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칼지의 세작품을 엊그제 끝냈습니다.
'old man's war'
'ghost brigade'
'the last colony'

결론은 확실히 작가가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능력이 있더라 였습니다.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들과 클리셰들이 뒤섞여 있었지만 그것들을 적절히 잘 조합해내는 것도 능력이지요.

그렇지만 저에게 별점을 주라면 별 두개 반 정도.

1. 전 이 작가의 유머감각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너무 미국적이라고나 할까. Brain Pal 이름 짓는 방식을 보면 그냥 저속하고 부담스럽고, '90 year old daddy' 같은 유머는 그냥 재미가 없어요.

2. 작가가 어쩔수 없이 스트레잇 남성이더군요. 존이 원래 능력치가 한차원 더높은 제인을 계속 구해내는 걸 보면...그냥 할 말이 없어져요. 마지막 3부에 이르면 존과 제인이 공동 직무를 맡아도 중요한 결정은 다 그가 내리죠. 3부의 마지막 챕터에서도 상관이 '사실은 난 너에게 더 기대하고 있었다고' 하는 드립이나 치고 있으니..제인 지못미
여자들이 궂은 비서직이나 행정적 업무를 (꼼꼼히 잘 처리해서 그럴까요?) 다 처리하고 연설이나 대부분의 얼짱 역할은 존이 다 하니...그냥 불공평해요.

3. 3부작중 젤 책장이 빨리 넘어가는 건 유령여단이었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건 3부였구요. 전체주의와 개인의 선택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이 작가에게 생각이란게 있다면) 그나마 잘 드러나 있으니...1, 2부는 그냥 블록버스터 스토리의 공식대로 적절히 싸우고 적절히 죽어가며 적절히 기승전결을 잘 맺은 이야기 (하지만 세상에 이런걸 제대로 하는 작품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걸로도 대단한 거죠).

4. 가장 맘에 드는 캐릭터는 2부에 나오는 과학자와 그의 DNA를 물려받은 친구였습니다. 원래 그렇게 희생을 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들에게 정이 간다고나 할까.

5. 제가 2에서 쓴 어쩔 수 없는 스트레잇 남성이란건 비난이 아닙니다. 전 세상에 이런 남성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름대로 정치적으로 공정할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나름의 유머감각으로 세상을 너무 심각하게 보지않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니까요.

저라는 사람이 세상의 보편적 성적 역할에 좀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지 존 이라는 인물은 나름 긍정적인 면이 많은 친구이고 이런 사람이 세상에 많을 수록 저같은 마이너리티들이 좀 더 다양하게 주눅들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 다시 르 귄 여사의 작품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이 분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정화가 되요.
어스시 시리즈 마지막 권의 마지막 챕터는 제게 반지의 제왕 마지막 여정을 마치고 나란히 둘러앉은 호빗들을 볼 때의 그런 감정을 불러 일으켜줘요.
그리고 이분의 남자 캐릭터들은 뭔가 출렁이는 바다의 표면 아래 정말 정말 깊은 수심으로 고요히 흔들리지 않는 깊이를 보여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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