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올려주신 고양이는 쓰다듬기를 싫어한다? 논문이 하도 어이없어서 찾아보았습니다.

과학논문들이 가쉽거리처럼 기사화되는 데 얼마나 많은 정보들이 왜곡되고 재창조(!)되는지 살펴봅시다.


해당논문을 기사화한 것은 다음의 링크의 해외 기사인 것 같습니다.

http://www.heraldsun.com.au/lifestyle/home-garden/your-cat-might-actually-hate-being-petted-new-research-suggests/story-fni0dm3h-1226734952702

국내 기사는 이걸 번역한 것 같구요.

내용은 국내기사나 해외기사나 얼추 비슷합니다.


아마 해당 논문은 

Title:Are cats (Felis catus) from multi-cat households more stressed? Evidence from assessment of fecal glucocorticoid metabolite analysis.
Source:

Physiology & behavior [0031-9384] Ramos, D yr:2013 vol:122C pg:72 -75

일겁니다.


이 논문의 제목을 번역해보면

[다수의 고양이를 키우는 고양이가 (홀로 키우는 고양이에 비해)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가? 배변 중 GCM분석을 통한 평가] 입니다.

즉 이 논문은 고양이가 쓰다듬기를 좋아하는지, 빗질을 좋아하는지 등에 대한 것이 매인 포커스가 아닙니다.

또한, 초록에서 밝히는 바에 의하면 '알려진 바에 의하면 고양이들은 여럿이 키우면 왠지 스트레스 받지 않겠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말하길, 여럿이 키우면 지들끼리 서열을 정해서 오히려 좋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잖아? 우리 이거 함 밝혀볼게' 가 취지입니다.

결코 저자들이 '아 고양이는 혼자 사니까 여럿이 살면 스트레스 받겠지!!" 라고 가설 세운 건 아닙니다. 


이 연구에서는 고양이를 키우는 집을

그룹1. 한마리 키우는 집.    그룹 2. 두마리 키우는 집.     그룹 3. 3-4마리 키우는 집으로 나누어서

각각의 고양이들에 대해서 주인의 주관적인(!) 평가 : 고양이가 착한지, 말썽피우는지, 고양이가 빗질할 때 좋아하는지 등의 요소를 평가한 후

요러한 요소들 (그룹 1-3 에 속하는지 여부, 주인의 평가 여부)와 배변 중 스트레스 대사산물과의 관련성을 본 것입니다.


사실 스트레스 연구에서 생물학적 대사산물을 결과물로 살펴보는 것은 좀 위험합니다.

코티솔이라던가, 혈압변이라던가, 맥파 분석 등 여러가지 스트레스를 알아보고자 하는 도구들이 있지만 모두 완전한 것들은 아닙니다.

위에 적힌 배변 중 GCM이라는 결과물도 그러하지요. 


"아, 뭔가 핏속에서 하나 딱 뽑아내서, 이게 스트레스/암/각종 질병을 완전히 진단할 수 있으면 좋겠어!" <---요런 바람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죠.


아무튼 이 논문에서 위의 고양이가 쓰다듬기, 빗질당하기를 좋아하는가? 결과에서는

글쎄요...결론적으로 이 논문에서는 사람이 쓰다듬거나 빗질하는것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유의한 차이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힙니다.


요 부분이 약간 의미있다고 하는 곳인데요...

For the variable appreciation of being pettedthere was no interac- tion with Group, but, there was some evidence of a potential main effect (F(2;46) = 2.67, p = 0.080) revealing a significant difference between the categories dislikingand toleratingpetting (F(1;46) = 5.26, p = 0.027), with subjects believed to tolerate this activity having higher GCM concentrations. 


이 부분을 보면, 고양이가 만질 때  '참는 것 같다' 고 한 군이 '싫어하는 것 같다' 고 한 군에 비해 스트레스 산물이 높다고 확인했습니다.

아마 이 부분만을 발췌해서 기사화한 것 같군요.


하지만 '참는 것 같다' 와 '싫어하는 것 같다' 에 어떤 서열적인 차이가 보이시는지요?

이러한 범주는 1등, 2등, 3등 식으로 완전히 서열이 갈리는 척도는 아닙니다.

차라리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는 고양이가 스트레스는 덜받고, '으으 싫어하지만 쥔장이 만지니 내가 만짐당해준다' 고 생각하는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더 받는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연구고 뭐고, 지금 제 발밑에서 고로롱 거리며 꼬리를 살랑거리는 우리집 고양이가

스트레스고 뭐고 완전 만족 상태라는데, 참치통조림 1개와 사료 한 푸대 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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