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난한 여름, 안녕


게시판에 글 쓰는 게 꽤 오랜만이네요. 어느덧 여름이 갔습니다.



여름의 구리는 요기서 이르구 눕거나




요기서 이르구 눕거나




...누워서 자거나 하며 지냈어요. 저랑 같이. 듈 다 디룩디룩해서는 으항항항 이르구



...전 여름 다 갔는데 가르치는 애한테 이런거나 그려주구 있었음...





2. 신산한 가을맞이


나흘 전, 월요일이었어요.

구리는 원래 아침마다 제 머리맡을 빙빙 돌며 굿모닝이다 밥을 달라 나는 모닝똥도 쌌다능 우어어엉 재롱(이라 쓰고 싸부는 ㅈㄹ이라 읽는)을 피워요.

근데 이날따라 조용하더라능. 루이만 제 발치에서 자고 있고 구리는 흔적도 음슴.

뭐지, 이러고 잠결에 가 보니 애가 화장실 윗칸에 조용히 앉아있습니다. 똥이건 쉬건 싸고 덮을 줄은 몰라도 나올 줄은 아는 앤데;;; 

걍 가만히 윗칸에 웅크리고 있길래 잠결에 왜저러지 아웅 이러고 더 잤어요. 그리고 약 세 시간 후, 애가 5년 키우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로 웁니다.

위협하는 것도, 경계하는 것도 아닌. 어쨌건 외부의 무언가에 반응해 내는 소리가 아니었어요. 

촉이 이상해 누워있다 벌떡 일어나 애를 들여다보니 숨을 색색 가쁘게 몰아쉬고 물방울처럼 침을 방울방울 똑똑 흘립니다.

당장 캐리어에 들쳐업고 병원으로 날랐죠. 


의사선생님이 배를 만져 촉진을 해보시더니 방광이 빵빵하다구. 일단 초음파를 해보자 하여 애를 뒤집히구 배를 들여다보는데,

저는 당최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서 멘붕이 와갖구 구리 뒤집으면서 눈물을 뚝뚝뚝-_;;;


해서, 그때 방광 상황이 아래 첫 번째 사진과 같았습니다. 까맣게 동그란 부분이 방광이에요. 그 주변으로 희게 되어있는 부분이 방광벽.

오줌을 싸지 못해서 방광 크기가 엄청 커져 있고 염증 등의 이유로 방광벽도 두꺼워진 상태.

의사쌤 왈, 방광염은 고양이에게 몹시 흔한 병이고 원인과 증상이 여러 가지라며 이것저것 이야기해 주셨는데, 

어쨌거나 일단 방광천자 시술을 진행해야 했어요. 요도에 관을 삽입해서 오줌을 빼내는. 해서 구리는 중성화수술 수 4년만에 가볍게 마취를 했고-ㅗ-..




결석이 초음파에 보일 정도로 크게 뭉친 게 아니라 모래알처럼 돼 있는 경우가 있다는데, 그게 요도를 막아서 오줌을 못 싸고 있었던가봐요.

설 설마 설마 개복을 해야 하는 건가 헐 이르구 있었는데 

관 삽입 도중 그 모래알 슬러지(결정)가 거짓말처럼 표푱, 빠지면서 막혔던 오줌이 치이익, 솟아올라 의사쌤 손과 책상을 촉촉하게 적시고-ㅅ-...

(다른 슬러지가 뱃속에 남아있을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막혔던 게 이런 식으로나마 빠졌다는 건 다행ㅇㅇ)

가득 고여있던 피오줌을 빼내고, 원인이 뭔지 딥스틱으로 요검사도 하고(세균일 가능성이 젤 높다는데 글쎄-_;;), 수액도 맞고, 치료주사도 맞고, 약도 지어갖고, 

왔죠. 약 한 시간 반에 걸친 진료였는데 저는 혼이 쏙@_@ 구리도 헤롱헤롱.


그리고 사흘 뒤 오늘, 병원에 다시 가서 초음파 검사를 했어요.



정상적으로 오줌을 누는 건 아니고 시시때때로 요의를 느끼는지 찔끔찔끔 자주 싸곤 하는데, 

일단 양은 그렇다 치고 오줌을 쌀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거라고 하시니. 그리고 위 사진과 비교하면 현저히 줄어든 방광 크기. 

다만 아직 방광벽이 두꺼우니 적어도 2주간은 약물 치료를 해야 하고, 반 년 정도는 처방사료를 먹이는 편이 좋을 거라고 하심.

처방사료는 3.5kg에 5.7만원^^이지만^^...ㅋ...

