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2013.09.22 00:34

여름숲 조회 수:1410

제방의 선풍기는 참 오래되었습니다.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되었지요..

 

그 꼴이 참 우습습니다.

 

정면 정 중앙의 지름 10센치쯤 되는 대문짝?은 언제 없어졌는지 날라가고 없어 거기에 손이라도 잘못넣으면 당장 사단이 나겠지요.

 

그리고 우선 제일 중요한 바람이 약해요 1,2,3단 중 3단을 틀어도 뭐 그저그런. 바람세기

 

또한 치명적인... 회전 레버가 고장났어요.. 정지란 없어요 무조건 회전만 있을 뿐

 

그리고 올 여름에는 타이머도 고장났네요.  선풍기바람을 좋아하지 않아 그저 잠들때까지만 필요할 뿐인 선풍기가 아침까지 돌어가고 있는 불편한 진실..

 

 

그랬던 선풍기가 오늘 저녁 집에 들어와 켜는데 울컥 먼지뭉치를 뱉어냅니다.

엉??? 뭐지 하며 선풍기를 들여다보니 꼬라지가...

선풍기를 싸고 있던 망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전후면을 망라하여 선풍기 살마다 먼지가 켜켜로 앉아서 제게 날라올 준비를 하고 있네요.

 

이 선풍기 청소를 언제 했더라.. 기억도 나지 앉습니다,.

아닌 밤중에 선풍기 청소 제대로 한번 합니다.

 

아파트 생활을 하며 다른 집에 비해 따뜻하게 사는 편인 우리집은 1년 365일 선풍기가 있어요

그리고  아빠는 철철이 제방의 선풍기를 일일이 분해해 흐르는 물에 닦아 늘 깨끗한 선풍기를 선사하셨었는데....

아빠의 마지막 즈음.. 워낙 깔끔하신 성격의 아빠는 오래되고 지저분한 살람은 버리고 새로 다 장만하라며 엄마께 근사한 새 장농을 하나 사주시고, 제가 들어가 앉아도 될 커다란 김치 냉장고도 하나 또 들여나 주시면서도

 

회전 레버가 고장난 딸 방의 선풍기가 못내 맘에 거슬려도

"아!!! 괜찮아요!!! 괜찮거든요,. 바람만 잘나오거든요!" 라는 지랄맞은 딸의 말에 그걸 바꾸지 못하고 가셨는데,,,

 

그때 그 제 방의 선풍기는 아빠가 가신 후 한번도 눈길를 받지 못하고 어두운 책상 밑에서 시도 때도 없이 고개를 쉼없이 돌리다 이제 2년 묵은 먼지를 토해내며 제게 아빠를 떠올리게 하네요.

 

명절 뒷끝

 

아부지가 딸냄 제법 쎈치하게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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