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게시판에 자리양보에 관한 글을 읽다가 제 경험이 떠올라서요.
저는 서있는 걸 굉장히 싫어해서 (좀 못견뎌 합니다. 몸에 문제가 있는건지 정신적인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신호등도 서서 기다리느니 오래 걸어서 돌아가곤 해요. 다행이도 걷는 건 괜찮거든요^^;)
지하철이나 버스에 서 있으면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꼭 자리에 앉아가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데요.
그게 힘들 때가 있습니다.
바로 노약자들 앞인데요.
요새는 많은 노인분들은 경로석에 가기 떄문에 비경로석에 오실 일은 거의 없지만
버스는 그렇지가 않잖아요.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는데 할머니가 타시더라구요. 정말 무거운 짐과 함께.
너무너무 앉아가고 싶었지만, 우리 할머니도 생각나고, 우리 엄마도 생각나도,
나는 젊은데도 서서 못있는데 늙으면 더할텐데 생각이 들어서 일어났어요.
그랬더니 할머니가 한사코 다음 정거장에 내리니까 저보고 앉아가래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힘들다고.
그래서 짐이라도 잠시 들겠다니까 괜찮다고 땅에 내려놓으시더라구요.
그리고 다음 정거장이 되도, 그 다음 정거장이 되도 내리지 않으시는거예요...
문득 몇해전 엄마 말씀이 떠올랐어요.
언젠가 대중교통 이용하는데 어떤 학생이 피곤에 찌든 얼굴로 엄마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더래요. 그래서 자식들 생각나서 그냥 앉아가라고 그랬다고.
요즘 학생들이 얼마나 힘드냐고 도무지 쉴틈이 없는데 저기서라도 좀 쉬어야지 했다고요.
버스에서 제가 만난 할머니도 그런 생각이셨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엉거주춤 앉아 있으니 제 앞자리로 슬금슬금 가시더군요. 마침 그 때 그 자리에 앉은 학생이 일어났고 할머니 얼굴을 보더니 어쩔 줄 몰라하면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황급히 내리더라구요.
그 얼굴엔 죄스러움이 잔뜩 묻어났어요.
그리고 얼마 후 제가 내렸고 여전히 할머니는 버스에 앉아계셨어요.
현대는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세대들끼리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상당히 씁쓸하더라구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부터 노인까지 한 세대도 편한 세대가 없더라구요.
편한 인생이 얼마나 되겠냐면은 그래도 서로 연민과 각박함을 함께 느껴야할 정도로
이 시대가 빡빡하구나 그리고 그 빡빡한 시대 한 가운데 우리 모두가
힘겹게 서있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언제부터 자리 양보에 이렇게 빡빡해졌는지, 나보다 더 힘들 사람을 생각할 겨를없이
지금 내 몸 하나라도 잠깐이라도 편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는지,
그래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아픔과 힘듦은 외면하게 됐는지
그게 정말 개인의 탓인지...잘 모르겠습니다.
그것과 별개로, 저는 젊고 건강한 남자가 자리 밝히는 것에 대한 심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습니다.(저는 여성)
파리 메트로 안에서는 자리가 텅텅 비어있어도 서서 가는 남성들이 많고(금방 내리지 않아도) 물론 빈자리가 생긴다고 급하게 차지한다던가 하는 일이 없더군요. 마치 젊음과 건강을 과시라도 하는듯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