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혼자 산다는 것

2013.08.03 03:24

팔락쉬 조회 수:2541


메이 사튼의 책 제목입니다. 최승자 번역으로 까치글방에서 출간되었어요.


구매한 지는 꽤 되었는데 갑자기 요즈음 정서가 이쪽에 미치다 보니까 방 구석을 뒤적여 찾아 읽게 되네요. 최근에는 책을 잘 안 읽습니다. 다만 마스다 미리의 만화 수짱 시리즈를 읽다 보니 불현듯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그만 여러 생각에 잠기게 되네요. 보통 이런 생각들은 연속적으로 부딪치더군요.


메이 사튼은 벨기에 출신 미국 작가로 짐작대로 혼자 살았습니다. 잘 아는 작가도, 흥미 있는 작가도 아니라서 겨우 그의 책이라고는 「혼자 산다는 것」을 제외하면 「신사 고양이」 정도 알고 있을 뿐이지요. 그리고 이 정도 알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역자인 최승자에 대해서도 많이 알 필요는 없어요. 다만 어느 정도 이 책의 역자로서 최적이라는 느낌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근데 무심코 책을 읽다가 이런 구절을 발견했어요.



우울의 이유들은 내가 우울을 처리하는 방식만큼 흥미롭지는 않은데, 내 방식은 그냥 계속 살아 있는 것뿐이다. 오늘 새벽 네시에 깨었는데 깬 채로 좋지 않은 상태에서 한 시간여 동안 누워 있었다. 다시 비가 내리고 있다. 나는 마침내 일어나 나날의 잡일들을 하면서 파멸의 느낌이 걷히기를 기다렸고 ─ 그리고 그렇게 해준 것은 집안 초목들에게 물을 준 일이었다. 간단한 욕구, 살아 있는 것의 욕구를 만족시켜준다는 것 때문에 갑자기 기쁨이 되살아났다. 청소를 하는 것은 결코 그런 효과가 없지만(내가 형편없는 주부인 것이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들이 배고파할 때 먹이를 주고, 앵무새 펀치에게 깨끗한 물을 갈아주는 일을 하면 나는 갑자기 침착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건 혼자 사는 게 아니에요. 어떻게 혼자서 사나요. 제가 유키무라 마코토의 만화 「프라네테스」에 나오는 "우리들은 혼자서 살다가 혼자서 죽을 거야"라는 별볼일 없는 대사를 참 좋아하지만, 그리고 「좀머씨 이야기」의 좀머씨 기분을 늘 이해하며 살고 싶어하는 한 사람이지만서도 어떻게 혼자 살아요. 초장부터 기대를 배신하기는 하지만, 어찌 됐든 책은 참 좋아요. 좀 추천.


나탈리 머천트가 부른 노래 중에 'If No One ever Marries me'라고 있어요. Leave Your Sleep 앨범에 속한 모든 노래가 그렇듯 19세기 시에 곡을 붙여 불렀지요. 이 시를 쓴 시인은 네덜란드 화가 로렌스 알마-타데마의 딸로서 자기가 18세 때 써내려간 시의 내용처럼 평생 혼자 살다가 죽었습니다. 물론 그녀의 집안이 부유했으므로 그 삶에 어려움은 없었으리라 생각해요.


처음 이 노래를 들었던 것은 앨범 작업 관련 TED 영상이었지만 길기도 할 뿐더러 글의 내용과도 맞지 않으니 YouTube에서 따온 영상으로 대신합니다. 하지만 앨범 소개 영상을 보는 편이 감상에 더 도움이 되긴 할 거예요. 버릴 게 없었으니까요. 






Well if no one ever marries me

And I don't see why they should

Nurse says I'm not pretty 

And you know I'm seldom good, seldom good


Well if no one ever marries me

I shan't mind very much

Buy a squirrel in a cage

And a little rabbit-hutch


No one marries me

If no one marries me

No one marries me

If no one marries me

Well if no one marries me


I'll have a cottage near a wood

And a pony all my own

A little lamb quite clean and tame

That I can take to town


When I'm really getting old

At twenty-eight or nine

I'll buy myself a little orphan-girl

And bring her up as mine


No one marries me

If no one marries me

No one marries me

If no one marries me

If no one marries me

Marries me

Well if no one marries me

Marries me

If no one marries me


혼자 산다는 것이 단순히 비혼만을 의미하는 거라면, 저도 온갖 것들을 데려다가 함께 살면서 독신이라 우기고 싶어져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4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4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865
1016 돈 안 쓰고 새 컴퓨터 산 기분 [5] 푸른새벽 2011.03.30 2666
1015 [새벽 바낭] 아..사랑받고 싶어요 [7] 율피 2011.07.17 2638
1014 듀게의 여러분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기타 잡담 (설국열차, 청나라때 시의 한 구절, 서빙의 가짜 한자) [8] Q 2013.01.04 2619
1013 Free Palestine [21] 차이라떼 2014.07.27 2618
1012 Glee중 보컬 아드레날린이 부르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배경으로.... [3] S.S.S. 2010.10.04 2595
1011 구 듀나게시판의 리뷰 [7] Q 2015.02.22 2594
1010 [이것저것] 미국에 귀국, [SVU] 새 시즌 유감, 바다 생물의 손자 [8] Q 2013.10.03 2591
1009 밑에 정명훈 이야기 (또)보니 생각나는 게 [14] 멀고먼길 2014.12.22 2578
1008 인셉션 잡담 [스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주의 요망] [1] 익명의사 2010.07.25 2574
1007 복도에서 셜리 듀발이 본 것 [3] 와구미 2012.09.03 2550
1006 2010 PIFF 나들이 [4] litlwing 2010.10.13 2544
» [바낭] 혼자 산다는 것 [3] 팔락쉬 2013.08.03 2541
1004 셜록 이제 끝났나요 [5] 가끔영화 2012.01.17 2517
1003 저번주, 서태지아 건으로 무플로 묻혀버린 펌 재탕 (...) [4] 불별 2011.04.26 2515
1002 코엔 형제 신작 [TRUE GRIT] 티저 예고편 [5] 보쿠리코 2010.09.28 2465
1001 [정보] CGV 특별관 할인 쿠폰.(아이맥스,4D,스위트박스 등.) [1] 자본주의의돼지 2012.03.31 2451
1000 코엔 형제 신작 [TRUE GRIT] 새로 공개된 정식 예고편 [4] 보쿠리코 2010.10.06 2446
999 이번달은 나도 힘들단 말이야... 좀 봐줘라...ㅠ_ㅠ [8] 샌드맨 2016.06.12 2436
998 색이 없는 세상_기억전달자 giver [6] 꽃게랑백작 2011.02.11 2434
997 Inception 주제곡 겨자 2010.07.17 242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