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본 뒤로 체력이 고갈돼서 오늘은 늦잠자느라 첫영화를 놓치기까지 했네요! 한 편쯤 자느라 놓쳐야 제맛.... 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ㅋㅎㅎㅎ

돈이 아까운 건 어쩔 수 없네요 ㅠㅠ


혹시 궁금한 영화가 있으실까봐 짧게 짧게 단상들. 스포 피하느라 영화 내용은 별로 없지만..


- 새하얀 세상 : 첫 회라 졸 줄 알았는데 영화는 재밌어서 나쁘지 않았어요. 이 영화도 세르비아 영화라는데, 세르비아에 대한 인상은 [세르비안 필름] 외엔 별로 없어서..

이 영화도 다소 폭력적으로 느껴져서 (그렇다고 [세르비안 필름] 같은 수위는 아니지만, 이야기랄지 전개랄지...) 세르비아가 요즘 힘들구나 -_-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갑자기 주인공들이 노래를 부르거나 하는 식의 뮤지컬? 까진 아니지만 아무튼 독특한 전개를 가졌는데 정작 줄거리를 읽어보면 발랄한 이야기도 아니고

화면이 알록달록 환상적이거나 예쁜 것도 아니고, 현실적인 미장센이어서 그런지 처음엔 조금 쌩뚱맞게 느껴졌는데 보다보니 적응되더라구요.

영사 쪽 문제인지 크레딧이 처음엔 잘렸다가, gv가 지연될 때 '지금 엔딩크레딧 틀어드립니다' 하고 다시 상영관 불을 끄고 엔딩크레딧을 트는 이상한 상황도 연출됐고

gv 진행이 지연돼서 그런지, 질문들이 좀... 별로라 그런지 감독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아보이더군요. (저도 gv 듣다 못 듣겠어서 그냥 나갔어요.)


- 플랑드르의 아기예수 : 숙면. 화면이 참 크더군요 ㅎㅎ 스타리움에서 상영했는데도 스크린이 꽉 차는 느낌!


- 까마귀 기르기 : 제일 좋아하는 영화를 꼽으라고 하면 빠뜨리지 않고 말하는 영화인데, 다시 봐서 너무 좋았어요. 이전에 볼 때보다 좀 다른 느낌이었어요.

물론 '아, 맞아, 이 영화가 이렇게 좋은 영화였지' 싶기도 했지만.. 재밌는 게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이 gv에 왔었는데, 본인도 칸 영화제에서 제작된 해에 본 이후로

수십년 만에 처음 보는 거라더군요. (연출자보다 많이 본 관객들도 많이 있을 듯) 이 영화를 논할 때는 항상 프랑코 정권에 반항하는, 다소 정치적인 은유로만

해석되는 듯 했는데 이번에 볼 땐 그런 의미보다 아나라는 아이에 좀 더 집중해서 보게 되더라구요. 감독 본인도 정치적인 은유보다는

'어른이 되면 유년기를 좋았던 시절로만 얘기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기도 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됐던 게 [벌집의 정령]을 보고 아나 토렌트가 너무 좋아서, 다른 출연작을 찾다가 체크하게 됐거든요. [벌집의 정령]보다 한층 더 우울하고,

어쩜 저렇게 어린 아이에게서 저런 표정, 저런 연기가 나오지? 하고 놀라웠는데..

감독도 [벌집의 정령]을 보고 아나 토렌트라면 이 역을 소화할 수 있을만큼 강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캐스팅하게 됐다고 했어요.

gv는 시간 관계로 너무 짧게 진행된 감이 있어서 아쉬웠어요. (그래도 싸인 받았다능! 유후!)


다음 날 있었던 마스터클래스에서도 그랬고, 평론이라는 게 영화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지만 그 평론이나 비평가들의 해석들을 가지고 와서

감독에게 '이게 이렇고 저렇고 저런 비유 맞죠?' 하고 물어보는 순간 서로 좀 난처해지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미드나잇패션 2 -

- 배니싱 : 나쁘지는 않았는데 뭐 대단히 '헐리우드에서 만들었지만 헐리우드 답지 않은 결말'이라고 말할 만한 영화는 아닌 거 같아요.

저예산으로 이런 종말(?)스러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리해보이긴 했으나 약간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긴 했구요.

좀 많이 좋게 말해서 기요시의 [회로]가 떠올랐습니다.


