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나는 정부를 믿는다"

2010.09.15 00:28

mily 조회 수:2028

http://gujoron.com/xe/column/114085

 

(중략)

 

그런 견지에서 볼 때 나는 정부의 천안함 발표를 일단 수긍한다. 까놓고 이야기해서 여러 의문점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정보로 볼 때 좌초설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이 워낙 이랬다 저랬다 하는 판이라 좌초설로 반격하는 행동 자체는 필요하다. 그것은 정당한 이의제기다.

 

   천안함 발표가 얼마나 모순에 가득차 있는지는 미디어 오늘이 소상히 밝혀놓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른 것이다. 나는 정부의 발표를 원칙적으로 믿는다. 다만 내부모순을 지적하자는 거다. 모순이란 곧 자신이 자신을 치는 것이다. 그건 비합리적 행동이며, 이런 자는 같은 편이라도 함께 손잡고 일을 할 수가 없다. 자기 발등을 찍는 자는 남의 발등도 찍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국민 과반수가 천안함 발표를 믿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게 다 빨갱이들의 선동 때문인가? 아니면 국방부가 엉터리 행보를 계속해서 불신을 쌓아온 결과인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왜 한명도 없는가?

 

   정부 발표가 맞다면 국민 과반이 졸지에 역적이 된 셈이다. 왜 이렇게 신뢰를 잃는 행동을 했는가? 뻔하다. 처음부터 결론을 내려놓고 짜맞추는 형태로 보고했기 때문이다. 모르는건 모른다고 하면 되는데, 누가 질문을 하면 ‘아 이건 이래서 그렇다’고 엉터리 설명을 하고, 나중 그게 아니라는 증거가 나오면 또 임기응변으로 둘러대고, 이런 식으로 갈짓자 행보를 한 것이 수십 가지도 넘는다. 왜 이러한 잘못된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자가 한 명도 없는가? 이건 국민을 바보 만든 거다. 왜 국민이 혼란과 불신에 빠져야 하는가?

 

   가끔 국민이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어 전 국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자들이 있다. 그게 독재정권이다. 이와 마찬가지다. 정부 발표를 순진하게 믿은 국민은 금방 ‘이 산이 아닌게벼’하는 보도가 나와서 뻘쭘해지고, 불신한 국민은 졸지에 빨갱이로 몰리고.. 결국 피해보는건 국민 뿐이다. 왜 국민이 피해를 봐야 하는가? 왜 미리 국민을 배려하여, 국민의 혼란을 막는 행동을 하지 않았는가? 왜 이 중요한 본질에 대해서 책임지려 하지 않는가?

 

   스크류가 왜 휘어졌는지는 정부도 모른다. 모르는건 모른다고 해야 한다. 1번 글자가 왜 지워지지 않았는지 정부는 모른다. 제대로 아는게 하나도 없다. 왜 대충 둘러대고, 대충 해명하고, 생각없이 변명하고, 수시로 말바꾸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가? 이것만으로 정부는 탄핵을 열 두번 받을 짓을 한 것이다. 이건 중죄다.

 

   모르는 것은 모르겠다고 하고, 더 연구해서 알아보겠다 기다려 달라고 하고, 빼도박도 못하는 정확한 답이 나오면 그때가서 최종적으로 북한의 소행이라고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순서가 바뀌었기 때문에 엉망이 된 것이다. 피해자는 어리둥절해진 국민이다. 이 부분에 대해 책임지라는 거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첫째 46명이 전사했다면 분명 전쟁이 난 것이고 당연히 군사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 그런데 왜 보복하지 않았지? 답은 분명하다. 100퍼센트 확실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소행으로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정도에서 끝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애초부터 명확한 증거가 다 나온 것처럼 해놓고도 전혀 보복을 하지 않는다. 선거를 의식하고 이중 플레이를 한 것이다. 최근에는 다시 북한과 관계개선을 할 것처럼 하며 간보기 초식으로 국민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이건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이다. 비합리적 행동이며 자체모순이다.

 

   둘째 경계에 실패한 병사들을 왜 처벌하지 않는가? 어뢰를 맞는 순간까지 소나를 듣지도 못하고, 물기둥을 보지도 못하고, 화약냄새도 맡지 못하고, 휴대폰으로 가족과 통화나 하고 있었다는게 말이나 되는가? 왜 처벌을 받아야 할 병사들이 포상을 받는가 말이다. 이건 분명 잘못된 결정이다.

 

   셋째 국방부 장관은 어떤 처벌을 받았는가? 이건 정말 경악할 일이다. 북한은 세계 최초로 버블제트 어뢰공격을 성공시켜서 한국에 대해서 비대칭 전력을 확보하고 일정부분 군사적 우위에 선 것이다. 그동안 국방부는 뭐하고 있었지? 굉장한 안보위기다. 지금이라면 북한 잠수함이 부산을 공격한다 해도 할말없는 거 아닌가? 그냥 당하고 있어야 하나? 국민은 불안에 떨면서? 국민은 불안에 떨기 싫어서 정부발표를 안 믿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래야 하나? 이게 맞는 행동인가? 어째야 하나? 정부를 믿고 라면을 사재고 금괴를 모으며 매일매일을 불안에 떨어야 하나 아니면 정부를 불신하고 평소처럼 생활해야 하나? 국민은 자신이 편안히 살기 위해서 정부를 불신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게 누구 책임인가?

 

   전쟁이면 전쟁, 평화면 평화, 일관되게 가야 한다. 치고빠지기 하며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모면하려고 하면 안 된다. 지자체 선거 전에 정부는 분명 전쟁이 일어났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와중에 국민만 바보가 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10년간 안보와 관련하여 희생된 숫자와 이명박 2년간 희생된 숫자를 비교해보라.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 좀 보자는데 그게 그리도 힘든가? 모든 책임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져야 한다. 오락가락한 것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타블로 소동, 신정환 거짓말, 무려 차기 대권을 노리는 MC몽의 손바닥으로 하늘가리기 초식, 최희진의 횡설수설, 명품녀 김경아의 거짓말 등으로 국가 전체가 완전히 사기공화국이 된듯 하다. 이런 현실이 이명박 정권의 속 보이는 임기응변식 정치꽁수들과 관련이 없다고 보는가? 슬프다! 임금이 처신을 가볍게 하니 신하들은 제멋대로 놀아나고 백성들은 진흙탕에서 이전투구를 하는구나.

 

   정리하자. 정부발표를 믿는다. 정부발표가 맞다면 이명박 하야, 내각총사퇴, 대북한 군사적 응징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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