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그냥 꿀꿀한 이야기..

2010.10.03 00:09

Apfel 조회 수:1606

오늘 동생이 조카 데리고 싱가포르에 갔습니다. 기어이 저희 집에도 조기 유학 바람이 분거죠.


동생은 이제 믿을껀 자식 하나라면서 공부에 각별히 신경써왔거든요. 영어에 중국어까지 했고 심지어 동네 조선족집에 친척이 한국에 들르니까 집에 불러서 밥도 해주면서


놀라고도 했을 정도로요. 동생이 작년에 강남에 집을 샀어요 재건축인데 조만간 재건축 해서 그리로 이사해 나가려는데 그때 자식이 바보 취급 받는게 싫어서 지금 공부 시


킨다고 하는게 명분입니다. 저야 뭐 조카 키울때 양육비에 한 푼도 내지 않았으니 '이 유학 반댈세'라고 말 할 처지는 아닙니다만 정말 마음에 안듭니다.


저희 집에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어요 일제 시대에 시골에서 소작짓던 증조할아버지께서 도저히 수가 안나니까 그 당시 맏아들 '저희 할아버지시죠'을 서울 친척집에 데려다


놓고 집으로 가버리셨던 사건입니다. 할아버지 어린 시절 이야기 들으면 무척 영리하셨다고 합니다. 심지어 증조할머니는 일을 야무지게 하니까 어떤땐 무서울 정도였다고


하셨다고 하고 그래서 증조할아버지도 당신의 맏아들로 '도박'을 거신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도박은 대성공을 했죠. 시골에 논도 밭도 없는 집에서 맏아들이 서울에 가회동에 기와집 + 논, 밭을 몰고 왔으니 '대박'이긴 했습니다만.. 모든 일엔 빛과 어두움이


있는법. 할아버지에겐 12살때 당신을 버려두고 도망간 그 시절의 상처가 온전히 남아있으셨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상처도 아문다지만 70이 넘은 노인이 되셔서 그 이야기가


나오면 며느리 손자 사위 앞에서 우시는 모습 참 가슴 아픈 과거사였습니다. 


이번에 동생이 자기 아들 싱가포르에 유학을 보낸다고 할때 제가 반대한건 그거였죠. 그 때야 먹고 살기 힘들어 자식 보낸다지만 지금 왜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였습니다. 


차라리 한국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부시키는게 더 현명하지 않나 싶지만 제 염원이 동생의 불안감보다 약했던 탓에 결국 오늘 홈스테이 할 집과 유학원 사람을


만나러 부자가 같이 싱가폴로 갔습니다.



이렇게 가는 조카를 보니 마음이 참 안좋아요. 갓난애기였을 때부터 어쩌다 보니 내가 많이 봐주고 그러다 보니 저랑 정이 많이 들었어요. 근데 간다고 하니까 아쉽습니다.


그냥 바라기는 이왕 가는거 거기서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더 바란다면 차라리 거기서 자리 잡으면 좋겠단 생각합니다. 



11살 짜리를 외국에 보내 공부시키는 세상이 미친건지... 그런 현실에서 아직도 허황한 이야기를 주장하는 내가 미친건지....



오늘 따라 밤이 어둡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15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70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659
704 롯데빠로서 잠실로 출전합니다! [4] chobo 2010.09.29 1650
703 여기는 잠실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처음 글 써봅니다! [3] chobo 2010.09.29 1847
702 [bap] 2010 올해의 좋은시 / 뮤지컬 갈라쇼 [4] bap 2010.09.30 1757
701 두산팬분들은 관대합니다. 이대호에게 김주찬의 발이 필요할까요? [7] chobo 2010.10.01 2832
» 비오는 날 그냥 꿀꿀한 이야기.. [2] Apfel 2010.10.03 1606
699 섹시한 럭비선수들... [12] S.S.S. 2010.10.03 5250
698 2010년 최악의 주말! [5] chobo 2010.10.04 2666
697 존박은 애국가 부를때 주머니에 손 넣고 있었다고 까이고 [14] 달빛처럼 2010.10.04 4042
696 [바낭] 트위터에서 팔로잉과 팔로어에 대해 [9] Apfel 2010.10.04 2278
695 성매매에 대해 들었던 논리 중 가장 어이 없는 논리 [40] 봄고양이 2010.10.06 5258
694 듀나인) 가습기 추천 받습니다 ㅠㅠ [8] 리쓰 2010.10.07 2303
693 줄리 테이머 감독, 헬렌 미렌 주연 <The Tempest> 예고편 [1] 브로콜리 2010.10.08 2511
692 광주, 5.18, 말러, 그리고 구자범 [13] 레드필 2010.10.10 4382
691 10월 12일 말로 콘서트 초대 받으신 분들께~ [2] 필수요소 2010.10.11 1551
690 아이유 너무 좋아요.swf (자동재생 주의) [3] 루아™ 2010.10.12 2971
689 신길동 매운짬뽕 맛 감상. [7] hare 2010.10.13 3211
688 로이스터 빈자리 김재박 전 감독 유력 [11] chobo 2010.10.14 2491
687 번역자 확인하고 소설 읽으세요? [20] 호레이쇼 2010.10.14 3114
686 스스로도 거슬리는 말버릇 있지 않아요? [20] 클로버 2010.10.15 3483
685 바낭- 여러분은 지금 뭐가 먹고 싶은가요 ? [18] jay 2010.10.20 225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