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CGV 5관은 주로 작은 영화를 상영해선지, 이제는 홍상수 전용관이라는 느낌이군요.

벌써 세 편의 홍상수 영화를 거기서 봤어요.

같이 본 사람은 홍상수 영화같지 않다, 던데 저는 언제나처럼 아 상수쟈응, 언제나와 같군요 이러면서 봤습니다.

언제나 빠지지 않는 술상 앞에서 투닥이는 남녀 씬은 이번에도 몇 번 나왔죠.  다만 이번엔 소주병이 아니라 막걸리던데요. 

찌질한 수컷들이 완전 진지하게 사랑을 구걸하고 여자들은 새침하게 거절하는 듯하다가 마음을 받아주는 것도 동일.

자자마자 '사랑해 너 너무 예뻐요' 드립도 동일. 너무너무 한결같아서 계속계속 웃겨요.

도대체 이 불안하고 어설픈 남자들은 노년 장년 중년 청년 나이를 불문하고, 화가 교수 감독 학생 직업을 불문하고

왜이렇게 찌질하고 여자품을 찾아 파고들고 안겨 있으면서도 안절부절하고 불안하고 그러는 건지.

<밤과 낮>에서 홍상수가 드디어 집으로 돌아갔다, 라고 이동진 기자가 말했었죠, 그치만 지금 돌이켜 보니 그건 역시

잠깐의 귀가였던 것 같아요. 그들은 아직도 봄여름가을겨울, 흔들리는 눈빛으로 암내를 쫓아 어슬렁거립니다.

 

시간은 금방 가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나 <하하하>처럼 빵 터지지는 않지만 짤막한 네 개의 이야기가 다 나름 재밌습니다.

전 세 번째 에피, <폭설 후>가 좋더군요. 이 영화 보면서 문성근 멋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어요:)

이선균은 여지껏 김태우 김상경 유준상이 맡았던 역할을 대물림했는데, 왜 그들이 아니라 이선균이어야 했을까, 생각해 보니

예비역 대학생 역을 소화할 수 있는 건 이선균 뿐이더군요. 정유미도 좋았어요, 정말이지 천상 연기파 배우의 마스크예요 이 아가씨는.

시간날 때 한번 더 보고 싶은데, 늘 마음만 그랬으니 이번에도 못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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