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게시물들이 칭찬 일색이어서 반대 의견을 좀 내려고요. 

부디 저처럼 골탕 먹는 분들이 적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 없었습니다. 동행한 분은 135분 동안 고문 받는 느낌이었다고 최종 평을 하더군요.  

기대를 안 하고 보기 위해 영화 정보는 최대한 접하지 않고 관람했습니다. 힘을 잃는 히어로 정도만 알았네요.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배경은 일본입니다. 앞부분 잠깐 빼고는 내리 일본입니다. 신칸센 지붕에서 벌어지는 액션 씬이 가장 잘 빠졌지만, 가장 말도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힘을 잃은 히어로와 일반인, 즉 힘 센 일반인 둘이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철도 지붕에서 간판 등을 피하며 싸우는 건데 이게 말이 됩니까. 점프, 착지, 점프, 착지 해가며 난투를 펼칩니다. 울버린이야 썩어도 준치라 쳐도 상대는 초능력에 초 짜도 없는 일반 야쿠자란 말입니다. 

그 외에도 덩치 큰 울버린이 생소한 일본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을 자꾸 보여주는데 한 두 번이죠. 무슨 일본으로 오세요 관광 비디오도 아니고. 저는 <더울버린>으로 일본 문화를 간접 체험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냥 제대로 된 일본 영화를 보고 말래요. 

뭐, 어쨌거나 열차 액션 장면은 마음을 비우면 그럭저럭 볼만 합니다. 액션 영화잖아요. 아무리 액션이라도 설정파괴는 타협이 안 된다, 일본 문화 관광기 관심없다. 비추입니다. 상관없다면 다음 단락으로.  


멜로 영화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방황하는 울버린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 지난 연애의 아픔을 이겨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옛사랑을 새사랑으로 잊는다는 정말 보고 또 본 구닥다리 멜로에요. 그런 멜로가 영화의 주축입니다. 액션 영화의 멜로야 다 거기서 거기지 할 텐데요. 그건 멜로가 액션을 돋보이게 할 경우에나 그렇습니다. 액션이 주축인 영화에 멜로가 적절한 조미료 역할을 하는 건 좋아요. 그런데 멜로가 주축인 영화에 액션이 양념으로 들어가면 말이 달라진단 말입니다. 울버린이 무슨 가위손입니까? 물론 둘이 닮은 점이 많죠. 가위손처럼 감성에 호소할 거면 운동량 줄이고 깔끔하게 면도도 좀 하던가.  

뭐, 어쨌거나 이 부분도 나는 울버린과 동양인의 멜로가 관람 포인트인 사람에겐 유효합니다. 휴잭맨은 정말 쉴세 없이 웃통을 벗고, 아이유 닮은 여주도 예쁘지는 않지만 제법 뇌쇄적입니다. 나는 울버린이 나오는 멜로에 관심이 없다, 여주가 예뻤으면 좋겠다. 비추입니다. 상관없다면 다음 단락으로. 


뻔하고 뻔합니다. 울버린이 힘을 되찾아 흑막을 무찌른다는 거야 당연합니다. 모든 히어로 영화가 그렇죠. 중요한 건 그 과정인데 이 영화는 모든 게 식상합니다. 식상하면 납득이라도 돼야 하는데 작위적이기까지 해요. 배경이 일본이면 이런 식의 전개도 새롭게 보일 거라고 판단한 모양이에요. 외국인들 사무라이와 닌자에 껌뻑 주는 건 이해합니다만, 이를 상대하려고 울버린을 너프하는 건 너무하잖아요. 그렇다고 닌자와 사무라이 액션의 총망라를 선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야쿠자들 총 쏘는 장면이 더 많아요. 독쟁이 보스 아가씨는 중반 이후까지 공포의 대상인 줄 알았으나, 사실은 공격 패턴도 별로 없는 게으른 능력자였습니다. 일본 배경으로 외국인 남자만 있으면 좀 그러니까 한 명 더 넣어준 게 아닐까 의심됩니다. 

