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나이들면

— 엘리자베트 슐룸프




언젠가 나이들면
양귀비꽃빛 붉은 옷을 입겠어요,
내 몸 곳곳에
내 가슴속에
타오르는 열정을 잃고 싶지 않아서요.

커다란 모자를 쓰겠어요,
챙이 넓게 퍼져
얼굴에 우아한 그늘을 드리울 수 있도록.

저런 모자를 쓰고 다니는 정신 나간 할망구 좀 봐,
사람들이 등뒤에서 그렇게 비웃어도
나는 당당할 거예요.

많은 일들을
더는 하지 않을 거예요,
마음에 안 드는데도
귀기울여 들어주는 일 따위
지루한데도 머물러 있는 일 따위
듣기 좋은 말로 맞장구치는 일도
하지 않을 거예요,
그 대신 내 느낌이 어떤지 말하겠어요.

하지만 많은 일들을
여전히 할 거예요,
손주랑 미끄럼틀을 타고
건초 더미 속에서 재주를 넘으면서
큰 소리로 웃을 거예요,
시내 전차 안에서
맘에 드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어찌 사느냐고 묻겠어요.

꽃집에서
계절과 꽃다발에 관해
여주인의 생각을 물어보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겠어요.

여행을 할 거예요.
토스카나의 가장 아름다운 포도밭을 찾아가겠어요,
그저 포도주 병에 붙은 라벨이 마음에 들어서요.
북해로 떠나겠어요,
잿빛 바닷가와 서늘한 바람이
문득 그리워져서요.
그저 맘이 내키면
밤에도 산책을 나설 거예요,
꽃향기를 따라서
바람에 리본을 휘날리며.

아무런 근심 없이 맨발로
무덤으로 들어가겠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10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68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825
121500 서울미대 졸업전 '反동성애' 작품 논란 [32] Shybug 2011.12.05 5363
121499 소스코드 마지막에 홍주희가 어떤 자막을 넣었나요? [9] 토토랑 2011.05.08 5363
121498 크리스마스 식단 공개 [18] 벚꽃동산 2010.12.26 5363
121497 문재인 의자보다 이걸 추천합니다. [7] soboo 2012.11.29 5362
121496 남영동 정말 화가 나네요.. [40] kct100 2012.11.25 5362
121495 친구가 카톡 차단한듯 합니다.... [10] maymay 2012.09.17 5362
121494 박지선 트위터 [18] 바다참치 2011.01.04 5362
121493 [듀나인] 한글책을 위주로 보더라도 킨들이 나을까요? [6] xiaoyu 2010.10.21 5362
121492 아..요즘 듀게 분위기 진짜 싫네요. [22] kct100 2013.01.13 5361
121491 007 스카이폴 가사를 번역해봤더니... (스포대량함유!) [6] 봄고양이 2012.10.31 5361
121490 16강 진출국 반응이라네요. [7] 푸른새벽 2010.06.24 5361
121489 어떤 개마초야.swf (자동재생주의) [3] carcass 2010.06.05 5361
121488 호주형의 예언.jpg [12] 샤워실의 바보 2013.06.25 5360
121487 꼭꼭 숨겨두신 서울 맛집 좀 추천해주세요 [26] 모스리 2013.05.20 5360
121486 사랑하는 사람끼리 결혼하는 게 맞는 걸까요 [14] STERN 2011.01.17 5360
121485 타블로 학력논란은 이에 비하면 애교군요. [13] chobo 2010.10.31 5360
121484 불닭볶음면 화나네요. [17] 푸른새벽 2012.09.09 5359
121483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자막 오역 논란+해명기사 추가 [12] 빠삐용 2014.04.14 5358
121482 지금 최고의 사랑... 차... 차승원. [19] 스위트블랙 2011.05.04 5358
121481 2년 간의 연애에 끝이 보이는 것 같아요 ㅜ [26] nyanko 2010.11.18 535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