- 이지 머니 : 시놉만 보고 범죄,액션 이런 거 같길래.. 제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 시간에 숙면 취하고 말짱한 정신으로 [더 리프]를 보려고 했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재밌더라구요. 미드나잇패션에 어울리지 않는 영화였다는 평도 많던데, 잠시 쉬어가는 것도 괜찮은 거 같고..

언제부턴가 미드나잇패션 = 잔인,호러,스릴러를 기대하는 관객들이 많긴 했지만, 저는 이런 예상 밖의 영화가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 더 리프 : [죠스] 이후 최고의 상어영화라는데 [죠스]를 안 봐서 뭐라 비교는 못하겠구요. 일단 바다 풍광이 많이 나와서 좋았고,

한정된 공간에서 저정도로 긴장감을 연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그런 점에선 궁디팡팡. (제가 본 상어영화는 [딥 블루 씨]가 유일한 거 같은데, 그 정도론 좋았어요.)


- 카를로스 사우라 마스터 클래스 : 전날 [까마귀 기르기] gv에서도 느낀 거지만 감독님이 연세가 많으심에도 이야기를 잘 해주셔서 좋았어요.

왠지 나이 많은 거장 감독은 뭔가 질문에 대한 답변 같은 게 아니면 먼저 나서서 이것저것 이야기하지 않을 거 같다- 는 편견 같은 게 있었거든요 ㅎㅎㅎㅎ

영화 제작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나 영화 비하인드 스토리 이런 건 별로 없었구요. 본인 창작 영감의 원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고 (문학,음악,사진,미술,스페인내전 등)

좋아하는 감독에 대해 더 알게 된 거 같아 좋았어요. 이 감독님이 사진작가로도 활동하시고 (gv 때도 그렇고 이 날도 카메라를 들고 오셨더라구요. 본인 집에 카메라가 300대인가 있으시다고..) 

소설도 두 권인가 세 권인가 내셨다고 했어요. 글쓰는 걸 좋아해서 시나리오 이외의 작문도 즐기신다고.


그리고 원래 꿈은 플라멩고 댄서였대요 ㅎㅎㅎㅎ 근데 19살 땐가 댄서 오디션 같은 델 갔는데 춤 못 춘다고 니 길은 이 길이 아니여 하는 말을 듣고 접으셨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아하신다구요. 영화를 만들게 된 건 프랑코 체제 즈음에 저항 활동(?)같은 걸 하면서였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확실치 않네요, 벌써 가물가물)

데뷔작인 [부랑자들]은 문화부 같은 데 냈을 때 시나리오의 반 이상이 접혀져있었다고.. (거슬리니 고치라고.)

심지어 그 문화부 직원(?)같은 사람과 독대했을 때 그 사람이 책상 위에 총을 꺼내놓고서 '너 내전을 다시 시작하고 싶냐?' 하고 협박조의 말도 들었지만

원래 시나리오 그대로 촬영했고, 그 완전한 필름으로 칸에서 상영했다고 합니다. (스페인에서 상영할 땐 잘린 버전이었다고 하고요.)

그 뒤에도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 사전에 내는 시나리오는 무난하게 집필하고, 촬영장에서 대사를 바꾸곤 하셨대요.


질의응답에선 개인적으로 좀 붕노돋는 일이 있었습니다. 왜 그런 자리에서 남들을 좀 더 배려하지 않는 거죠?


- 무엇보다 먼저인 삶 : 중학생쯤 되는 여자주인공을 따라가며 그 아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제대로 담아냈는데, 그런 점에서 [로제타] 같은 영화도 떠오르고

(물론 영화의 느낌은 전~혀 다르지만요.) 런닝타임 내내 몰입해서 봤어요. 엔딩 크레딧 올라가고도 의무적이 아닌 박수가 터지는 느낌?

음악이 참 좋았는데, 크레딧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아쉬워요. 나중에 찾아봐야겠습니다.


- 창피해 : 벼, 별로....... [귀여워]도 취향은 아니었는데 김꽃비 나온대서 봤거든요. 그냥 별로............

gv 도중에 어떤 씬이 작위적이던데 무슨 의도였냐- 하는 질문이 나와서 좀 헉! 했어요. 제 눈엔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않아보여서요.

하지만 막상 제가 영화감독인데 저런 질문을 받는다면 좀 상처 받을 것 같았거든요. '작위적이어서 죄송합니다' 싶을 것 같고..

