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주저앉을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끝이 보이는 만남에 대한 글을 쓴적이 있었지요..

그 사람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니 만나는거지만, 사실 끝은 예정되어있는거지요.

그게 뭔 호랑말코 같은 얘기니, 하시겠지만

그렇게 되었네요... 그 호랑말코가 되었어요.

 

내가 헤어지자고 해놓고 정작 남자친구가 너를 정리해줄게, 하면서 찾아온 날

너무 슬퍼서 참지 못하고 듀게에 난삽한 이별의 글을 찌끄리고

그리고 혼나고 어느 순간엔 부끄러운 마음에 글을 지우고 괴로워하더니

삼일도 아니에요. 이틀이 지나니 다시 또 지낼만해지더라구요.

 

속으로는 이거 완전 엉망진창이구나, 싶으면서도 어쨌든 멀쩡하게 시간을 보냈어요. 눈물도 안 흘리고.

오히려 좋아하고 있던 사람을, 이별을 결심하게 했던 사람을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이번 월요일에 새 자취방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이사를 도와준 친구들을 대접해보내고 밤 9시쯤

전기가 들어오는 기구란 가스렌지와 냉장고, 세탁기가 전부인 방안에 정말 멍하니 앉아있는데

문득 그 사람이 너무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원래 일주일에 두번정도 보긴 하지만

지난주에는 일이 있어서 나오지 않았으니 한번정도 밖에 못 봐서 그런지

너무 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찾아갔어요. 왠일이니? 하면서 반갑게 맞아주었지만 곧 손님이 몰려와서 저는 그냥 컴퓨터나 하고 있었지요.

그렇게 30분 정도 있다가 안되겠다. 하고 그냥 일어섰어요. 저한테 잘가라는 말도 못할만큼 바쁘게 있어서

서운했지만 별수 없지 하고 집으로 오는데, 나중에 문자를 하더라구요. 놀러왔는데 놀아주지도 못하고 미안하다고.

그 문자를 보는데 왠지 울컥해서. 그냥 갑자기 너무 울컥해서. 정신을 반쯤 잃은 상태로 문자를 보냈어요.

내가 보고 싶지 않았냐고...

 

그랬더니 한참 답장이 없어서, 와 참 나도. 에라이 미쳤지. 하고 있는데

"괜히 슬퍼지게 ㅋㅋ 잘자." 하고 문자가 오더군요.

이게 뭔 소리인지 알수도 없고 알기도 싫어서 "슬플것도 많으시네요 ㅋㅋ" 하고 답장 보내고 샤워하러 들어갔어요.

 

분노의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전화가 오더라구요. 그때가 밤 12시쯤.

깜짝 놀라 받아보니 집 앞에 와 있다고 잠깐 내려와 보라고 하더라구요.

내 집은 어떻게 알았나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집을 소개해준 같은 알바하는 사람에게 물어봤더라구요.

 

여튼 나가봤더니 한참을 그냥 얼굴 보러 왔다느니 라는 소리만 늘어놓더군요.

그때... 그래도 이 사람을 이렇게라도 잠깐이라도 보니깐 좋다는 생각과 함께

그래서 뭘 어쩌자는거냐 왜 온거냐 하는 마음에 왠지 서운함과 짜증 비슷한 감정이 확 밀려와서

완전 퉁명스럽게 할 말이 있으신것 같은데 빨리 하고 가라고 했어요.

차인다면 1초라도 빨리 차이는게 낫겠다 싶어서요.

 

그런데... 너를 좋아한다고 말해주더라구요.

그때. 그때.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잠시간의 적막이 깨지기 전에, 그런데 2-3개월 후면 지방으로 가야된다고.

그곳에서 일을 구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너와 사귀기엔 너무 미안하다면서.

그런 장거리 연애를 하기엔.. 준비가 안되었다면서.

지금은 내가 내일 없어져도 며칠 속상하고 말겠지만 너랑 사귀고 헤어지고 나면 너무 속상할것 같다느니

자기보호지 비겁하지 미안해 라는 소리를 하며

그냥 이대로 지내면 안되겠냐고

아니면 어색하게 지내는건 싫지만

그래도 어느쪽이든 네가 하자는대로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그 사람은 그렇게 길게 뭐라뭐라했지만,

저는 그걸로 되었다고 했어요. 날 좋아한다니, 그걸로 되었다고.

2-3개월이라도 잘 지내자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만나게 되었어요.

 

친구가 황당하대요. 너는 4년전에 전 남자친구 만날때도 일주일후면 군대가는 얘 내가 괜찮다고 해서 사겨놓고

이번에도 뭐 이런 연애를 시작하냐고. 뭐가 이렇게 불안정하냐고.

그 말에 저는 맞아. 그런데 뭐 어때, 난 이럴건가봐. 라고 해버렸어요.

 

어떤 분말대로 그 사람은 선수일수도 있고,

그냥 2-3개월 만나다 말 여자친구 만들어놓은걸지도 모르고

저는 낚인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설령 그렇다고 하면 또 어떨까. 그런거 있죠.

난 이 사람이 좋은데... 내가 이 사람이 좋은데, 내가 이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그런 생각만 하고 있어요. 그 사람이 안아준다면, 키스해준다면, 그걸로 족한거에요 정말로.

꼼데야 하면서 불러주면 너무 좋은거에요 그냥...

태풍이 심하게 온 날 그 사람이 제 집에 왔다 갔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조금 긴 시간을 있다 갔어요.

그때 제 손을 잡아주는데, 저를 안아주는데, 제게 입맞춰주는데 그게 너무 좋은거에요.

충분해.. 이거면 됐어, 지금 이렇다면 더 바랄게 없어. 그런 말이나 하고 있고.

 

그런데 사람의 욕심이라는게 참.. 희한하네요.

오늘은 길을 걸어가는게 그런데 문득 슬퍼졌어요. 2개월 후면, 11월이면 그 사람이 옆에 없겠구나.

 

그때 듀게에서 본 댓글이 생각나는거에요.

다른 사람 눈에 피눈물나게 하면 그게 돌아온다고. 특히 연애에서는 100%라고. 

맞아요. 100%에요. 저는 11월이면 그 사람이 떠나면 피눈물이 나겠지요...

그래도 그 시기까지는 그 순간을 상상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이별하게 될때 그때 제 마음이 어떨지... 상상하게 되네요.

얼마나 공허할지. 3개월이라니. 한창 정붙고 그럴때 그 사람이 없다니.

너무 보고 싶어질때, 가장 보고 싶어질때 그 사람이 없다니.

 

제가 지고 들어가는 연애.

제가 선택했다지만,

제가 선택한거지만

각오했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이별을 상상하고 싶지 않아요. 단련을 해야 하는데, 하고 싶지 않네요.

 

그래도 그 사람이랑,

길을 가다가 주저앉을만큼 좋아하는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된거 후회하지는 않지만요...

저를 위한거니깐요. 제 감정을 위한거니깐.

 

아 저 졸업반이라 이제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인데

어쩌자고 이 사람이 나타난건지.

정말 그 사람 생각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데..

너무 덤덤하게 적고 있지만, 아니 사실 완전 질척거리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너무 제 마음과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어요.

하지만 이 꽉 찬 느낌을 절대 게우고 싶지는 않아요.

 

그 사람을 생각하면 가만히만 있어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아 어쩌다가 이렇게 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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