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영화) 올드보이 보다 백여년 전에 씌여진 러시아 소설가 안톤 체호프(1860-01-29~1904 07-15)는


내기라는 소설에서 15년의 감금이라는 소재를 다룹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한 은행가가 15년 전의 파티를 회상합니다.


15년전의 그 파티에서는 사형제도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고가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독교 국가에서 사형제도는 비윤리적이라고 의견을 모았지만,


그 은행가만은 종신형이 더 비윤리적이고 더 비인간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사형제는 한번에 존재를 없애버리지만,

종신형은 천천히 죽이는 행위이기 때문에, 몇 분 만에 영원히 사라지게 하는 사형제가 더 윤리적이라고 강변합니다.

(은행가 양반은 종신제=스푼킬러 정도로 생각했던 모양입니당)


그때 한 용감한 젊은변호사가 끼어드는데, 종신제가 사형제가 둘다 비윤리적이지만 만약 하나를 고르라면 종신형을 고를것이고

당장 죽는것 보다는 낫다고 말하면서요. 


그래서 둘은 내기를 하게 되는데


은행가가 변호사에게 5년을 버티면 이백만 루블을 주겠다고 하자


20대의 용감한 변호사는 그까잇꺼 15년도 ㅇㅋ 


은행가는 신나서 15년 콜 ㅋㅋㅋ (그것도 같은 보상금으로!)


이렇게 내기가 성립됩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를 체호프의 소설로 읽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내용을 패스해주세요



















변호사는 은행가의 집 정원에 딸려있는 독채에 갇히고 직업정신을 발휘하여 계약서도 씁니다.

약속한 날짜의 정해진 일시보다 단 1분이라고 늦게 나오면 은행가의 승.

편지나 신문은 볼수 없고, 면회도 금지.

독서와 술, 메모, 피아노 연주, 흡연은 허용.

필요한 모든 물품은 창문을 통해 지급.



변호사는 첫해에 괴로운 시간을 보내나, 그가 갇혀 있는 독채에선 때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기도 하고(물론 변호사가 연주한것)

감금을 계기로 금연와 금주에 성공도 합니다. 그 이유가 술을 마시면 디디알 같은게 하고 싶어지고

담배를 피우면 환기가 안되서;; 그리고 추리소설을 읽기도 합니다.


갇힌지 2년이 지나자 피아노소리는 안들리고, 

고전 소설을 가져오라는 변호사의 메모가 잦아집니다.

계약대로 은행가는 서책 무한공급


그렇게 5년이 지나고, 변호사는 독서하는 대신 뭔가 쓰기 찟고,

울기도 하는데 은행가는 하인을 통해서 모조리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6년하고도 반년이 지나자 변호사는 다시 왕성한 독서활동을 하는데 철학,역사책을 주로 읽습니다.

그리고 4년동안 독서량 600권 돌파를 하더니


은행가에게 자신은 득도를 했다며 자랑하는 메모를 보내기도 합니다.


10년째부턴 성경하나로 일년을 붙잡고, 그 뒤엔 종교역사, 신학을 탐독


마지막 2년동안은 다양한 독서.


한편,

그동안 은행가는 도박과 주식으로 사업이 기울어서 

200만불을 지급하면 파산이 확실해지는 지경에 이릅니다.



내기의 마지막 날밤.

은행가는 몰래 독채로 가서 앙상하고 털이 치렁철렁한 변호사의 해골같은 얼굴을 보면서

살인 충동을 느끼지만


그때, 메모지를 발견합니다.



방대한 독서로

깨달음을 얻은 자신에겐 200만불 따위는 의미가 없다며

책따위도 아무런 의미도 없고, 죽음 앞엔 모든것이 무력할 뿐이라며
추악한것을 아름답다고 혼돈하는 은행가의 삶에 일침을 날리기 위해

스스로 먼시간 먼저 독채를 나가서, 계약을 깰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 득도한 것이 맞는게 은행가가 자신을 몰래 죽이러 올 것을 알고,

메모를 남긴모양;)


은행가는 기승전病의 전개에 감격 눈물을 흘리며, 자고있는 변호사의 머리와 입에 키스를 날리곤 

메모를 몰래 꼬불쳐서 독채를 나오고 그대로 이야기는 끗





***


요즘 흥하는 구백만원 격리 알바 이야기가 구라인지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BBC에서 몇년전 더 심한 실험을 한 적이 있어요


피실험자에게 (빛을 포함한) 모든 외부 감각자극을 박탈 할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하는게 그 내용인데


내기 요약하다가 시간을 많이뺏겨서 이건 걍 링크로 대신;



Total Isolation / 1부작 / BBC
http://www.nudasim.com/zbxe/22358 (한글)

아래 링크에서 감상 가능.
http://video.google.com/videoplay?docid=536583671561908614#
http://www.bbc.co.uk/sn/tvradio/programmes/horizon/broadband/tx/isolation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66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9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301
488 광화문 교보문고 다녀왔어요. [21] moonfish 2010.08.29 5284
487 응4 정대만-삼천포-해태 잡담.(8화 스포 있음.) [10] 자본주의의돼지 2013.11.10 5126
486 슈퍼스타 K2 TOP11 합숙하면서 뭘 하나 했더니만... [20] Nemo 2010.09.15 5099
485 제가 유일하게 끝까지 다 못보고 포기한 영화는 단 하나입니다. [16] 지루박 2010.08.12 5097
484 우리집 주소는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국부은하군 은하수은하 태양계 지구 한국... [5] 데메킨 2014.09.11 5050
483 [광고] 제가 쓴 드라마가 방송됩니다 [38] 오롤로 2013.10.18 5026
482 추억의 코카콜라 88년 광고 [35] 슈삐유삐 2013.02.11 4953
481 2NE1은.. [12] 라인하르트백작 2010.09.15 4929
480 '응답하라 1994' 소품들 추억돋네요. [14] 자본주의의돼지 2013.10.14 4888
479 ㅂㄱㅎ [23] chobo 2012.07.08 4886
478 제임스 프랑코 에스콰이어 매거진 9월호 커버 [7] 보쿠리코 2010.08.13 4829
477 대륙의 고기 부페.jpg [17] 걍태공 2011.12.14 4799
» 원조 15년 격리 안톤 체호프의 단편 '내기', BBC 완전격리실험 (Total Isolation) [3] philtrum 2010.09.15 4780
475 위닝 일레븐 근처에 세븐 일레븐만 있으면 돼 그 순간 우리는 livin' in heaven [1] 코네티컷 2013.07.14 4752
474 오타쿠와 동인녀[15금] [11] catgotmy 2011.03.05 4732
473 바낭) 남자들의 옷차림에 관한 개인적 취향. [17] S.S.S. 2010.09.06 4699
472 [바낭] 매우 부정적이고 삐딱한 '응답하라 1997' 잡담 [18] 로이배티 2012.09.05 4680
471 다음카카오 고문변호사 짤렸네요. [6] 데메킨 2014.10.11 4668
470 롯데리아가 또 [16] 달빛처럼 2012.10.23 4660
469 [잡담] 7개월 넘게 짝사랑하던 그 분과, 오늘 마침내 밥을 같이 먹었어요 / 마법같던 순간. [11] 라곱순 2012.12.07 460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