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나이들면

— 엘리자베트 슐룸프




언젠가 나이들면
양귀비꽃빛 붉은 옷을 입겠어요,
내 몸 곳곳에
내 가슴속에
타오르는 열정을 잃고 싶지 않아서요.

커다란 모자를 쓰겠어요,
챙이 넓게 퍼져
얼굴에 우아한 그늘을 드리울 수 있도록.

저런 모자를 쓰고 다니는 정신 나간 할망구 좀 봐,
사람들이 등뒤에서 그렇게 비웃어도
나는 당당할 거예요.

많은 일들을
더는 하지 않을 거예요,
마음에 안 드는데도
귀기울여 들어주는 일 따위
지루한데도 머물러 있는 일 따위
듣기 좋은 말로 맞장구치는 일도
하지 않을 거예요,
그 대신 내 느낌이 어떤지 말하겠어요.

하지만 많은 일들을
여전히 할 거예요,
손주랑 미끄럼틀을 타고
건초 더미 속에서 재주를 넘으면서
큰 소리로 웃을 거예요,
시내 전차 안에서
맘에 드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어찌 사느냐고 묻겠어요.

꽃집에서
계절과 꽃다발에 관해
여주인의 생각을 물어보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겠어요.

여행을 할 거예요.
토스카나의 가장 아름다운 포도밭을 찾아가겠어요,
그저 포도주 병에 붙은 라벨이 마음에 들어서요.
북해로 떠나겠어요,
잿빛 바닷가와 서늘한 바람이
문득 그리워져서요.
그저 맘이 내키면
밤에도 산책을 나설 거예요,
꽃향기를 따라서
바람에 리본을 휘날리며.

아무런 근심 없이 맨발로
무덤으로 들어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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