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자간호대생 시절부터, 남자간호사로 살아오면서 어떻게  간호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되었냐고 제게 묻는 질문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난 주사기만 봐도 무섭던데, 그런 거 매일 하면서 살아야 하잖아요.'

네.
그렇죠. 주사기는 간호사의 일상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간과하시는 게 있지요.

훗.
제가 주사를 매일 맞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
주사를 놓는 사람입니다. 내 몸에 들어오지 않는 바늘은 제게 문제가 되지 않아욧!






2.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면서 밤에 가장 짜증났던 환자는...취객입니다! 
의식이 아예 없기도 하지만, 반쯤 정신이 나갔거나, 우에 우에 시끄러울 수도 있지요.
근데 환자가 그러는 이유를 단지 술이라고 성급하게 판단할 수는 없거든요. 단지 술에 취한 걸 수도 있지만, 혹시 아나요, 뇌출혈이나 기타 등등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환자 외향하고, 냄새나는 것 보고, 보호자 말 들어보면 대충 파악은 되지만, 그래도 만의 하나라도 조심해야 하는 것이 응급실 의료진의 태도 아니겠습니까.
기타 등등의 검사를 하면서 혈중 알콜 농도 검사도 물론 같이 나가는 거죠.

근데 술에 취한 사람들이 그런 검사나 치료에 협조적인 경우가...없다는 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소리지르고 발버둥치고, 침도 뱉고;; (아, 응급실 마지막 밤근무 때 취객 환자가 뱉은 침 눈에 맞고, 눈병 걸린 사람 여기 있습니다.)

흠흠.

흠.

이건 업계 비밀인데 여기서만 그런 환자들을 위한 처치 방법을 살짝 털어놔볼까요.


사실 술 깨는 약이라는 건 따로 없어요. 혈중 알콜 농도가 높은 것이 취한 거잖아요? 
그래서 정맥 주사로 수액..그러니까 따로 특별한 약이 아닌 생리식염수를 듬뿍 혈관을 통해 넣어주거든요.
충분히 수액 맞고 나면 보통보다 빠르게 혈중 알콜 농도도 떨어지니까 술도 금방 깨는 거죠.

근데 혈관에 수액을 보다 빠르고 많이 주입하려면 역시...굵은 바늘로 정맥주사를 찔러주는 게 효과적이겠죠.
생각해보세요. 가는 관보단, 굵은 관을 통해서 더 잘 들어갈 것 아닙니까.

네, 업계 비밀 공개하겠습니다. 물론 이건 항상 그런다는 건 아니지만, 응급상황이 아니고, 몇몇 경우에 한해서 이런 방법이 쓰인다는 거죠.
  • 가능한 굵은 바늘을
  • 가능한 신규 간호사를 통해
정맥 주사를 놓게 하는 거죠.

아, 신규 간호사가 정맥 주사에 자신이 없다고요? 네, 바로 그거죠. 바로 그겁니다...

뭐, 신규 간호사는 새로운 기술 습득의 기회가 찾아온거고..
만약 실패한다면, 그땐 뭐 다른 선배들이 나서서 해버리면 되죠 뭐.


넵. 갑자기 예전 응급실 시절이 기억이 나서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40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1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906
26 그녀에 대해 두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5] 뱅호란 2010.07.06 3429
25 李氏 "서울은 은어가 헤엄치는 도시…경제·환경 공존가능" [12] chobo 2010.08.23 2872
» 몇 가지 생각나는 주사기 관련 이야기 [7] 남자간호사 2010.10.17 2978
23 2010년 신인왕은 양의지, MVP는 이대호 확정적(진행중), 가르시아 퇴출 확정적! [9] chobo 2010.10.25 2308
22 [질문] I read it now 어플 말이죠. [9] 에센셜 2011.02.07 2817
21 만우절에 면접보고.......ㅠ [8] 아.도.나이 2011.04.02 3447
20 벚꽃의 계절 BRUTUS 2011.04.15 1252
19 (바낭)올해들어 가장 정신없었던 하루 [2] maxi 2011.05.27 1151
18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14] 은밀한 생 2011.08.23 2423
17 스크랩을 공유해 봅시다. [2] GO 2011.10.12 884
16 '소녀시대' 노래들에 대한 나의 반응을 시기별로... [4] S.S.S. 2011.10.19 2074
15 보수쪽에서 나꼼수 팟캐스트 중단을 애플사에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4] 라곱순 2011.11.06 4253
14 열일곱살 때의 기억 (숙직실, 공중전화) [12] 홍시 2012.06.12 2263
13 나는 너 때문에 울었다. [15] 닥호 2012.08.12 4619
12 19금 TV 조선 상황이 안좋은가 봅니다. [17] chobo 2012.08.29 5963
11 각시탈이 끝났네요..;; [3] 수지니야 2012.09.07 1608
10 안철수에 대한 생각, 문재인에 대한 생각 [7] soboo 2012.11.23 1736
9 국민일보 기자 "새누리=신천지당 주장은 사실" [5] skyworker 2012.12.13 3684
8 토론소감 '그래서 제가 대통령이 된다는 거잖아요' [7] ELMAC 2012.12.16 5158
7 출발 드림팀2와 심해 아이돌 닥호 2013.01.19 153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