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밴쿠버 국제 영화제에서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제게는 어느덧 두번째로 구경가는 밴쿠버 국제 영화제이지만..한국에서 쉽게 보기 힘든 영화를 볼 수 있다! 라는 의미보단, '한국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에 의미를 두었죠.


작년엔 '마더'를 보았고, 올해는 '아저씨'를 보게 되었네요. 어쩌다보니 두 편 모두 원빈이 출연한 작품이네요.


영화 보는 분위기가 작년의 '마더'와 차이가 나더군요.


'마더' 역시 한국 영화 였기에, 밴쿠버지만 '마더' 관람하는 사람들 중 한국인의 비율이 상당했다고 기억이 됩니다. 하지만 상당했을 뿐, 역시 캐나다는 캐나다 였다고요.

페리체님은 그것이 바로 봉준호 감독의 힘이라고 하시더군요! 세계적 감독 봉감독!


그런데 올해 '아저씨'는 관람객 중 한국인의 비율이..상당한 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극장에서 자리잡고 이곳 저곳에서 한국말로 담소를 나누는 게 들려오니 이게 한국인지, 캐나다인지 구분이 안 되는 점은 나름 신기하고 재미나더군요.


영화 자체는 상당히 재미나게 보았습니다.


이야기는 약간 덜컹거리고, 스토리를 풀어나가기 위한 장치로만 기능하는 몇 몇 캐릭터들과 상황들이 조금 눈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러한 수준의 칼부림 액션이라니요!


류승완 감독 이후 짝패에서의 사시미 액션 이후로 제겐 최고의 칼부림 액션이었어요. 

짝패 사시미 액션은 그 일부러 과장된 듯한 사시미를 샤샥하고 휘두르는 소리가 귓가에 소름 돋듯 아직도 남아있는데..

근데 짝패 액션도 킬빌 1편에서의 만화적 칼부림을 한국적으로 풀어냈다는 느낌이었거든요. 현실적 느낌이라기 보단 뭔가 약간 액션 영웅 느낌으로요.


아저씨의 액션은 본 시리즈 이후로 유행이 되는 현실적; 액션이 한국적으로 적절히 자리 잡은 증거라고 제게 보입니다.

찌르고 자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정말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효율적으로 적을 베어버리는 원빈은...어휴..정말..


앗, 저긴 상완동맥이 지나는 자리! 앗 저긴 경동맥이구나! 아니 저건 요골동맥! 그래! 흔히 영화에 나오는 배같은 곳들을 찌르는 것보단 저것이 바로 가장 빠르게 적을 제압...

아, 죄송합니다. 간호사라 그런지 그런 것들이 눈에 자꾸 들어오더라고요 ;ㅁ;


어쨌든, 액션도 액션 나름대로 좋았지만, 예에전 한국 영화의 특징이었던 '18세 등급이니 기왕이면 야한 장면은 꼭 넣자(ex: 은행나무 침대, 퇴마록)' 주의가 사라진 것도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액션 외에 다른 장면 불편한 장면들은...어휴. 저도 좀 불편했지만, 같이 본 와이프가 잔인한 영화 잘 못 보는데, 액션 잔인한 거에 대해선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긴 했는데...액션 외에 다른 잔인한 부분은 전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었어요. 고문이라던가..그..발견씬이라던가...


'그..원빈이 경찰에 잡히게 되는 씬(이렇게 표현할게요)' 이후로 화들짝 놀라버리긴 했지만, 영화 보는 동안엔 영화 흐름에 맞춰서 따라가느라 긴장을 놓치진 않아서 나름 진정하는 듯 하다가..


영화 끝나고 거리로 나오는 데, '의외로 제대로 된 액션씬에 감탄하며 들뜬 남편'이 미처 분위기 파악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와이프는 그때서야 영화 보던 긴장감이 탁 풀려서 그런지 극장 나오자마자 펑펑 울기 시작하는 겁니다.


너무 놀라고 무서웠다며..펑펑 우는데..


흠. 원래 오늘 할 일이 여럿 있었는데, 와이프 놀란 맘에 그냥 이것 저것 하면 안 될 것 같아서...물타기 하자는 맘에 소셜 네트워크를 보러갔습니다.


영화는 참 재미나더군요. 하지만...말이 너무 빨라서 부부는 영화 대사 반도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 못하다지요. 그래도 영화는 대사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내용 흐름만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쉬운 건 다른 관객들 웃을 때, 그 웃음의 포인트를 한 박자 늦게 파악하거나, 아예 파악 못 하는 경우가 꽤 잦았다는 거..


어쨌든. 게으른 영화 관객은 '아저씨' 하나로 밴쿠버 국제 영화제 일정 마무리 합니다. 내일부터 또 열심히 학교 가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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