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릴때 만났습니다.

열아홉살에 처음 만나서, 싫다고 하는 사람을 반년 정도 따라다녀서

스무살되던 봄에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에겐 처음 사귄 남자가 되는 거였고

저는 두번째 사랑쯤...

 

 

2.

그 당시엔 다 컸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참 어릴때 만났구나' 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20대 끝자락에 결혼을 할 때 즈음에는

 

'우리는 정말 조건같은 거 없이, 순수하게 만나서 결혼했어' 라고 생각하며

또 그런 말들을 하곤 했습니다.

 

 

 

3.

과외를 가르치던 시절에, 마님이 그렇게 이쁘지 않았으면

(당시 제 표현으론, "직접 본 사람중에 두번째로 이쁘다"고 말했었습니다. 당연히 첫번째 이뻤던 사람은 기억나지 않고요)

제가 6개월동안 따라다녔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외모라는 조건을 보며 따라다닌게 되는거죠.

 

또 그 당시, 갓 대학생이 된 마님은

제가 나름 명문대 소리를 듣는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면

거들떠나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귀고 나서도, 친구들이랑 같이 보는걸 부끄러워 할 정도의 용모였다고 하는 걸 보니... 정말 그랬겠죠?

여기서도 학벌이라는 조건이 들어가네요.

 

 

4.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간만에 로그인까지 하고 글을 쓰고 있는건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처음 만났을때 그냥 아무아무 조건없이 상대방에게 끌리진 않을꺼란 말이 하고 싶었나봅니다.

 

 

 

5.

그래도, 어찌 되었든 연애를 시작하고...

군대 26개월도 버티고, 정말 힘들었던 '직장인 vs 학생' 시절도 잘 버텨서,

햇수로 10년을 연애하고, 결혼생활 6년차 랍니다.

마님은, 연애 한 번 안해보고 결혼한게 아깝다고 하고

저는, 미팅 소개팅 한 번 못해본 게 더 아까운 거니 아쉬워하지 말라고 대꾸합니다.

 (마님은 제가 따라다니던 시절만 해도 미팅을 십수번 했으니...)

 

 

 

6.

결혼 즈음에

생각보다 쿨하셨던 장인장모님과, 또 생각보다 완고한 구석이 있는 어머니 때문에 살짝 힘들긴 했습니다.

그래도, 그런 것들보다 10년을 사귀고도 몰랐던 이면이 나타나는 신혼생활이 더 힘들었던 것 같네요.

연애하면서 싸운 것보다, 결혼하고 6개월동안 싸운 횟수가 열배는 넘을 거에요.

 

 

 

7.

글이 길어지네요.

뭔가 화장실 가서 물도 안내리고 나오는 기분이지만,

우리 부부 이야기는 나중에 또 바낭하면 되겠지요.

퇴근 준비 잘 하시고, 남은 하루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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