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복은 소년에게>는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기자인 정철훈씨의 장편소설입니다.

소설은 1930년대 스탈린의 한마디에 중앙아시아 전역으로 강제 이주된 재소 한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사건보다는 시간과 역사 속에 함몰된 아버지와 소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디아스포라 라는 단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층위의 철학적 사고와 다양한 관점의 세계관, 역사인식이 필요한 주제입니다만 

사실 저는 디아스포라에 담겨진 시간의 비가역성,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그 절대적 명제 앞에서 만들어진 부조리와 비애에 민감할 정도로 반응하게 됩니다.


일종의 디아스포라 문학이라 할 수 있는 

<모든 복은 소년에게>는 단순히 재소 한인의 강제이주라는 역사적 사실보단 

앞서 말한 나를 떠나버린 시간과 나를 지나쳐 간 모든 시간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 두고 온 나에 대한 목소리를 다시 듣고자 합니다. 그 목소리에는 그리움도 있고 슬픔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일말의 희망과 행복도 있을 테지요.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듀게에 접속하여 요즘 논란이 되는 글들을 보고 있다 보니 오랜만에 글을 써보게 됩니다.


듀게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온라인과 현실 삶은 분명 차이가 있고 경중을 따지자면 현실이 훨씬 더 중요할 것입니다.

듀게가 지금 당장 폐쇄되거나 사라진다면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 결국 어떻게든 살아갈 테지요.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저 개인한텐 ‘네트워크 디아스포라’만큼의 큰 충격일 것입니다. 

인터넷 생활에 있어 가장 즐거운 한 때 였어 이런 식으로 자기 위안삼고 살아가기에는 이곳에 머물던 시간이 너무도 깁니다. 

분명 어느 곳에서도 마음을 두지 못한 채 떠돌아다닐 제 모습이 상상됩니다.

물론 언젠가 듀게가 사라질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제 20대의 많은 시간이 듀게로 채워져 있는 것만큼 제 30대의 많은 시간도 듀게로 채워지길 바랍니다. 그 이상은 욕심일까요?


아무튼 아무도 없이 홀로 세상을 내던져버린 그때 그 소년에게 주워졌어야 할 복이

듀게에도 조금은 전해지길, <모든 복은 듀게에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40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1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906
58 (축구이야기) 아시안컵 대표진 발표. 박주영 제외. chobo 2014.12.22 0
57 [바낭] 리더쉽이라...2 [2] 가라 2012.03.08 728
56 클래식 [2] 가끔영화 2011.07.17 829
» 모든 복은 소년에게 / 모든 복은 듀게에게 [2] 만약에 2013.06.19 957
54 히어에프터 좋았어요 [1] 가끔영화 2011.12.24 960
53 {유툽} 퓨처라이거(타이거 JK+윤미래+유재석) -- Let's Dance (음중) miho 2011.07.14 1039
52 Ghibli Meets Jazz ~Beautiful Songs~ (지브리, 재즈를 만나다) 음반 질렀어요~! miho 2011.11.23 1079
51 정말 제목이 생각 안나는 노래 찾을 방도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5] 가끔영화 2011.10.09 1137
50 무생물과 인사하기 [2] flower 2011.03.08 1138
49 이런 세탁기,얼마나 지났을까요 [2] 가끔영화 2012.03.24 1223
48 웃으며 자는 이아이가 [4] 가끔영화 2011.08.26 1323
47 [나눔] 고양이 사료를 나눔할까 합니다. [9] 도로테 2011.08.27 1452
46 하록 선장 3분 예고편 [2] walktall 2013.08.15 1464
45 (듀나인 겸 바낭) 더블에이 미워요 [5] tmak 2010.10.28 1550
44 시 한수 가끔영화 2010.12.05 1759
43 나이를 헛먹었다는 말의 의미는? [4] 쥬디 2013.03.19 1810
42 진돗개 정신으로 대동단결! [4] chobo 2014.02.06 1821
41 나는 반짝이던 적이 있었는가... [6] 불별 2011.04.07 1850
40 시계 덕후로서 시계 논쟁에 참여하지 못해 아쉽... [1] 유디트 2011.07.23 1870
39 장백지, 브라우니와 호흡맞춰. [1] chobo 2012.10.11 201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