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9 21:37
아마 수영 관련 글로는 마지막 팁이 되지 싶습니다. 올해 중급 팁을 한참 쓸 때만 해도 언젠가 제가 고급 영자가 되면 그 수준에 걸맞는 팁을 쓰려고 했지만, 요즘은 그 정도 수준이 되면 글로 쓴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원래 선무당이 제일 말이 많은 법이지요 ㅎㅎ
1. 잠영, 혹은 무호흡 수영은 수영 스킬의 발전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제 경험으론 수영에서 힘빼는 느낌을 찾는 데 이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잠영 혹은 무호흡 수영을 하면 어느 지점 혹은 어떤 동작에서 호흡이 가빠지는 지 금방 알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훈련들은 자신의 호흡을 관(觀)하는 전통적 수련 혹은 수행들과 닮아 있습니다.
2. 잠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수다한 자료를 살펴 보아도 아주 자세한 표준적 훈련 과정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유는 잠영은 프리다이빙이라는 다이빙의 한 분야로 묶여 있어서 노하우 개방이 안된 것도 있고 무엇보다 개인차가 크기 때문으로 봅니다. 따라서 아래 설명은 몇가지 새어 나온 것들을 그림 맞추기 수준으로 제가 추론하여 연습한 것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1) 수영장 바닥에 앉기 : 숨을 다 뱉어 내고 수영장 바닥에 앉아 봅니다. 숨이 찰 때까지 바닥에서 안 떠올라야 합니다. 대체적으로 남자들은 근육량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여자들은 잘 안되는 데 남여 공히 몸 속에 있는 공기를 최대한 뱉어 내야 합니다. 의외로 몸에 축적된 공기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인간이란 게 공기에 대해 욕심이 많은 존재란 것을 알게 됩니다. 남자들은 몸이 가라 앉아서 문제고 여자들은 몸이 떠서 문제인게 수영입니다.ㅎㅎ
2) push -off 후 바닥에 붙어 있기 : 위 과정이 좀 되면 push-off 으로 출발 후 접영 드릴의 stone-kipper 드릴로 팔을 안쪽으로 당겨서 수영장 바닥 도달 후 붙어서 뜨지 않게 연습합니다. 이 과정은 출발 후 움직이면서 몸에 축적된 공기를 다 뱉어 내는 것을 익히는 과정입니다.
3) 접영킥 붙이기 : 위 2번 과정 후 돌핀킥을 붙여서 최대한 가 봅니다. 처음에 돌핀 킥으로 연습하는 이유는 잠영은 결국 몸이 자꾸 떠오르는 경향과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상체가 자꾸 떠오르는데 이걸 누르는 킥은 돌핀 킥이 제일입니다. 이 과정에 부수적으로 접영의 웨이브에 대한 확실한 감이 옵니다. 접영 웨이브가 안되시는 분, 이거 하시면 바로 감이 옵니다. 몸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에 킥만으로는 안된다는 걸 금방 느끼게 되고 결국 몸통 웨이브를 쓰게 되어 있습니다.
4) 다양한 킥으로 25미터 잠영이 가능하게 만들기 : 처음은 돌핀 킥(실제로는 웨이브), 두번째는 플러터킥(자유형 킥). 최종적으로는 평영킥 만으로 25미터 잠영이 가능하게 연습합니다. 목표는 킥만으로 25미터를 넘고 턴하고 37.5 미터 까지입니다. 턴으로 약 8미터 정도가 가능하므로 호흡이 통제가 된다면 4.5미터 정도만 추가 킥이 소요됩니다.
5) 완성 목표 : 위 과정이 끝나고 킥이 익숙해진 상태에서 팔 젓기를 붙이면 50미터 잠영이 가능합니다. 이것은 한국 프리다이빙 공식 기준 3단계에 해당하고 대개의 위험 요소가 감당이 되는 수준입니다. 제가 속해 있는 수영 관련 카페 최고 기록은 116미터입니다^^
6)잠영연습의 위험 요소 : 수영장에서 잠영 연습을 하면 언제부턴가 옆레인에서 주시하는 강사들의 눈길을 느끼곤 합니다. 조심해야 할 것은 소위 black-out증상입니다. 반드시 잠영한 시간 만큼 호흡을 회복하십시오. 25미터 잠영에는 약 40-50초가 소요됩니다. 1:1의 원칙을 준수하시길 바랍니다.
3. 무호흡 수영을 연습합시다
배영을 제외하고 다른 3가지 수영 영법은 인위적 호흡 스킬을 그 과정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호흡이란 게 참 계륵인데, 제가 해 본바로는 아예 처음부터 무호흡을 전제로 하고 연습한 기간이 길수록 소위 '훔쳐서 호흡'하는 게 익숙해 집디다. 그래서 전 요즘 3가지 영법(자유형,평영,접영)에 무조건 25미터 무호흡을 기본으로 연습합니다.
호흡이 전제되지 않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집니다. 호흡이 딸리는 그 시점에선 그냥 멈추어 서면 됩니다. ㅎㅎ 누가 우리를 25미터 꼭 가라고 지시한건 아니잖아요?(아 아니다 강습수영은 어쩔 수 없겠지요). 그런데 잠영보다도 이 무호흡 수영이 결정적으로 수영에서 힘빼는 느낌을 알게 합니다. 힘뺀다는 게 호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연습방법은 간단합니다. 어떤 영법을 하시던 간에 스트록 수 몇 번을 무호흡으로 가능한지 해 보시고 그걸 자꾸 늘리면 됩니다. 기준을 제시한다면 25미터를 자유형의 경우 16스트록 이내. 접영과 평영은 8스트록 이내 무호흡으로 들어 올 수 있게 연습하는 겁니다.
4. 한가지 글만 더 쓰고 나면 아마 이렇게 장문의 글은 듀게에는 더 안 쓸 듯 합니다. 어차피 구구절절하게 무언가를 같이 나누기엔 저도 늙었고 시대도 따라갈 수 없게 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듀게가 오래 오래 유지되길 바랍니다. 내 아이가 그걸 보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었거든요 ㅎㅎ
좋은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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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앉아있기는 어렵겠어요 목욕탕에서도 떠오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