들의 과학적 증명을 할 수 있는지가 개인적 과제다. 내 심정을 확정 지을 순 없지만 명상을 통해 수련을 통해서 영혼의 존재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떤 도구나 증명할 매체가 없지만 각자의 몸이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영혼을 증명하고 느낄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 중간에 나오는 ‘공주와 메기’에 관한 우화는 감독이 직접 지어낸 것이라고 한다. 아피찻퐁 감독은 그 속에 숨겨진 정치적 비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실제 전설은 아니다. 아까 말했듯이 로얄크리스틴 드라마의 컨셉으로 찍다보니, 이야기들이 판타스틱한 요소가 많아서 지어낼 수밖에 없었다. 또, 원숭이 유령이 환경에 적응 못해서 다시 숲으로 도망을 가는데, 여기에 정치적 비유가 있다. 프리미티브 프로젝트에서 폭력적 역사를 가진 한 마을을 탐구했다. 공산주의자들을 군대와 정부가 몰살하려 했고 정치적으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은 숲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정치적 은유를 입히고자 했다.”
 
간담회 말미에,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의 선정위원이자 이번 CinDi 영화제 블루카멜레온 분야의 심사위원인 샤를 테송이 아피찻퐁 감독에게 어떤 영화들에 영향을 받았냐고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가장 영향 받은 건 70년대에 자라면서 본 것들이다. 태국에서는 80년대까지 더빙시스템이 있을정도로 영화제작 기술이 천천히 발달했다. 80년대 후반 새로운 세대에 의해 영화 만들기에 혁명적 발전이 이루어졌다. 내가 많이 본건 70년대 TV 파일럿들, 만화책 같은 것들이다."
 
끝으로 아피찻퐁 감독은 자신의 이번 영화가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처음 상영되는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또 서울에서 자신의 프리미티브 프로젝트가 초청되는 것에 대해서도 소감을 밝혔다.
 
“미디어시티서울이라는 행사에 제 프리미티브 프로젝트가 초청되었다. 멀티스크린, 책, 사진 같은 인스톨레이션들이다. 제가 말씀드린 공산주의 마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영화 상영도 아시아에서 태국이후 두 번째인 점도 의미가 깊었는데 그 프로젝트까지 틀어주신다니까 굉장히 영광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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