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음..

2013.06.20 14:09

엘시아 조회 수:938

사정없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겉보기엔 순탄해보여도 괴로운 사정을 짊어지고 있는 힘겨운 사람들도 많구요.

예전에 온라인에서 알게된 지인들과 한달에 한두번 같이 밥을 먹으면서 즐겁게 지낸 적이 있습니다.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모임의 이름을 붙이길 막장클럽이라고 그 뒤로 자살클럽으로 바뀌더군요.;;;

그런데 그 모임이 참 삶의 위안이 되더군요.

매번 밥 먹고 하는 이야기는 똑같았습니다. 힘겨운 현실 이야기 -  어처구니 없는 로또 당첨 -  풋에 몰빵 - 자살..

일종의 자학개그였죠. 그런데 그게 참 즐겁더란 말입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개선할 여지는 없지만 그럼에도 비슷한 지인들끼리 모여서 수다떠는 게 스트레스 해소가 될 줄이야.

그 모임이 6년째가 되어 갑니다. 그동안 누군가는 애증의 대상이었던 가족을 잃고, 누구는 시험에 합격하고, 저는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을 통해 평생동안 얻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변화를 얻었지만 여전히 저는 제자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 낮은 자존감을 살려주는 건 남편이죠. 하지만 어둡고 찌질하고 참혹한 내면을 남편에게 보이진 않습니다. 이해를 못하니까요.

남편은 제가 보기엔 아주 이상적인 가정에서 자랐거든요.

 

며칠동안 적고 있었던 글인데 쓰다가 말다가 쓰다가 말다가 해서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내 자신이 혐오스럽고 개선 방법이 없어도 내 유머감각까지 대책없는 건 아니죠. 시니컬함으로 매력을 삼...(이건 아니겠죠.)

때로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을 통해 나는 살아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저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좋아하는 영화를 볼 때 굉장히 좋았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만화책이 나왔을 때도 좋았구요.

사치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다이어트를 걱정하면서 케익도 먹고 떡볶이도 먹고 미드도 보고....음...

주변에 사람들이 없다 보니까 혼자서라도 즐기지 않으면 삶을 살아갈 수가 없더라구요.

 

오늘은 울어도 내일은 또 하루가 시작되고, 죽기 전에 벗어날 수 없는 회사를 가야 하고, 가족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나에게도 똑같은 시간이 남들에게도 똑같이 흐르겠죠. 이왕 태어난 거 맛나는 거 먹고 즐겁게 살려고 노력이라도 해야겠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3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4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827
238 [영업] 진산 마님의 고양이 귀 [2] 룽게 2019.12.24 601
237 [영상] 다시보는 이 영화의 예고편. [1] miho 2011.11.26 703
236 뭘 이깟 일로 실망까지나 (선거얘기) [3] cnc 2012.04.12 827
235 70%건, 49%건... 자본주의의돼지 2012.01.31 909
234 재개발, 뉴타운 정책 수정 발표에 따른 궁금증 chobo 2011.04.15 915
233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오픈했어요. 금욜공연은 50%할인인듯. [1] aires 2012.02.23 916
» (바낭)음.. [4] 엘시아 2013.06.20 938
231 삼성 2011년 한국시리즈 우승! [2] chobo 2011.10.31 971
230 우왕 대한민국!! 작은가방 2012.12.19 989
229 [음악] 마음 속에는 비가 퍼붓는 것 같아 [2] 노루잠 2013.10.05 994
228 {영상} Do As Infinity-遠くまで(멀리까지) [5] miho 2011.07.13 1014
227 오늘의 잡담 [4] 사람 2010.11.25 1093
226 인터넷정보검색사, 원자력발전 [5] 가라 2012.03.19 1131
225 큰일이네요 [1] Cocoon 2011.04.01 1138
224 필름포럼에서 열리는 스페인 영화제 2011 일정 수정 및 세계적인 예술가 페르난도 아라발 감독 방한 GV 일정(12.10) [1] crumley 2011.12.09 1172
223 [자동음악재생]신묘년이라서 아이사진. [5] 말린해삼 2011.01.16 1201
222 <청춘에게 딴짓을 권한다> 저자 강연에 초대합니다. 참세상 2011.09.03 1215
221 영웅본색이 생각나는군요. 자본주의의돼지 2012.09.29 1263
220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4] 가끔영화 2011.08.27 1266
219 (듀나인) 인도의 영화 시스템을 현지에서 구경 할 수 있을까요? [6] 타니 2012.08.23 126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