최민용,우승민 캐릭터도 좀 어정쩡하게 느껴지고.. 아, 근데 김효진 연기는 정말 좋았어요. 이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구나! 몰랐네! 싶었구요.

특히 후반부에 나오는 연기가 좋았답니다. 여교수로 나오는 배우는 목소리를 들으니 [프랑스 중위의 여자]에서 엄마 목소리로 나온 배우 같더군요.


- 루 : 자느라 못 봤어요 T_T 보신 분들 계신가요? 재밌나요?


- 하트비트 : 수입/배급도 뜨고 자막이 가로로 쏘아진 걸로 보아 국내개봉 할 듯 싶어요.
크레딧에 보니 스텝 부분의 이름 중에 루이스 가렐이 있던데 배우 루이스 가렐이 스텝으로 참여한 건지 궁금하네요.

엄청 좋진 않았어도 볼 만 했습니다.


- 증명서 : 압바스 영화는 처음 보는 건데요. (압바스라고 적는 이유는 풀네임을 못 외워서입니다 =ㅅ= 키아로스타미.. 맞나요? 긴가민가)

생각만큼 취향은 아니었는데, 이탈리아의 배경과 두 배우의 연기를 보는 건 재밌었어요. 마지막 장면도 좋았구요.

gv에서 감독이 한 말은 제일 좋았어요. 영화의 디테일을 꼬집어 '이걸 이렇게 해석하면 되나요?' 하고 묻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저도 한 생각이었거든요.

물론 저도 궁금한 적이 많았지만, 감독도 나랑 같은 생각이었을까? 하지만 그게 상영되는 시점에서 이미 관객 수 만큼의 해석이 나오게 되고

백 명의 관객이 본다면 백 개의 새로운 편집본, 새로운 영화가 존재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때 감독이 '이건 이런 뜻이야'하고 한정지어버리면

다른 해석의 여지가 사라질 거 같아서요. (감독의 말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 인용하진 못하지만 비슷한 말을 하셨던 걸로..)


세 가지 언어가 나오고, 감독과 줄리엣 비노쉬, 그리고 현지 스텝들은 다 어떻게 소통했을까 궁금했는데

딱히 언어적인 장벽은 없었다나봐요. 줄리엣 비노쉬는 정말 예뻤는데 차가운 도시 여자 느낌이 풀풀 났습니다. 웃을 때 인상은 참 상냥해보이는데

질문에 대한 답변이나 인삿말은 주절주절 상냥한 타입이라기보다 (제가 말하는 상냥한 대답의 이미지 - 슈퍼스타k의 엄정화) 쿨하고 심플하더군요 ㅎㅎ

허문영 평론가가 gv를 진행했고 객석에 신동일 감독, 최강희, 유형근(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도 와있었다는데! 다들 예매 전쟁에서 승리하셨군, 싶었습니다.

압바스 감독은 '상영관 불이 켜지고 나서 관객들이 너무 젊어서 놀랬다. 이렇게 어린 관객들이 내 영화를 이해(=아마 정서적인 공감 같은 게 아닐지)할 수 있나 싶고,

상영 중에 잠든 관객을 많이 봤는데 누구누구라고 밝히진 않겠어욧' 하고 농담을 해서 일동폭소...

나중에 질문에 대한 답변들을 하시다가 '이건 내가 묻고 싶은데, 이렇게 젊은 관객들이 많은 이유는 뭐냐? 영화관에 나이 많은 관객들이 오지 않기 때문인가?' 하고

물었는데 어떤 관객이 명쾌하게 답했죠. '인터넷 예매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그런 것 같다'라고 ㅎㅎㅎㅎ


- 오로라 : 런닝타임이 181분이라 좀 긴장하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중간에 나가는 분도 많았고 3시간인 줄 모르고 온 분들도 많으시더군요.)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았고.. 물론 이해 못할 면도 많지만 어떤 부분에선 주인공에게 은근히 공감도 가고, 배우가 그 역에 참 적합해보이더군요.

[라자레스쿠씨의 죽음]을 아직 보지 못했는데 그 영화도 보고싶어졌어요. 지금껏 루마니아 영화를 네 편인가 봤는데 네 편 다 어떤 분위기의 일관성 같은 게 있었지만

모두 다 괜찮았어요. 앞으로 루마니아 영화가 나오면 바로 체크할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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