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에 잠시 (찻잔 속의) 태풍처럼 몰아친 극찬과 추천의 글들을 스포일러를 피해가며 대충 훑어 보았고,

결정적으로 그 추천 글들에 꽂힌 가족분의 강력한 요구로 인해 iptv로 며칠간 몰아봐서 끝냈습니다. 그런데...


도무지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_-;;;


듀게에서 이 작품을 칭찬하신 분들이 대체로 제 취향과 비슷한 작품들을 많이 좋아하시던 분들이라 '최소한 어느 정도'는 만족스러울 거라는 기대를 좀 품고 시작을 했는데.

시작이 기대와 달리 그냥 무난무난해서 중반쯤부턴 좀 달리려나 싶었는데 중반도 그냥저냥. 그럼 결말에 뭔가 뒷통수를 강렬하게 후려 갈기는 대단함이 있을까 싶었는데 끝을 봐도 뭐...;


'마법 소녀인데 잔혹해!' 라는 건 옛날 옛적 클램프 만화들과 뭐가 그렇게 다른지 잘 모르겠고;

큐베란 놈이 가장 나쁜 놈이라는 건 첫 회만 봐도 너무 뻔한데다가. 마법 소녀들이 외계인의 에너지 뭐시기라는 설정도 이런저런 다른 작품들에서 본 것 같고.

뒤로 갈 수록 점점 더 격한 딜레마와 불행, 좌절이 넘쳐 흐르며 극단적으로 치닫는 분위기 같은 건 '보쿠라노'에서 이미 볼만큼 본 것 같았구요. (전체적으론 '보쿠라노'보다 이게 훨씬 낫긴 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재미 없고 별로라는 것까진 아닌데, 그렇게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분위기에 공감하기 좀 어려웠다는 얘깁니다.

오히려 다 보고 나니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얼마나 잘 만든 작품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는 뭐 그런 결론이;


스즈미야 하루히와 이 작품이 뭔가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느낌이 좀 들었어요.

둘 다 캐릭터 디자인부터 등장 인물들의 성격 설정, 기본적인 줄거리까지 모두 '덕후에게 팔겠습니다'라고 외치는 작품인데, 동시에 '하지만 그냥 흔한 덕후물과는 분명히 달라요'라고 선언하는 부분이 있다는 거죠.

그런데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우엔 중반 쯤에 숨겨진 진상을 밝힌답시고 '덕후들을 위한 종합 선물 셋트' 같은 등장 인물들의 성격이나 캐릭터를 정당화하는 부분이 꽤 재치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이야기 결말 부분의 과도한 거창함이 학원 연애물이라는 작품의 기본 장르에 절묘하게 어울리면서 꽤 유쾌하고 낭만적이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의 숨겨진 진상과 거대한 마무리는 그 거대한 스케일과 잔혹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좀 식상하단 생각만; 마도카도 사야카도 하는 짓들이 짜증만 나고 그나마 응원할만했던 호무라는 어쩜 그리도 하는 짓이 '에반게리온Q'의 미사토 같은지. 대화를 해라!! 설명을 하라고!!!!


그리고... 이건 작품 자체에 대한 평은 아닙니다만.

작품 배경의 작화와 설정이 격하게 환상적이고 등장 인물들의 성격들이 모조리 다 단선적이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사고 실험(?)을 구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 그래서 더더욱 이입을 못 하고 주인공들에게 무슨 비극이 닥치든 거리를 두고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아. 

딱 한 가지 아주 맘에 드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모두들 극찬하는 마녀와 마녀의 결계 속 표현은 저도 아주 좋았어요. 이 부분만은 확실히 특별했고, 매력적이었네요.

그리고 머리통 냠냠 씬의 연출도(...)


그래서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다시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이상한 결론입니다.



+ 아마도 제가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을 거의... 도 아니고 전혀 보지 않고 사는 노땅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_-;

++ 근데 대충 적어 놓고 생각해보니 '보쿠라노'와 정말 많이 비슷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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