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우니까 사람이다

2010.09.30 01:08

august 조회 수:3041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시는 정호승의 수선화에게, 입니다.

노래는 여기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이지상님 홈페이지 <- 링크가 걸려있습니다. 클릭하세요.


가엾은 수선화 한 송이
글 이지상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마을로 내려올 즈음 국사봉 언덕을 내려가며 귀가를 서두른다. 하느님도 외로워서 가끔 흘리신다는 눈물을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를 곰곰 생각한다.
채워질 듯 채워질 듯 그러나 내 인생의 한 순간도 채워본 적이 없었던 공허함을 스스로 희망이라 위안하며 살았지만 그것조차도 나의 모진 집착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외로움은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어느덧 나이가 들어가고, 생활의 삶에서 서서히 생존의 삶으로 바뀌면서부터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자존심도 무너지고 또 가져야 할 솜털만큼의 희망이란 말도 내 것이 아님을 알았을 때 엄습해오는 두려움 같은 것들.

문득 수선화 한 송이를 사고 싶다.
발길을 돌려 약수터 삼거리 꽃집을 향한다.
저녁 햇살에 우울하게 피어 있는 아무도 사가지 않는 가엾은 수선화 한 송이를 사들고 ‘브라더스 포’의 노래를 잠시 떠올린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말아야겠다.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고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야 하겠다.
세상의 외로움을 숨죽여 견디며 시든 꽃처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노래부른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저는 그랬어요.

연애하느라 아주 행복하고 그 사람이 있어서 행복할 때도,

사람안의 깊은 외로움은 다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내 외로움을 그 사람이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을때는 조금 서운했지만

그 사람의 외로움을 나는 결코 이해할 수 없겠지, 했을 때는 많이 슬프더군요.

근데 또 그런 생각도 들어요.

사는데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외로움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것도 아주 많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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