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담배가게 아가씨

2010.09.29 09:53

엘케인 조회 수:2583

놀러와 세시봉 특집에 송창식씨가 나왔더군요.
듀게에서도 반응이 좋았고, 자주 가는 다른 싸이트에서도 반향이 만만찮더군요.

다른 분들도 참 좋았지만, 송창식씨 노래에 엃힌 기억이 떠올라 바낭 좀 하다 가겠습니다.


1.
중 3때였을겁니다.
농업/가사 시간이었죠.
여자 아이들은 교실에서 가사수업을 듣고(아마 무슨 요리를 만들고 있었던 것 같네요)
우리 남자아이들은 교장선생님 관사 앞 채소밭에 거름을 주고 있었습니다.

 

당시 친하게지냈던 반장녀석(별명이 주윤발을 줄여서 준발이)과
키가 조그맣고 별명이 부시맨이었던 녀석이랑
그 소똥 두엄이 한가득 차 있는 리어카를 끌고 옮기고 있었죠.

 

반장녀석이랑은 국민학교때부터 같은 반을 여덟번이나 한 사이고
당시 제가 부반장이라 그 친구 집에서 자주 자곤 했었죠.
그 친구 형님이 동네에서 유일한(아마 이웃 두세개 리에서 유일했을 듯) 대학생이라
그 집에 송창식 테이프가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친구와 저는 '담배가게 아가씨' 완창이 가능(?)했었죠.

소똥내음이 아무리 시골스럽고 자연스러운 것이라지만,
여자애들은 교실에 앉아 이쁘게 수업듣는데
삽들고 리어커를 끄는게 그리 좋지는 않았을 테죠.

 

리어커를 끌며 슬슬 노래를 부릅니다.
'우리 동네 담배가게에는 아가씨가 이쁘다네~ ...'
이 녀석이 잘생겼는데다가 넉살도 좋아서(노래는 못했지만) 은근 어울립니다.

슬슬 박자를 맞춰서 따라부르며 속도를 조절하죠.

 

마침내 여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교실 옆에서
(봄날이었나... 창문을 열고 수업들 듣고 있었죠)
클라이막스를 부릅니다~

 

'눈싸움 한 판을 벌린다~ 아다다 다다다 다다다 다다다~~~~~'

 

아마 온 몸에서 풍기는 소똥냄새가 아니라면
교실로 들어가 가사선생님께 한참 두들겨 맞았겠죠. 하하

 


2.
그 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민학교 4학년 소풍때였죠.

당시 6학년 형들이(아.. 우리 학교는 한 학년은 한 반 밖에 없었어요)
장끼자랑때 나름의 뮤지컬을 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유머프로를 따라하지 않았을까 하네요. 아니라면 그 형들은 정말 천재!!)

 

기억나는 내용이,
'심청전'을 연기하면서, 각각 장면에 가요를 넣어주는 형식이었죠.
(나름 맘마미야 같은 느낌?)
가사는 살짝 변형해서 말이죠.

이때 송창식씨 노래를 처음 들었어요.

심청이가 팔려가는 장면에 '왜불러'가 나왔었습니다.

'왜불러~ 왜불러~ 돌아서서 가는 사람 왜불러~ 왜불러~'

개사를 했던것 같은데 잘 생각이 안나네요.


나중에 심청이가 물에 빠지는 장면에는
조용필씨의 '촛불'을 개사해서 불렀습디다.

'심청이는 왜! 인당수에 빠졌나요~ 심청이는 왜! 인당수에 빠졌나요~ 연약한 심봉사는 누가 지키라고~ (코러스로 '뺑덕어멈! 뺑덕어멈!')'


가요도 잘 몰랐던 시기였는데
참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3.
제가 정말 좋아하는 송창식씨 노래는
'참새의 노래'입니다.

담배가게 아가씨가 들어있던 테이프에 같이 있었던 것 같은데..

노래 가사에 나오는 참새의 삶을 살고 싶었더랬죠.

 

뭐, 그런 삶을 바라며 십 수년을 더 살다가
결혼을 결심한 이후로는 좀 혼탁해 진 것 같긴 하지만 말이죠.

 

아침이 밝는 구나,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도 재 너머에 낱알갱이 주으러 나가봐야지
아침이 밝는 구나

 


가사는 잘 생각이 안나네요. 그냥 그 분위기를 좋아했었나 봅니다. 하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44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4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002
117787 구하라 [9] 로이배티 2021.11.24 1080
117786 일관된 발언 [20] thoma 2021.11.24 861
117785 열심히 살지 않는 삶. [10] 잔인한오후 2021.11.24 696
117784 (바낭) 지옥 후기 [2] 왜냐하면 2021.11.24 527
117783 전두환과 시 한 편 [5] 어디로갈까 2021.11.24 617
117782 기대되는 차기 넷플 오리지널 시리즈(줄리아 가너 주연) [4] LadyBird 2021.11.23 727
117781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1.11.23 899
117780 기사 몇 개. [12] thoma 2021.11.23 620
117779 심상정의 정신분석 [16] 사팍 2021.11.23 1140
117778 [영화바낭] 뭔가 되게 구식 느낌의 호러 코미디 '쇼미더고스트'를 봤어요 [4] 로이배티 2021.11.23 370
117777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 대해 [6] catgotmy 2021.11.23 478
117776 전두환 사망 [23] 사팍 2021.11.23 1119
117775 <지옥> 1~2화 소감입니다. 음... 전 괜찮은데요? [3] tom_of 2021.11.23 637
117774 접종패스 유효기간 검토중 [2] 삼겹살백반 2021.11.22 540
117773 <쓸데없는 축구 잡담> 올드하다는 표현을 보니 [3] daviddain 2021.11.22 289
117772 할부인생 비스포크 큐커 사용기 [3] skelington 2021.11.22 652
117771 [바낭] KT의 '시즌' 서비스 며칠 체험 잡담 [2] 로이배티 2021.11.22 436
117770 남경과 여경 문제 아니다…경찰의 기본자세와 관련된 사안 [6] 사팍 2021.11.22 725
117769 미드웨이(2019), 넷플릭스 할란 코벤 시리즈, 닥터 브레인 [3] 양자고양이 2021.11.22 897
117768 올드와 촌스러움에 대해서... [8] 사팍 2021.11.22 50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