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강의를 들을 때 교수님이 강하게 추천하셨던 책입니다. 경외가 담긴 목소리로 '공부를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던게 도무지 잊히질 않아서 결국 읽고 싶은 소설들을 뒤로 미루고 읽기로 마음먹었었죠.


처음에는 읽을까 말까를 많이 망설였어요. 너무 건조하고 아카데믹해 보였거든요. 주구장창 지나간 역사와 헷갈리는 고유명사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는 그런 지루한 책이 아닐까, 하는 것이 이 책의 제목만 보고 가진 선입견이었습니다. 분량도 4권씩이나 되니 전체로 따지면 상당히 두꺼운 책이라는 것도 겁을 먹었던 이유였어요....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너무 재미있지 뭐예요! 깊이만으로도 대단하지만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도 왠만한 소설 뺨친다고 생각해요.

너무 신기해요. 사실 내용도 엄청 방대한데다가, 읽는 사람이 한숨 돌릴 수 있는 흥밋거리가 끼여있지도 않잖아요? 오늘 3권을 막 다 읽었지만 끝내 그 비밀을 알 수가 없네요.

한가지 추측을 해보자면, 시종일관 건조함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결론을 표현할때 강하게 내뱉는 단호한 표현이 그 재미에 한 몫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내용 자체가 너무나 잘 짜여 있어요. '나 아는 거 많아'라는 식의 권위주의에 빠지지도 않는 것도 놀라워요...


재미도 재미지만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후로는, 예술을 대하고 해석하는 관점이 파격적으로 달라지더라고요. 정말 파바바박- 하는 효과음을 배경으로 쓰고 싶을 정도예요. 예전에 갖고 있던 게으른 고정관념 대신에 명확한 인식이 들어섭니다... 그런데 이건 제 머리가 좋아서가 절대 아니고 어디까지나 하우저 선생님이 대단해서예요.


아무튼 이런 책을 남길 수 잇는 그 경지가 너무 존경스럽고 경외스럽고 그러네요.... 앞으로 어려운 책을 피하고 싶어질 때면 하우저 선생님의 경지를 되새기면서 자극을 받을래요. >_<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66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20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302
128 [바낭] 어쩌다 또 보며 살짝 적어 보는 '남자가 사랑할 때' 간단 감상 [27] 로이배티 2013.05.16 3242
127 [19금] 신상 막장드라마 2선.(욕설,야한 이야기 있음.) [14] 자본주의의돼지 2013.05.03 11103
126 기억, 깊고 깊은 언약 [1] walktall 2013.05.01 1205
125 근로자의 날 전야, 꼬맹이들이 야물딱지게 연기 잘 하는 뮤직비디오 한 편. [1] 국사무쌍13면팅 2013.04.30 1117
124 저에게는 무척 별로였던 아이언맨 3(스포 다수) [11] hermit 2013.04.28 3340
123 자동차와 데이트 시간 [6] 가라 2013.04.26 2899
122 백년의 막장 보시는 분 계십니까? [11] chobo 2013.04.10 3001
121 엘리베이터에서 살인현장을 목격한다면? [4] 보람이 2013.03.25 2662
120 심형래 파산 [7] chobo 2013.03.08 3955
119 봄이 오면 꼭 먹어야 되는 음식 [15] 닥호 2013.03.06 3595
118 [양도 완료]햄스터집 드려요. [2] catcher 2013.02.23 1289
117 [듀나인] 인터넷상 본인/실명인증 (휴대폰등) 서비스 업체 잘 아시는 분...(N*C* 말구요) [1] 곰친구 2013.02.20 853
116 이제 네 밤만 자면! [2] 멜로봇 2013.02.20 1860
115 아빠, 우린 동생 필요 없어요 [12] 화려한해리포터™ 2013.02.16 4756
114 분노를 불러 일으키는 로봇 앤 프랭크의 자막 (스포없음) [1] 와구미 2013.01.20 3036
113 [바낭] 어떤 자막에 대한 한풀이 [6] 닥호 2013.01.16 1778
112 아, 피할려고 해도 또 당하고 마는군요. 허참. [6] chobo 2013.01.14 2729
111 다운튼 애비 3시즌 + 크리스마스 스페셜까지 다 본분 계신가요? 멘붕 공유해요. (당연 스포일러) [15] 애플마티니 2013.01.13 4254
110 영화 '아무르'-아무리 해도 납득되지 않는 몇 가지 의문들(내용 약간) [13] Koudelka 2012.12.26 2866
109 제가 보는 박근혜와 새누리당 승리의 원인 [14] 데메킨 2012.12.20 258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