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쟁의 원리를 지지한다.
 
 

서울대 총학의 모토는 '경쟁의 원리를 넘어 연대의 원리로'이다. 너무나 아름답고 당연한 말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말이다. 오히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어떨까?
 
'연대의 원리를 넘어서 경쟁의 원리로'
 
언뜻 보면 때려 죽일 놈으로 몰릴 말이지만 현재의 한국 사회를 직시한다면 완전히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맞아 죽을 만큼 틀린 말은 아니다.
 
과연 한국 사회에서 경쟁이 되고 있는 분야가 있는가? 다시 묻는다면 한국 사회가 자본과 경쟁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가?
 
경쟁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한 극빈층의 자녀가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고위 공무원에까지 진급하려고 한다. 그는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공부 해서 고등고시를 통과했다. 여기까지는 경쟁의 원리이다. 그는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드디어 자신이 꿈꾸던 상류사회에 정당한 경쟁을 통해 진입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이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고등고시를 통과해 봐야 그 사람이 만약 호남출신이라면, 그리고 서울대 졸업장이 없다면, 여자라면, 장애인이라면, 그 사람은 아무리 노력하고 아무리 경쟁에서 이겨도 성공하지도, 계층 이동도 하지 못한다.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이 사람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통밥으로 묶어버리는 연대가 아니라 정정당당한 경쟁이다. 경쟁만 붙여주면 무슨 일이든 자신 있는데 학연, 지연으로 얽혀진 한국 사회의 봉건적 잔재 때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시 패스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고등고시는 그나마 한국사회에서 대학입시와 더불어 어느 정도 경쟁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대학가에 고시열풍이 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빽도 없고 돈도 없는 중산층 자녀가 계층이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고시 말고 또 뭐가 있는가? 입시 열병? 이것도 마찬가지이다. 인간 대접 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일류대학에 진학하는 것 뿐이다.
 
다른 곳은 애초에 경쟁이 되질 않는다. 밑에 연세대학교 송복 교수의 글이 인용되었던데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송복 교수가 경쟁의 원리를 지지하고 있다니.....
 
송복 교수가 누구던가? 그는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로 거의 야쿠자 의 두목처럼 행세한다. 연구 논문 한 편 쓰지 않고도 여기 저기 다니며 큰 소리 칠 수 있고(실제로 연대 사회학과 학생들에게 동아일보 입사시험 1차만 통과하면 자신의 힘으로 합격시켜 줄 수 있다고 장담하고 다녔다.) 과거 신한국당의 연구 프로젝트에 줄기차게 참여 할 수 있었다.
 
송복 교수 말대로 한국 사회가 경쟁 사회가 된다면 그 정도의 학식 갖고는 조교수 감도 안된다. 한국 사회에서 경쟁의 원리가 통하지 않고 지역 패거리, 학연 패거리의 집단주의의 원리가 통하기 때문에 송복 교수는 밥줄이라도 쥐고 있는 것이다. 미국 같았으면 수십년 전에 짤렸다.
 
김대중은 얼마전 부유층의 자녀라고 손에 물 한번 안묻히고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시장경제냐고 반문한 적이 있었다.
 
우리 사회에는 그야말로 머리 한번 안 굴리고도 잘 먹고 잘 사는 세력이 너무나 많다. 전혀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 한나라당
 
경상도에서 아무리 도덕적이고 똘똘한 애들이 뭉쳐서 당을 만들어도 한나라당을 이길 수는 없다. 노무현이 부산에서 허삼수같은 비리정치인에게 연패하는 것을 보라. 한나라당이 나라를 팔아먹어도 경상도 놈들은 한나라당 계속 찍을 것이다. Tk에서 김영삼 마스코트를 무너뜨리고 어쩌고 했지만 다 코미디다. 막상 김영삼과 김대중이 붙우면 김영삼 찍었을 것이다. 경쟁없이 영원히 부귀영화를 누리는 당이 한나라당이다.
 
2. 서울대
 
아무리 우수한 논문을 쓰고 세계에서 인정을 받아도 그 사람이 서울대 출신이 아니면 절대로 서울대 교수가 될 수 없다. 서울대의 자교 출신 교수 임용비율은 95%이다. 나머지 5%도 최소한 서울대에서 석사학위는 받은 사람이니 실질적으로는 서울대 출신이다. 그리고 서울대 교수직 하나만 따내면 이건 평생 철밥그릇이다. 놀고 먹어도 짤리지 않고 사회적 저명 인사로 활동할 수 있다. 그러니 지방대 교수들이  돈보따리 싸들고 서울대 교수 자리 얻을려고 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전혀 대학생활과 관계도 없는 수백개의 고교동문회 포스터가 학교를 뒤덮고 있고 최소한 이화여대 이상(?)의 학교와 조인트 동문을 맺어서 타학교의 접근을 불허한다. 이조 시대의 사대부끼리 사돈지간 맺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3. 고위 공직 사회
 
서울대 인맥, 고려대 인맥, 연세대 인맥은 물론 같은 서울대 내에서도 경기고 인맥, 서울고 인맥등 인맥 시장을 이루고 있다. 노무현이 판사 하다가 때려친 것도 상고 출신인 그가 설 자리는 공직에서 없었기 때문이다. 송복 교수가 아부와 로비도 경쟁이다라고 했나본데 오래간만에 옳은 소리 했다.
 