이런 류의 영화들은 주인공이 힘을 되찾은 후 활력을 찾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냥 그래요. 힘을 잃기 전이나 후나 재생 능력 말고는 거의 흡사해요. 재생이 안 된다면서 클로는 어떻게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 상처 하나 없습니까. 어쩔 때는 아파서 절뚝거리고, 어쩔 때는 언제 아팠느냐며 날아다니고 이건 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요. 결정적일 때마다 맞아 나 아팠었지 하면서 주저 앉을 때는 꾀병이지 이놈아 하고 꿀밤을 때리고 싶을 정도에요. 힘을 찾은 후에도 재생 능력만 돌아왔지 아파하는 건 동일하고요. 신체 능력도 뭐가 달라진지 모르겠습니다. 일반인 여럿이 공격하면 충분히 잡더군요. 후속으로 <더닌자> 나올 기세.

뭐, 어쨌거나 식상하고 작위적이어도 울버린이 일본인들 상대하는 과정은 흥미롭습니다. 아니 전혀 흥미롭지 않습니다만 흥미로울 수도 있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매력적인 스토리가 우선이다, 적대자는 강해야 한다. 비추입니다. 상관없다면 이제 충분히 만족스러우실 겁니다. 시원한 극장에서 울버린과 함께하는 즐거운 피서가 예상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66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20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302
54 [음식+동물사진] 어제보다 한층 발전(?)한 팥빙수 [31] miho 2012.07.17 3292
53 잘생겨서 피곤하네요. [7] 자본주의의돼지 2012.07.16 3315
52 묘(猫)권을 존중합시다! [3] chobo 2012.07.06 2322
51 뻘질문-핫윙 한 박스와 치킨 한 마리는 어느 게 양이 많나요? ...외 치킨 잡담 [6] 안녕하세요 2012.05.29 2040
50 간증(?)-나는 어떻게 지각하는 습관을 고쳤나 & 심플라이프의 정점 [12] Koudelka 2012.05.28 4605
49 듀나인) 태국여행 고수님들 9박 10일 일정 좀 봐주세요 ㅠㅠ [10] 쓸쓸익명 2012.05.14 2312
48 [듀나인] 햇볕알러지.... 꼭 병원에 가야할까요? [5] 가라 2012.05.14 2549
47 [바낭]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을 때 [14] 에아렌딜 2012.05.11 2666
46 [펌] 독서하며 운전?.avi [7] 어쩌다마주친 2012.04.25 2067
45 [스포일러] 오늘 케이팝스타 투덜투덜... [10] 로이배티 2012.04.15 3156
44 휴가를 가더라도 맡은 건 즉각 처리하라고 권하는 광고 [16] Virchow 2012.04.09 2237
43 [수정] 민주당, 김용민에 사퇴 권고라는 속보가 떴다네요 [16] RoyBatty 2012.04.07 3956
42 (기사) 김용민 선거사무소 ‘습격’한 어버이연합, “나꼼수 지옥으로” 여직원들에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소리까지. [76] chobo 2012.04.05 4429
41 쉰들러리스트에서 희생 당하는 건축기사 가끔영화 2012.02.19 1274
40 감사합니다, 당신 때문에 나도 몰랐던 나의 강인함을 발견했습니다... [5] 루이스 2012.02.13 2355
39 예언의 자기 실현성. [3] 구름이 2012.02.07 1451
38 [바낭] 뻘짤-나꼼수에서 수영복 멘트가 나왔을때 제가 생각했"던" 센스있는 사진 [9] Planetes 2012.01.30 10075
37 이번 주 금요일 월차 성공!(부제 : 이번 설연휴 몇일 쉬나요?) [9] chobo 2012.01.17 1560
36 인터넷뉴스 댓글 "추천" 알바 (?) [2] 에스씨 2012.01.12 900
35 크리스마스라 그런가 어딜가나 미어터지더군요 [9] 나나당당 2011.12.24 289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