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찾아 대중교통을 두번 이상 이동하고 극장을 찾았습니다. 홍감독 영화는 2차 시장에서 보기가 힘든데다 개봉때에도 상영관이 적어서 접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강변에서 보려고 했는데 볼 수 있는 시간대에 관객과의 대화가 있는 이벤트 상영회차라 전석 매진돼서 볼 수 있는 시간대에 맞춰 코엑스 가서 보고 왔습니다. 현재 코엑스 12관에서 하고 있죠. 그나마 개봉날이었으니 극장을 고를 수 있었지 며칠만 지나면 더 찾아가야 할 것 같아 개봉날 맞춰 챙겨봤습니다.

 

소규모로 개봉하는 예술영화 관람이 그렇듯 관람 분위기 아주 조용했고 핸드폰 액정 불빛도 볼 수 없었습니다. 자막 다 올라가고 난 뒤까지 대부분의 관객들이 자리 지키고 있었습니다. 중간에 몇 명 나가는 관객도 있긴 했지만.

 

영화는 역시 홍상수! 였습니다. 이번에도 전작의 완성도를 넘어서네요. 영화의 구조와 여러 구조가 일치하고 어긋나고 맞아떨어지는 구성에 놀랐습니다. 대충대충 만드는 것 같은데도 결과물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짜낼 수가 있지? 하고 감탄합니다. 구성이 단순한듯 하면서도 무척 까다롭고 복잡한데 그걸 자연스럽게 풀어냈습니다. 옴니버스 같지만 다 연결돼요. 그 연결되는 시점이 마술처럼 신기하게 풀립니다.

 

음악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나 하하하처럼 음악 하나로 버팁니다. 각 내용의 오프닝 타이틀은 30년대 한국영화 오프닝을 보는 느낌인데 영화도 전체적으로 의도적인 낡은 느낌이 있습니다. 홍상수의 지난 1억짜리 영화들보다 더 낡은 느낌을 풍깁니다. 영화의 전체느낌은 20~30년대에 발표된 한국단편문학을 읽는 느낌이었어요. 3번째 막에 해당되는 폭설 후 내용은 조금만 내용이 보강돼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상영시간이 80분인데 4개의 영화가 일정한 상영시간은 아니에요. 폭설 후가 가장 짧습니다. 문성근이 토해내는 살아있는 낙지를 통해 문성근의 극중 심경을 비유하는 묘사도 훌륭했어요. 뜬금없는 상황설정도 있고 느닷없고 예측 불가능한 인물들의 행동도 여전하지만 그 안에서 인간성의 포착하는 솜씨는 여전히 놀랍습니다.

 

문성근은 극중 송교수 만큼이나 무척 지쳐보였습니다. 선입견 때문에 그런 거겠죠. 배우들 연기는 다 좋았는데 이선균 목소리는 너무 울림이 커서 종종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배우들이 입은 옷은 본인 옷이죠? 이선균이 입은 패딩이 따뜻해보였습니다.

 

원래 팜플렛 안 챙겨오는데 옥희의 영화 팜플렛은 가지고 왔습니다. 낱장짜리 팜플렛인데 종이 앞뒷면에 영화 줄거리가 다 들어있고 영화 해설도 있는데 영화잡지 해설서 못지 않게 자세하고 도움도 됩니다. 스포일러 싫어한다면 팜플렛 내용은 영화 다 보고 읽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전체 줄거리가 다 들어있거든요.

 

홍상수는 자기 영화는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성인남녀가 이해할 수 있다며 자체적으로 18금을 매긴다는데 이 영화도 역시 18금 등급이죠. 야하지 않은 배드씬이 하나 있긴 하지만 18금 수준은 아닙니다. 그냥 영화의 이해랑 상관없이 영화가 받을 수 있는 등급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어린 관객들 중 개봉관에서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도 있을텐데 만들었다 하면 자동 18금이니 그 점이 조금 아쉽네요. 해변의 여인이 15세 관람가였는데도 관객이 그렇게 많이 안 차서 결단을 내린걸까요?

 

이 영화는 본 제작비는 2천만원이었다죠. 촬영은 13일만에 끝났고요. 홍상수 초기 영화들은 투자상황이 괜찮았기 때문에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나 오 수정, 생활의 발견 같은 영화는 충분한 제작비로 원하는 것만큼 찍고 연습하고 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1억 미만으로 촬영해야 하다보니 기술적으로 보정을 많이 못하는 것 같아요. 이게 결국은 영화 흥행 때문인데 결정적으로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이후부터 홍감독이 완전 저예산으로 돌릴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극장전 부터는 배우들 개런티 챙겨주기가 힘들어졌죠. 옥희의 영화도 영화는 좋았지만 급하게 찍은 티가 많이 나는 작품이었어요. 다른 건 다 좋은데 화면 구도가 너무 안 맞아서 진짜 영화과 학생이 찍은 아마추어 촬영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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