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랑 같이 울어버렸어요.

2013.07.16 01:44

가르강튀아 조회 수:3829

언니네가 모처럼 집으로 왔는데, 조카 둘이서 싸움을 벌였어요. 

큰 아이가 바둑을 두고 싶다고 바둑판을 꺼내왔는데, 

작은 아이가 같이 놀자고 덤비면서 바둑판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니까

큰 아이가 속이 상해서 떼를 쓰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걸 보고 언니가 오빠가 되어서 동생이랑 놀아주지 않는다고 뭐라고 했더니,

'동생은 바둑도 못둔단 말이에요!' 라고 억울한 듯 외치고 울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언니는 동생이 더 어리고 뭘 모르니까, 동생이 할 수 있는 놀이를 하면서 놀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거기다 무작정 떼를 쓰고 운다면서 더 아이를 혼내기 시작했어요. 


큰 아이가 평소 문제가 많다고 해요.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공격적이고, 

자기가 싸움을 벌인 다음에 답답한 듯 울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선생님이 언니한테도 뭐라고 한 모양이에요. 

그런 저런 것 때문에 언니도 답답한게 쌓여서 그렇겠지만


지켜보다 보니 큰 아이가 너무 불쌍했어요. 


오빠라도 그저 어린아이이고, 언제나 누군가와 노는 것에 굶주려 있는 아이인데

동생때문에 뜻대로 할 수 없는게 당연히 심통날만한 일인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혼나니까 그게 너무 억울하고 억울해서 대뜸 울 수 밖에 없는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언니가 혼내고 난 후 계속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 달래다가

아이 몰래 저도 같이 조용히 울어버렸네요. 


어른들이, 사람들이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들은 언제나 있는데, 그걸 하기 힘들 때가 있고

그런데 그걸 잘 못하면 사람들은 화를 내고 못난 사람 취급을 하잖아요. 

그런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면 힘들어도 꾹참고 해야만 하는데

안될때도 있는 거잖아요. 힘들어서.. 

이런 일이 이렇게 어린 아이에게도,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도 시작된다는게 그냥 너무 슬프더라구요. 


그래서 많이 힘들지, 오빠라서. 억울하기도 하지.  

라고 얘기해 주니까 점점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너무 슬펐어요. 


제가 요새 좀 힘들어서 특히 맘이 약해졌기도 했겠지만.

약한 사람들에게 사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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