에이뭐 그그저께 병원비도 나올대로 나왔고...일단 우리 구리 한 고비 넘긴 듯하니 신경은 굳이 많이 많이 많이는, 쓰지는, 않기로...HAHAHAHA...



3. 지금, 구리


구리한테 알약먹이다가 5년 키운 정 다 떨어질 듯하군요. 제가 어설픈 탓도 있겠지만 우와 아주그냥 거품을 물면서 먹은거 다 토해내고...

얘 5년간 헤어볼 한 번 안 토한 고양이그등요...한 번 먹은 건 오줌똥말고 밖으로 내보내는 일이 없는 남잔데...

근데 고다 폭풍검색해보니 그냥 제가 어설프게 먹여서 거부반응이 심각한 듯. 한 알에 3천원짜리 치료약 둘이 씨름하면서 네 알 버린 건 비밀


무른똥을 계속 싸길래 오늘 변검사 해봉게 무슨 설사유발균이 드글드글하다캐서-_-

밥그릇->양푼그릇에서 사기그릇

물그릇->플라스틱그릇에서 세라믹정수기

로 교체했는데, 애들 잘 못 돌본 걸 이런 걸로 대충 쓱싹 발라 죄책감을 메워보고자 하는 알량한 꼼수로 보이셨다면 한 3할쯤은 그렇게 보셔도 괜찮습니다-_;;;



대체 얘가 어쩌다 방광염에 걸렸나 알아보다가 지난 몇 개월간 먹였던 사료가 최근 방광염 유발 의심 사료 목록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냥집사들 사이에 오가닉 사료가 한창 유행했는데, '내추럴 어쩌구 계열' 이름 가진 한 공장 사료가 올 여름 떼거지로 문제가 되고 있는 모양. 

더 큰 병 안 생긴 게 어디냐, 했다가도 수코양이는 오줌 못 싼 채로 만 하루 지나면 거의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말도 주워듣고 나니,


아, 구리와 나는 이렇게 아무 준비 없이 말도 안되게 허망히 이별할 수도 있었던 거구나.

하고 새삼,-사실은 처음에 가깝게-나보다 수명 짧은 동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진짜로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 듯한 기분이 들었던 거지요.


구리는 요의가 자주 오기 때문에 화장실이 있는 작은방 구석에 아예 눌러앉아 지냅니다. 


멍...





...왔다





화장실화장실, 으익, 찔끔, 이케밖에, 안나왉, 쨔증





후.......





...으익, 왔다





화장실화장실, 으익, 찔끔, 이케밖에, 안나왉, 쨔증22222222222222





후우................(무한반복)


구리구리도 고생이고 

메칠간 꽁무니 졸졸 따라댕김서 똥꼬에 발에 묻힌 똥 모래 닦아내고 방청소하고 분뇨체크하느라 하루에 네 번씩 화장실 치우고 알약 잘먹이는법 동영상 폭풍공부하는 저도 개고새..ㅇ...

세시간 있다 또 약먹여야댐;ㅁ;...



빨리 나아서, 다시 고릉고릉 느긋하게 푹신한 데 눌러앉아 잘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안 숯은,


잘 삽니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지내요.


늘 사이좋은 루이죠지를 보며 '하나가 먼저 가면 어떡하지' 혼자 아무도 안물안궁하는 걱정을 하곤 했는데,

김은희의 '나비가 없는 세상'의 페르캉이 외출냥이시절 사람에게 이유없이 해코지를 당해 반짝반짝 빛나던 눈 하나를 잃고,

태어나서부터 쭉 같이 있던 엄마 신디와 누나 추새가 어느날 갑자기 영문도 모르게 없어지고 그랬어도,

괴로운 것들은 괴로워하며 겪어내고 결국에는 다 이겨내고 적응하던 모습이 떠오르데요. 해서 루이죠지도 나중에 어떤 일이 생겨서 떨어지게 돼도 

사람이 혈육 잃은 듯이 엄청 한이 되고 힘들고 그를까, 잠깐 갸우뚱했어요. 에이 사실 진짜 어떤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암튼 이번 일을 겪으며 그럴지 안 그럴지도 모르고 안대도 내가 어띃게 해줄 수도 없는 문제를 내가 사서 미리 마음아파할 필요는, 오바싸지르기다, 라는 생각에 단도리를.



이거 쓰는 와중에 작은방에서 귀환한 구리, 동생 베고 잠.

언제까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여기에서 우리 셋이 같이 있을 때 부디부디 건강하게 행복하자. 내가 더 잘할게:-(!!!! 

(그, 근데 어우야 방광염에 생식이 그릏게 좋다는데 난 그건 못해주겠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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