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8 22:25
어머니가 생신을 맞아, 절에 가고 가서 자랑할(;;) 큰 케잌이 필요하다고 징징징 하셔서
직접 만들어 주겠다고 공언해 버렸습니다.. (늘 이럽니다. 실력도 경험치도 쥐뿔 없으면서 어려운거 덥석 시도하다 수습 못하고 무한 헤매기...;;;)
무려 3단케잌을 만들려고 작정했는데,
하층은 크고 둥근 단호박무스, 중간은 커피맛 버터크림에 가나슈가 코팅된 정사각형(일명 오페라),
꼭대기는 귀여운 돔모양의 치즈크림을 엎은 당근케잌으로..
그리고 이틀동안 좁은 집안을 난장판을 만들면서 이리저리 뛰긴 했는데,,,
오늘아침에 급히 개봉박두를 시키자,
정사각 케잌은 버터크림 바르고 냉장고에 충분히 굳혀서 가낫슈를 입혀야 했는데
시간없다고 서두르다가 크림위에 바로 뜨뜻하게 녹인 초콜렛을 씌우니
크림과 초코가 마블처럼 뒤엉켜서 기하학 무늬를 이루었고..
몸에 좋은 호두와 당근이 듬뿍 들어간 돔모양 케잌은
가정용 미니오븐 안이 좁다고 아우성을 치더니,
겉은 딱딱하고 중간은 완전히 설익어 주저앉아 깨진 도넛같이 되었는데
다시 만들 시간이 없어서 안 익은 부분을 숟갈로 야금야금 파내고 치즈크림 코팅을 시도했으나,
웰빙재료 쓴답시고 설탕 대신 꿀+올리고당으로 간을 맞춘 탓인지
치즈크림이 묽어져서 아랫층의 초콜렛 바닥을 침범하고 말았어요..-_-
단호박 씌운 놈은 그나마 평범한(;) 빵의 형체를 이루었지만
2층, 3층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탓인지
시간이 갈수록 높이가 얇아지고 호떡처럼 옆으로 퍼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어떡할래, X팔리면 가져가지 말고 그냥 제과점 가서 사갖고 가.."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엄마께 이렇게 말했더니
그래도 제 손맛(;)이 들어간 창조물인데 버릴순 없다고
보자기에 싸서 절에 가져가셨어요.
조금전에 전화해서 사람들한테 망신 안 당했냐고 물었더니
볼 때는 다들 심란한 얼굴이었는데
먹어보더니 생긴건 그래도 맛은 좋다고 잘들 먹었다네요 - -;
그리곤 앞으로 집에서 이런거 만들지 말라고...;;; <- 이게 결론이네요 -_-
시폰도 조금만 높게 만들었다간 일반 케이크 상자에 제대로 안들어가던데.
(시폰 전용 상자가 가게에 있긴 했지만... 상자 하나에 2500원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