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였는데, 일기 검사 시간엔 선생님 책상에 반 아이들의 일기가 높이 쌓이곤 했습니다. 꼬박꼬박 쓰건, 밀려서 쓰건 하여간 내긴 내는 편이었기 때문에 검사가 별로 걱정되진 않았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검사를 하시다가 엉뚱한 제안을 하신 일이 있었습니다.

 

"얘야. 너 나와서 다른 애들 쓴 일기 검사 니가 좀 해볼래?"

 

어린 마음에 이게 무슨 뜻인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혼자서 좋게 해석했었죠. 그 당시에 객관식 답안지 채점 같은 단순 업무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수급학생은 대개 반장, 부반장 등 선생님이 아끼고, 평소 성실하고 정직하다고 믿을만한 학생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객관식 답안지도 아니고 아이들의 사생활이 잔뜩 쓰인 일기를 저더러 보라니요! 반장은 커녕 줄반장도 아니었던 저에겐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왔습니다. 제가 미처 "네~" 라고 발랄하게 대답하기도 전에 선생님이 뒷말을 덧붙일때 까지만요.

 

"애들 일기 쓴거 좀 봐라. 도대체 너처럼 글씨 못쓴 애가 있는지!!"

 

아 맘아파요.ㅠㅠ 그래도 지금은 어디 가서 악필이란 소린 안듣는데 말입니다. 심지어 천천히 쓰면 (남자치고는) 글씨 잘 쓴다는 말도 듣는다구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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