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안전 염려증

2010.09.02 00:21

클로버 조회 수:2672

아버지는 늘 안전한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세요.

집의 방범 단속과 같은 것이요.


주인 없이 돌아가는 선풍기나 똑똑거리면서 떨어지는 물도 참을 수 없어 하시지만

문이 열려있는 상태로 외출하는 것, 혹은 외부로 부터 침입에 노출되도록 보여지는 것에 대한 걱정을 너무 많이 하시죠.


외출하시다가 문을 잠군것이 맞는지 3번씩 되돌아와 확인하신 적도 있다고 하세요.

집에 들어왔는데 꼬리가 길어 현관문을 잠겨있지 않은 상태로 두면 마치 도둑질이라도 한 것 처럼 나무라시고요.

저희 집에는 걱정할 만큼 덜렁대는 성격의 사람이 없는데도 끊임없이 걱정하세요.


할머니와 함께 살때도 그런 이유로 할머니가 외출을 하지 못하셨었어요.

억지로 못나가게 가둬둔건 아니지만 한번 나가실때마다 집이 비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불평을 하시니 할머니가 집을 비우면 안된다고 생각하게 되셨죠.

지금은 할머니가 저희집에 안계신데, 집에 상주하는 사람이 없게되자 문제가 더 두드러져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저희집은 이제 불을 끄지 않아요.

모든 방의 불을 다 켜놓는게 아니라 매일 나갈때 마다 다른 위치에 불을 켜놓으세요.

비가오는 날엔 1층인 집 안이 보일 수 있으니 마루의 불은 끄고 방에 불을 켜요.

화창한 날에는 커텐을 걷어두고 나가지 않으면 밖에서 볼때 사람이 없어 보이지 않냐고 화내시고요.

할머니가 요양원에 가셨는데 아파트 사람들 모두가 할머니가 집에 있는 것으로 알도록 할머니 방에는 늘 불을 켜두세요. 밤에 잘시간되면 가서 끄세요.

할머니가 계실때에 라디오를 틀어놨던 것도, 계속 틀어놔요. 손님이 많아지거나 시끌벅적한 날에만 끄시죠.

아무리 바빠도 우편물을 하루라도 수거해 오지 않으면 빈 집인걸로 보이니 도둑이 든다고 해서 저는 회사에 지각을 해도 우편물, 우유, 신문을 챙겨야 해요.


보통 가장 늦게 출근했던 제게 매일같이 문은 이렇게 잠그고 나가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지금은 부모님 두분이 이제 일을 하지 않게 되고 어머니가 아프셔서 서울 밖에 요양차 나가 계신 날이 주에 반정도 되는데

퇴근시간 무렵에 집에 가는 시간을 물어보시고, 집에 가면 불은 어떤걸 켜놨으니 꺼라. 문은 잘 잠궈라, 집에가서 전화를 다시해라. 를 꼭 말씀하세요.

시긴 전화를 하지 않으면 화를 내세요. 집에 간 이후 또 챙길게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침에 출근전에도 전화를 꼭 하라고 하세요.

몇번씩 현관문, 집의 조명관리, 외부 배달물 관리 등을 확인하시고 나서야 안심이 되시는 듯 해요.


위에 적은것 처럼 저도 덜렁대지 않는 편이라 단 한번도 집에 들어오거나 나가며 실수로 문을 열어둔 적이 없으니까요.

실수가 많아 챙기는게 아니라 그냥 본인이 안심이 안되서 확인을 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게 하루이틀이지... 슬슬 저도 스트레스 받고 통화할때 다 잘 챙겼다고요! 하고 버럭 화를 내게 될 때가 생겨요.

어머니도 아버지의 이런 행동때메 짜증나고 불편하다고 몇번이나 제게 투덜거리셨고요.


건강 염려증 같은 것은, 그것도 60평생을 그렇게 지내신 분이 고치긴 힘든 거겠죠?

주변 사람의 노력 만으로는 본인의 의지가 없는 경우에는 어렵다고 알고 있어요.


그러려니 하고 제 마음을 다스리는게 답이라는건 알고 있는데, 잘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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