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극영화를 8~90년대 작품 이후로 본 적이 없어요. [서극의 刀] 정도까지 봤나..? 그 이후 미쿡물 먹고 찍은 [더블팀]을 기점으로 서극과는 담을 쌓았었죠.

 

그런데 그 담이 오래되서인지 틈새로 [적인걸 : 측천무후]라는 영화 예고편을 접하게 되었어요. 감독이 서극이란 말에 주춤한건 사실.

 

하지만 '측천무후'와 '적인걸'의 관계를 굳이 역사에 우겨넣으면서까지 만들어낸 가상의 팩션이 꽤나 재밌어 보이더군요.

 

재밌는건 추리식 스토리에 끌렸으면서도 서극이 연출했다는 말에 그 스토리에 크게 기대하지 않은 것이 균형감 있게 수평을 이루었나 봐요.

 

분명 제가 끌린 소재는 추리인데 그것에 그렇게까지 기대하지 않게 되는 태도가 좀 아이러니 하죠.

 

그래서인지 영화는 기대감을 한껏 낮췄으면서도 굳이 극장을 찾아가는 형국이 되었....

 

 

유덕화가 연기하는 적인걸 따위 아무래도 좋았어요. 유가령의 여제따위도 마찬가지고요.

 

뉴페이스 배순검이나 정아도 영화를 보면서 눈에 들어온 케이스지, 그 이전에 정보는 전혀 없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 영화가 뻥을 쳐도 너무 남발성 뻥을 여기저기 잘도 터뜨리는겁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싶은 장면을 꼬집는건 입이 아플지경이죠.

 

하지만 재밌는건 이 때문이었어요! 저와 영화를 보러 갔던 지인들은 8~90년대 서극영화의 향수를 느끼고야 말았습니다!

 

그리운 무협영화 르네상스의 그 때. 이빙빙에게서 임청하의 눈초리를 찾고. 말도 안되는 무술씬들을 보면서 지구를 이고 끙끙거리는 그들의 모습이 어찌나 반갑던지.

 

그 세월을 무색케 하는 유덕화와 유가령은 감사할 지경이었어요. 배순검의 허여멀건 얼굴도 어찌나 귀여워보이던지. [절대쌍교]가 생각나서 아빠미소가 절로^-------------------^

 

영화초반부터 떡하니 등장하던 양가휘를 보는 순간에는 '아! 저 사람 살아있었구나' 싶더라고요.

 

아니 그동안 어디서들 무얼하다 이제사 돌아온겁니까, 싶은 감격스런 해후의 순간.

 

 

아쉽게도 CG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들이 무협영화 향수에 도취되어 있던 저를 현실세계로 자꾸 되돌려놓는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충분히 더 입체적이고 노련하게 짜맞출 수 있었을 시나리오조차 그냥 넘어가도 좋을만치 반가운 경험이었습니다.

 

검우강호는 어떤가요? [독고구검]만큼만 나와줬어도 저는 충분히 두 손 모아 고개를 조아리겠어요.

 

무협영화 흥해라. 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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