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찍기

2013.08.21 00:49

좋은사람 조회 수:4175

1. 

일베유저, 일베X이라고 하는 것이 낙인찍기의 한 종류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일베에서 가장 잘 하는 게 낙인찍기더라고요. 전라도인, 빨갱이, 김치X, 종북좌좀,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여성.....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과 다르면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가지고 조롱하고 비하합니다. 

그냥 다르면 이름붙여 비하하는 것, 그게 낙인찍기라면, 일베유저라는 이름은 낙인이 될 수 있는 걸까요?

그들이 끊임없이 타인을 낙인찍고 있는데 말이에요. 


제가 일베유저들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가능하면 피하려고 하는 건, 

계속해서 너는 뭐지?라고 낙인을 찍으면서 시비를 걸기 때문이에요. 

저한테 '넌 김치X이지? 넌 종북좌파지? 아니면 증명해 봐, 김일성 김정일 개XX 해봐, 전장군님 만세 해 봐'라고요. 

(김일성 삼부자 개XX는 굳이 하라면 못할 것도 없는데, 욕설이라서 좀 그렇긴 해요. 별 미친~ 정도만 하는 편이라...)


인터넷에 몇 가지도 않는 커뮤니티마다 죄다들 그러고 있으니 짜증이 납니다.

그냥 피하고 무시해도 계속 덤벼요. 책으로만 읽은 [세계대전X]의 좀비떼들 같습니다. 저는 이미 지쳤는데, 안 지칩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소위 '산업화'시켰다는 곳 안 가면 그만인데

- 그래서 남은 데가 겨우 듀게와 몇몇 개인 블로그 정도입니다 -

실제 세상에서도 튀어나옵니다. 

TV 화면에서 튀어나오고, 라디오에서 어린 아이돌이 말하고, 마트에서도 등장하더라고요.

책 읽으러 간 커피숍에서 옆좌석 대화에 툭툭 걸리는 그 말들은 대단치도 않더군요.

실제 세상에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들 말하는지 몰랐습니다. 일밍아웃 그거 쉬운 거데요.



2. 

저는 일베용어 그 자체를 쓴다고 일베유저, 일베X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복잡하고, 사람들은 의외의 통로로 새로운 말들을 배웁니다. 

고백하자면, 저도 '전라디언'은 '서울리떼Seoulite' 같은 건 줄 알았습니다. 

MB가 '하이 서울'과 함께 '서울리떼'를 만들어서 열심히 밀었길래, 비슷한 건 줄 알았어요.

나중에 배웠습니다. 그게 조롱하고 비하하는 말이라는 걸요. 


그러니 좀 멀쩡해 보이는 말들은 그런 말 한 번 썼다고 '너 일베X이지?'라고 몰아붙이면 안 됩니다. 

게다가 멀쩡한 말도 그 사이트에서 조롱하면서 써대서 함부로 쓰기 어려워졌더군요. 

누군가 '앙망'이라는 말을 제 뜻에 맞게 썼는데도 그게 일베유저들이 김대중 대통령은 조롱하면서 쓰는 말이어서, 그 사람이 된통 혼나는 걸 봤습니다. 

일베X 낙인찍기는 이런 경우에 쓰는 거겠죠. 일베 근처에도 안 가봤는데 그렇게 오해받는 것.

근데 이게 낙인찍기인가요? 그냥 오해겠죠? 



3. 

더불어 저는 진짜 일베에 가서 글을 읽고, 글을 쓰고, 회원가입을 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그를 신나치주의자, 파시스트, 여성혐오자, 외국인 차별자, 지역차별주의자로 몰아붙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베 회원이 여성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에 대한 존중과 경의, 호남을 비롯한 각 지역에 대한 평등한 인식,

탈북자와 이주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이해와 합리적 판단을 가지고 있다면 그는 일베X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베에는 가본 적 없지만, 튀어나오는 자료들과 각종 시비들로 보아, 

이런 판단력과 시각을 가진 사람이 일베에 드나들면서 제대로 된 멘탈을 가지기란 쉽지 않겠지만

엊그제 청문회장에서 권은희 과장의 멘탈을 봤으니, 그런 멘탈의 소유자일 수 있다고 믿어야겠죠. 



4.

마찬가지로, 뒤집어서

한 개인이 일베가 뭐의 약자인지도 모르고, 일베 주소도 모르고, 일베에서 어떤 자료들이 나오는지도 모르면서

여성혐오, 탈북자와 이주노동자 혐오,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에 대한 조롱, 타인에 대한 배척과 적개심,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와 조롱을 일삼는다면 그는 제 기준으로 일베X입니다. 

그래서 전 이 정권의 청와대와 장관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이 일베X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권은희 과장에게 '당신은 광주의 경찰입니까, 대한민국의 경찰입니까?'라고 물은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이나

우리가 남이가 라고 말하며 대선에서의 지역차별 발언을 했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같은 인물은

그들이 일베가 뭐하는 곳인지 모르고, 일베에 접속한 적이 없을테지만 제게 일베X입니다.


이걸 낙인찍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저한테 일베X은 그런 낙인입니다. 여성혐오자, 지역차별주의자, 파시스트, 외국인차별자... 등등을 한번에 뭉뚱그린 말이요. 




그런데 아래 plbe님께서 저에게 물어보신 것, 일베유저라는 이유로 배척당해야 하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러합니다. 

그가 일베에 다니건 안 다니건, 설령 운영자라 하더라도 

상식적인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타인에 대한 배척과 조롱, 낙인찍기를 하지 않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우리 나라 민주화 역사에 대한 경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배척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일베유저는 그 기준에서 탈락하더군요. 

그들은 타인에 대해 끊임없이 지독하게 낙인찍으면서, 비하하고 조롱하면서, 

그렇게 낙인찍히고 조롱당한 개인이 방어하거나, 되받아 공격하면 '관용'과 '다름'에 대해 호소합니다.

일베는 개방적이지 않고, 관용하지 않으며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그런데 왜 제가 일베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하고, 일베의 말을 다르다고 인정해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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