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님(왼쪽)께서 홍릉각 코스 번개를 주최하시길래 얼씨구나 하고 다녀왔습니다.
(먹는 중 순간 스냅. 그와중에 포즈 바로 잡는 Paul_님... 이님 무섭다.)


비가 쏟아져서 조금 늦게 갔더니 다들 와 계시더군요. 그런데 가게 문 들어가자마자 하는 사모님의 일성

"아, 어디서 왔나 했지만 삼촌네 모임이셨어?"

.... 사장님에 이어 삼촌입니까, 아지매. (.....) 전 아직 이십댑니다! (..............)



고량주와 함께하면 더욱 좋습니다. 향이 알싸하게 피어오르는 게 참 괜찮더군요.
지금 솔직히 저도 술이 좀 안 깨서 알딸딸합니다. 오타가 계속 나서 쓰고 지우고 반복하는군요.



물론 처음 손댄 걸로 하나만 계속 달려야 한다는 괴이한(?) 의리를 지키는 분들도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잘 흔들어 섞은 소용돌이가 아직 꺼지지 않은 것이 보입니다.)



본격_소주광고_찍을_기세.jpg 초상권 감사염.





물론 제가 좀 사진 중에서도 소주광고스러운 거 전문으로 하긴 합니다마는..(.....)






"좋은 자리 좋은 만남, 우리는 깔끔하게 '情'!!!"
... 80년대 잡지 광고스럽게... (....)





.... 여튼,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코스요리 먹은 것들을 한 번 봅시다.

8품 요리라 함은 옛날 중국 당나라 황제 - 고종과 양귀비가 특히 유명하죠 - 가 대륙 전역에서 모은 여덟 가지 산해진미에서 비롯했다고 하는데,
이 집의 코스가 8+1을 띠고 있는 것도 그런 연유가 아닐까 하고 미루어 짐작할 뿐입니다.





일단 가볍게 냉채부터 시작합니다. 훈제 오리알과 조개관자 칠리소스가 곁들여 나옵니다.



보통의 해파리냉채와는 다릅니다.

사장님 내외분께서 맛있냐고 연신 물어보시는 중. - 예전에 어깨너머로 들은 양장피 얘기를 하니 자세히 가르쳐 주시더군요.
"중국어로 숫자가 이, 얼, 싼, 쓰... 첫째가 한거, 둘째가 양거... 그러니까 두 가지 잡채를 같이 먹는다고 해서 양거장훼이.
그게 양장피죠. 이걸 알고 먹어야겠지. 근데 맛은 있남?"

일동 "맛있어요! 맛있어서 죽을 거 같아요!" (....)



두 번째 코스에서 이미 떡실신(?) 시작. 일반적인 게살스프가 아니라 농밀한 볶음요리마냥 나옵니다.
남자 셋 앉은 우리 쪽 테이블은 찍고 먹고 하느라 정신없지만 여성제위와 남성동지의 성비가 맞는 옆 테이블은 이제 슬슬 느려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요리는 아직 예닐곱 개가 더 남았습니다.[...]




송이버섯, 목이버섯, 전복, 해삼이 매우 큰 사이즈를 뽐내고 있습니다. 좀 어둡게 찍혔군요.



주방에서 또 한 번의 불소리가 자글자글 하고 나더니 해삼으로 감싼 새우 요리가 나옵니다.



이름은 까먹었지만 여튼 약간 매콤합니다. 후추맛으로 간한 듯.



누군가가 계산해보니 새우 1마리당 3500원(...)이라더라는, 칠리 새우 요리. 옆에 앉은 세호님 왈 "이건 새우가 커서 머리까지 다 발라먹는 맛이 있네요." 라고...



새우살은 탱글거리고... 껍질은 바삭하게 익혀서, 마치 어릴 적 도시락 반찬으로 해 먹던 그 바삭한 새우볶음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그게 그냥 커피라면 이건 티오피 케찹맛 나폴리탄에 가까웠다면, 이건 깐풍기를 떠올리게 하는 중후하고 매콤달콤한 맛입니다.




새우를 껍질까지 다 발가먹고(?)나서 손 닦고 있자니 배 두드릴 새도 없이 다음 요리가 나옵니다.
뭐냐고 물어보니 사모님으로부터 "아스파가" 비슷하게 들려 오는 이상한 음성. 에?



아, 아스파라거스와 감자군요. 조개 관자를 옷으로 감싸 같이 볶았습니다.



아스파라거스가 이 정도로 부드러운 요리는 머리털나고 처음 먹어봅니다. (전 보통 두릅처럼 데쳐서 초장에...)



"아, 클로즈샷이 필요하세요?" 친절하게 잡아주시는 두 분.. (....)



음 너무 가까이 들이댔나(.....)



다음 요리는 돼지 안심을 돈까스처럼 튀긴 것.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네요.) 돼지 한 마리당 이정도밖에 안 나온대나요.



확실한 건 매우 부드럽고 맛있다는 것인데, 불행히도 앞서 요리들의 임팩트나 맛이 너무 강해서인지 약간 처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맛이 강렬하지 않고 은은하거든요. 단품으로 먹으면 상당할 듯.



일곱 번째, 깐풍도미. 사장님이 횟감으로 작업했다고 자랑하는 중.



부서지기 쉬운 생선살을 깐풍기처럼 맛낸 건데 척 보기에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냥 생선튀김처럼 기름 줄줄 흐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꽤 담백한 편.



음음. 더이상 못 먹겠어요- 라고 할 즈음에 오늘의 마지막 요리, 고추잡채가 나옵니다.




비주얼 보면 아시겠지만 불맛 제대로 먹어서 꽤 특품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배가 부르잖아?(.....)
일단 이쯤 되면 맛으로 허기로 먹기보단 고량주 안주 삼아 먹는 거죠, 뭐.... 옆 테이블은 이미 깐풍도미부터 남기기 시작하고 있고(...)



오신 분들 중에는 꽃빵을 안 보신 분들도 계시더군요. 여기에 맛들이면 나중에 학회실이나 동아리방에서 고추잡채 시켜 먹을 때,
먹고 있던 슈크림빵 빵껍질에다 싸 먹기도 합니다(....) - 후배들이 저 외계인 보듯 했지만, 맛있다구요[...]
아, 물론 그 빵이 태극당 빵이라서 가능하지만. (피노키오 모자로 만들어도 될 정도의 진갈색 빵껍질)



마지막은 요리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찹쌀떡 팥도너츠. 잘 튀겨서 따뜻하고 쫀득쫀득합니다.



사장님은 이 다과를 기성품이 아닌, 직접 만들었다는 데에 매우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듯(...)한데, 그럴 만합니다.
보통 이런 거는 중국 기성품 사다가 내 오는 집은 이거보다 작으니까요.




후식으로 멜론까지 나오고서야, 식사가 끝났습니다.
1인당 3.3만원(술값 포함)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격대 성능비 좋은 풀코스였습니다.





P.S.
전 뭐 요리 중심으로 후기를 썼습니다만, 뭐 다른 얘기들은 다른 분들이 댓글로 쓰겠죠....  그럴거야 아마...
누구랑 누구랑 그렇고 그렇다든가 하는... 숨겨왔던 나의... 케어리스 위스퍼... (...) 여튼 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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