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와 양동근, 특히 김태희는 싸움 때와 마찬가지로 영화 홍보에 엄청나게 적극적이지만 9일이나 되는 추석연휴에 몰린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배급에 밀린 것 같습니다. 어제가 공식 개봉날이었는데 제가 본 씨너스 극장에선 첫날부터 교차상영이더군요. 예매율 봐서 극장확보가 수월하게 풀릴 것 같은데 과연 잘 풀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봐도 이번 추석한국영화 5파전(옥희의 영화는 빼죠.)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 같아요.

 

영화는 반들반들합니다. 목장우유 광고 보는 느낌. PPL을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했더군요. 특히 양동근과 김태희가 쓰는 분홍색깔의 같은 핸드폰은 그냥 광고같았습니다. 내용은 예상은 했지만 정말 너무 뻔하게 흘러갑니다. 새로운 시도가 아예 없고 너무 전형적이에요. 가장 문제는 김태희가 그랑프리 우승자가 되기까지의 재기과정,불굴의 노력 과정이 몽땅 빠지고 그냥 쑥 넘어간다는 겁니다. 김태희가 경마사고로 기수 일을 포기하고 제주도 갔다가 거기서 연애도 하고 양동근의 도움으로 재기를 다진다는 내용인데 구체적으로 묘사돼야 할 부분의 설명 없이 서울 장면으로 쑥 넘어와서 제주도에서 데리고 온 경주마 '탐라'를 타고 첫승에서 3위를 거두는 것부터 나와서 당황스러워요.

 

서울-제주도-서울-제주도-서울 식으로 로케이션이 진행되는데 배경장소가 바뀔 때마다 흐름이 툭툭 끊어집니다. 영상은 예쁘더군요. 화질 좋은 극장에서 보면 영화의 촬영진가가 더 근사하게 드러날거에요. 제주도 장면이 대부분인데 확 트인 맛이 나고 야외 촬영이 많아요. 경주장면도 이만하면 박진감 있었고요. 화면 만큼이나 김태희도 예쁘게 잡았어요. 연기도 무난했고요. 그녀의 미모를 알고 영화에서도 그 세계에선 여신 대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화 중반에 난데없이 김태희가 부른 영화 주제가가 배경음악으로 삽입됐을 땐 집중을 확 깹니다. 노래 제목이 '웃어요'였던가? 노래도 되게 못부르는데 그냥 크레딧에만 팬서비스로 집어넣을 것이지 영화 본편에 뭐하러 집어넣는지.

 

무엇보다 양동근이 배역을 그려진 배역 이상으로 살려냈어요. 영화 재미의 반은 양동근의 자연스러운 연기입니다. 정말 연기를 맛깔스럽게 하더군요. 중간중간 배역이 드러나는 아픔과 진심도 이렇게 정형화된 캐릭터임에도 뚝뚝 드러납니다. 김태희와 양동근 조화도 의외로 잘 어울렸는데 배역보단 배우들이 더 볼만합니다. 고두심과 박근형도 나오는데 나름 캐릭터가 있으나 영화흐름엔 별 도움 안 됩니다.

 

가장 큰 옥에티는 고두심과 박근형의 극중 나이와 시대입니다. 고두심과 박근형의 극중 나이를 보자면 도무지 시대랑 안 맞거든요. 이들은 어린 시절 평생 씻지 못한 사연이 하나 있었는데 제주도에서 1948년에 벌어진 민간학살 사건, 4.3사건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 위기의 순간에 박근형이 고두심을 버리고 가 고두심 다리를 불구로 만들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 1948년 시절에 둘은 10대 후반으로 설정된다는 겁니다. 그럼 이들은 대체 몇살? 양동근은 고두심 아들로 나오고 영화는 요즘시대가 배경이고 박근형과 고두심이 완전 꼬부랑 노인으로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영화의 극적사건과 화해를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소재를 끄집어내 꿰다맞춘 느낌이에요. 

 

전체적으로 몇년 전에 개봉했던 임수정 주연의 각설탕과 비교되는 부분이 많은데 둘다 뻔하고 기성적이지만 저는 각설탕보단 그랑프리가 좀 더 나았습니다. 배우 연기도 그렇고 비록 달력화보같은 촬영이긴 했지만 영화의 색감과 자연을 경치좋게 담아낸 촬영도 좋았고 삽입곡조차 연신 제비꽃 틀어 오그라드게 만든 각설탕보단 김태희의 웃어요가 조금,아주 조금 더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영화가 괜찮았다는 건 아닙니다. 그냥저냥 볼만한 정도.

 

김태희는 영화감독 출신으로 t.v드라마 연출했던 감독들과 작업을 자주 하네요. 아무장르의 작품이나 다 하는 양윤호 감독의 인맥으로 양동근,김태희가 캐스팅된 영화겠죠? 양윤호 감독이 14년 동안 꾸준히 작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게 한편으론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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