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과 자기만족

2010.09.09 16:35

와구미 조회 수:4110

자신의 소득수준 안에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라면 사람들이 명품을 사건 말건 별 관심 없는데, 그게 다들 비슷비슷하고 천편일률적인 제품(특히 가방)들을 착용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이해가 잘 안됩니다.

 

소위 3초백이라고 불리우는 로고가 잔뜩 박힌 갈색 루이비통 가방이라든지 번쩍번쩍 빛나는 커다란 금속로고가 박힌 샤넬 가방이라든지 다들 비슷비슷하고 별로 예뻐보이지도 않는 가방들을 다들 하나씩 메고 다니는 자주 봅니다. 같은 명품중에서도 개성적인 디자인에 예쁜 것들이 많을텐데 왜 다들 비슷한 것들을 열심히 하고 다니는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로고가 눈에 잘 안띄고 전형적인 디자인이 아니면 사람들이 명품임을 몰라 볼거 같아서인지, 그게 명품 라인중에서 가장 저렴한 라인의 제품이라서 많이들 사는 건지,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게 그런 것들밖에 없어서인지, 사실 들고 다니는 것들 대부분이 짝퉁이고 짝퉁의 라인업(?)이 다양하지 못해서 생긴 결과인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자기만족 때문에 명품을 구입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 경우에서는 별로 해당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유행을 좇는 현상을 자기만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명하긴 힘들죠.

 

자기만족이라는 말이 나온 김에 다른 이야기를 더 이야기를 해보죠. 인간사회에서 복식은 신체의 보호라는 1차적 기능보다는 미와 계급을 나타내는 2차적 기능을 중시하기 때문에 사회적 기능을 제외하고 복식에 대해 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회적 기능 중 특히 성이 여기에 차지하는 비율이 높죠. 인간이 여전히 사회적 동물이라고 해도 만약 무성생식을 하는 종이었다면 인간종에게 미(美)라는 개념은 상당히 희박해졌거나 아예 생겨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물세계에서도 많이 관찰되듯이 개체의 직접적인 생존과 관계없거나 오히려 생존에 해를 끼치는 형질 -이성에게 미를 과시하는- 들이 성선택에 의해 극적으로 발달되어 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볼 때, 아무리 자기만족이라는 이유를 갖다대도 그 기저에는 자신을 선전하려는 과시적인 욕망이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만족을 위해서 명품을 구입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도 지구상에 인간이 자신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면 별로 명품으로 치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겁니다. 비단 명품뿐만 아니라 패션과 관련된 상품을 100% 순수하게 자기만족적인 이유만으로 구입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믿습니다. 패션이란, 외부의 장치를 이용하여 자신의 미와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간의 발명품이고 명품은 그것을 좀 더 돋보이게 해주는(또는 돋보이게게 해준다고 믿는) 특별한 도구인거죠.

 

덧.  오해하실까봐 첨언하는데, 여기서 과시적 욕망은 주체가 그것을 전부 의식하고 행동하는게 아닙니다. 의식적 수준에서는 정말로 자기만족적인 이유로 구입하는 것일 수 있겠지만 진화심리학적 이유로 그 기저에 깔려있는 심리에는 좀 더 돋보이고 싶은 과시적 욕망이 있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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