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01 15:31
이성복 시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어디로도 갈 수 없고 어디로도 가지 않을 수 없을 때'
이 구절을 읽은 근 십년 전부터, 이 구절은 언제나 제게 숙제였습니다.
아, 정말 어디로도 갈 수 없는데, 어디로도 가지 않을 수 없을 때 였거든요. 학교를 졸업하고 별다른 미래도 내일도 희망도 없이 시간을 소비만 살고 있었어요.
늘 방구석에 누워서, 꿈을 꾸고,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그리면서도 한 번도 꿈을 위해 노력하거나 그렇다고 그 꿈을 잊고 현실에서 열심히 살지도 못했어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렇게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다는 서른살을 맞았을 때는 다자이 오사무의 글에 한구절처럼 '이렇게 사는 것도 또 특별한 삶 아니겠는가'하면서 매일 자기합리화를 하곤 했죠. 그래서인지 전 다자이 오사무를 참 좋아합니다. 방구석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꿈을 이루는 상상만 하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곘어요. 물론 다자이씨는 저같은 잉여와 달리 너무나 훌륭한 글로 자신의 삶을 보여줬지만요.
가을이 오고 또 한 해가 갈 무렵이면 그래서 늘 우울해요. 올 한 해도 또 여전히 이 따위로 살았구나 하고요. 현실의 처지가 얼마나 잉여로운데 그런건 괘념치 않고 그냥 누워서 쉬고 또 먹고 그런 생만 연명하는 게 가끔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 그 에너지를 도무지 내 인생의 발전으로 치환하질 못해요. 그래서 자신에게 더 화가 나다가도 그래서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 하면서도 또 퇴근하면 마냥 지쳐서 아무 것도 안하고 누워서 먹고 자다 하루를 다 보내고 있어요.
꿈도 내일도 전혀 상관치 않은 오늘만 보내는 삶이랄까요. 그 오늘만 쌓이는 삶을 그저 늘어지게 살고 있네요.
이제 더 이상 젊지 않고 언제까지 이렇게 하루벌어 근근이 살 수 있는 게 아니고 미래도 염두해야하고 더 늦기 전에 좀 더 치열하게 살아야할텐데.
전혀 내 꿈과 그리고 현실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당장 배우고 싶은 취미만 배우면서 하루를 살아요
아 대체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지, 어디로도 가지 않을 수 없을 때인데
이러면서 오늘도 퇴근 길에 만화책을 잔뜩 빌려가겠지요 ㅠㅠ
아우, 내년엔 정말 뭐라도 시작해야할텐데 ㅠㅠ
왜 이렇게 한심하게 사는지 ㅠㅠ 그걸 알면서도 계속 이 삶을 유지하고 있는지 ㅠㅠ
대체 어떻게 해야 미래를 위한 노력을 하게 될까요 ㅠㅠ
가뜩이나 기쁜 일도 없는 현실에 너무 징징대서 죄송해요 ㅠㅠ
만 이십대를 보내기 직전이라 철없이 투정부리고 싶었나봐요;;(라는 핑계를 또 대고 있네요 ㅠ)
2010.10.0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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