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불꽃축제를 다녀왔습니다.
무거운 삼각대까지 메고 갔지만 유선릴리즈를 안챙겨가는 바람에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네요.
수백 컷을 날렸지만 죄다 이런 근본없는 사진만... ㅠㅠ
차라리 여친님께서 핸드폰으로 찍은 동영상이 훨씬 볼 게 많습니다. -_-
노키아 익뮤(N5800)로 찍은 영상
불꽃이란 게 워낙 확 터졌다가 몇 초만에 사그러들다보니 직접 볼때는 우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다가도
금방 뭘 봤나 싶은데 이렇게 동영상으로 다시 보니까 사람들 함성도 있어서 그때의 감흥이 다시 떠오릅니다.
사진을 제대로 찍었다면 그런 느낌이 더 강했을까요? 생각해보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사진, 특히 불꽃 사진 같은 경우는 장노출을 통해 실제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거든요.
눈으로 볼 때 이미 사라져버린 불꽃의 궤적이 저속 셔터로 찍은 이미지상에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됩니다.
보기엔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운 이미지가 직접 눈으로 본 이미지와는 차이가 있다는 얘기죠.
그런 측면에선 핸드폰으로 찍은 동영상이 더 실제에 가까운 이미지랄 수 있습니다.
불꽃축제 스케줄을 살펴봤더니 큼직한 축제는 이미 모두 끝났더군요.
다음엔 꼭 삼각대에 릴리즈 잘 챙겨서 그럴 듯한 사진 좀 건져야겠습니다. 너무 아쉽네요.
좀 다른 얘긴데 다 망쳐버린 수 백장의 불꽃 사진을 보며 역설적으로 디지털 카메라는
일반 대중들에게 사진에 대한 진입장벽을 허물어뜨린 엄청난 발명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름 시절엔 일반인이 한 번에 수백 컷 이상을 날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죠.
물론 많이 찍는다고 좋은 사진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디지털 시대엔 불꽃 사진과 같은
기술이 필요한 촬영을 누구나 손쉽게 시도해 볼 수 있으니까요.
다시 말해 사진을 예술로 본다면 누구나 예술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이런 경우가 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