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7 15:00
저도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 가는 길에 있던 서점을 참 좋아했는데,
사실 초딩이 책 살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다 들러서 매일 사지도 않는 책 들춰보고 하는 게 이뻐보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ㅎ
그래도 초딩 고학년때부터는 용돈을 모아서 한달에 한권씩 책을 샀어요. 그때 좋아하던 홈즈가 나오는 추리소설ㅎ
애거서 크리스티의 빨간책도 그때부터 모으기 시작했죠.
근데 그 서점에 발을 끊은 것이 한번 도둑으로 몰려서였어요. 책을 바꿔달라고 갖고 갔는데 그 책에 그 서점에서 책이 들어오면 끼워놓는 서표가 남아있었거든요.
나중에 직원 말고 주인 아저씨가 와서 훔쳐간 건 아니라고 그러고 다시 돌려줬는데 참 창피하기도 하고 많이 서운하기도 해서 동네 다른 서점으로 다녔어요.
그 무렵에는 중딩이 되어 늘 읽던 추리소설이 아니라 신문에 광고가 나오는 책들을 관심있게 보기 시작했는데
어떤 책인지 궁금해서 서점에 들여놔달라고 부탁하면
반드시 살 것이 아니라면 주문할 수 없다거나, 그 책 절판되었다며 주문할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어제 신문광고에서 봤는데=ㅁ=
시내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동네 서점에는 거의 가지 않았죠. 시내에 큰 서점이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시내 큰 서점에 비하면 동네 서점에는 문제집이랑 베스트셀러 위주밖에 없구나 싶어서 어린 마음에 아 이제 큰 서점에 다녀야겠다 싶었지요.
대학교는 학교 앞에 사회과학 서점이 없는 작은 학교를 다녀서, 그 시내 큰 서점이나 수원시내에 있는 한겨레 서점을 다녔어요.
한겨레 서점은 참 갈 때마다 헤매서;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남아 있는지 모르겠어요. 없어졌을 것 같기도 하구...
무슨 헌책방 같은 분위기의 한겨레 서점에 비해 서울 시내 사회과학 서점들은 지적인 분위기가 나서 멋졌어요.
...라고 저만 생각한 건지도 모르겠지만요ㅎ
서울 시내 직장에 다니면서는 교보 문고 자주 이용하게 되고, 그리고 어느 해인가는 같이 일하던 언니가 온라인 서점에서 사면 싸기도 하다는 얘기를 전해주면서부터
오프라인 서점은 거의 안 가게 된 것이 무척 오래된 것 같아요.
이상 동네서점 이용이 전혀 없는 사람의 면피용 얘기였습니다.
사실 전 동네서점을 이용하지 않게 되는 것이 동네서점이 베스트셀러와 학습서 위주로 취급하고 서비스가 불친절해서라고 생각했어요.
대학생 때도 말지같은 거 사려고 동네 서점을 서너군데 들렀는데 구할 수도 없고 주문도 안 받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서점의 특색이 있는 사회과학 서점들은 좀 더 오래 갈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네, 뭐 가격차별화 앞에 장사가 없네요.
사실 신간이나 10퍼센트 차이이지 발간된 지 오래된 책들은 20퍼센트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독서나 스터디 커뮤니티로서의 기능의 가능성도 도서관이 많이 생기면서, 또 북까페라고 하는 가게들이 많이 생기면서 그 기능을 살리기도 여의치 않은 일이 되었구요.
유럽 대학 앞에 전문 서점들이 있는 것이나, 비포 선셋에서 역사야 어떻든 작아보이는 서점에서 작가를 초청해서 문화행사를 꾸리는 것이 참 좋아보이긴 하는데
문화부 지원이라도 없는 한 동네 서점들 자력으로는 힘들 것 같아요.
동네 서점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 없어서인지 크게 아쉽지도 않은 것이 좀 슬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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