한국에서 아부와 로비를 해야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빽없이 출세하려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인맥만 잡고 있으면 뭣하러 아부하고 로비하는가? 그냥 동창회 몇 번 나가면 되는 것을. 더 우스운 것은 로비와 아부는 파렴치한 짓으로 여기면서 동문 선후배끼리 밀고 끌고 하는 것은 아름다운 선후배의 모습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참으로 개도 안웃을 일이다. 선후배끼리 밀고 끌고 할 때, 밀어줄 후배고 끌어줄 선배도 없는 사람은 피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렇듯 한국 사회는 경쟁이 통하지 않고, 그럼으로써 당연히 자본의 논리도 시장의 논리도 서지 않는 사회이다. 그러니 함부로 경쟁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말 뱉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나 경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흉인 서울대 학생이라면 더더욱 말을 조심해야 한다. 서울대인이 진정으로 혁명을 이루고 싶다면, 뭔가 큰 것을 하고 싶다면 학력차별 철폐를 위해 몸을 던져라. 그리고 그것은 수백개가 난무하는 고교 동문회를 없엠으로써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진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사회, 남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내가 쓰러지는 정글법칙이 통하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그것이 만약 공정한 경쟁이라면.
 
추가:
김대중이 대통령이 된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김대중은 한국 사회에서 절대로 성공하지 못할 조건을 4가지나 갖추고 있다.
 
1. 호남 출신
2. 고졸
3. 장애인
4. 빨갱이
 
김대중이 갖춘 좋은 조건은 단 하나. 남자라는 것. 아무리 조건이 열악해도 열심히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시장경제의 사전적 의미이다.
 
(1998년 07월 30일)
 
 
 
 
* * *
 
 
 
공정경쟁을 위한 2가지 방안
 

대학개혁을 하자고 하면 어차피 대학은 지배 이데올로기의 구현 수단이므로 현 체제 내에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언론 개혁을 하자고 하면 지배 이데올로기를 바꾸어 내지 못하면 어렵다고 한다. 서울대를 개혁하자고 하면 서울대 개혁만으로 교육개혁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지역차별을 해소하자고 하면 민중 권력 쟁취없이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프랑스나 스웨덴의 사민주의식 개혁이 어떠냐고 하면 이들 나라 역시 자본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므로 우리나라와 별 차이 없다고 한다. 대만의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가 어떠냐고 하면 그런 소국가적인 체제로는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한다.
 
대학생의 컨닝과 대리 리포트를 비판하면 어차피 대학수업은 지배이데올로기의 강요이므로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과다한 술소비를 비판하면 학생회 운영을 위한 전술이라 한다.
 
실업보험금 30조원을 무슨 수로 조달하냐고 물어보면 재벌 재산 환수하면 된다고 한다. 우리가 지고 있는 외채 1500억불을 어떻게 갚을 거냐고 물어보면 어차피 초국적 자본이 우리의 재산을 강탈해 간 것이므로 갚을 필요 없다고 한다.
 
 
위에 열거된 이야기들은 현재 대학인의 거대 사고증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긴박하게 필요한 것을 하자고 하면 어차피 지배 이데올로기 체재네에서는 어렵다고 하고 자신들이 꿈꾸는 유토피아 건설을 위한 재원조달은 재벌 재산 환수만으로 다 될 듯이 이야기 한다. 그럼 재벌이 존재하지 않는 다른 국가들은 모두 유토피아란 말인가?
 
공정경쟁에 대해 쓰기 전에 이렇게 장황하게 서론을 시작한 이유는 공정경쟁이라는 이데아를 상정해놓고 이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너무나 쉽게 결론을 지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또한 거대 사고증과 관계가 있다. 공정 경쟁이라는 것은 어차피 지배이데올로기이므로 그보다 더 위의 것을 추구하고 싶은 것이다. 이들은 스웨덴이나 프랑스식의 모델도 만족하지 못한다. 그보다 더 아름답고 완벽한 유토피아만을 꿈꾸고 있기 때문에 공정경쟁이라는 하찮게 보이는 일에는 신경도 쓰지 않 는다.
 
정말로 공정경쟁이라는 것은 지배이데올로기 속에서는 어차피 안되는 것일까? 참으로 이상하다. 자본주의는 값싸고 질좋은 물건이 많이 팔리고, 머리좋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체제이다. 나는 이것을 하자고 하는데 자본주의체제에서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도대체 뭘 해봤길래 불가능하다고 확신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 사회에서 이것을 시도해본 적이 있던가?
 
1. 상속제도의 선진국화
 
한국 사회는 자본의 논리보다는 지역, 학연, 가문등 집단 떼거리끼리 돌려가며 해먹는 봉건적 논리가 앞서는 사회이다. 그런데 70년대의 고도성장 때문인지 우리 사회가 선진 자본주의 사회라고 착각하는 진보세력들이 많다. 그러니 우리사회의 봉건적 병폐조차 자본주의의 병폐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상속문제이다.  우리의 상속세율은 최저 10%에서 최고 45%이다. 그렇지만 이 세율은 과세표준에 대한 것이므로 실제로 이것, 저것 공제하기 시작하면 평균 20%정도에 불과하다. 즉 한 사람이 5억원을 상속받는다면 1억원만 세금을 내고 4억원은 자신의 불로소득으로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금융실명제의 유보로 무기명 담보채권을 이용한다면 세금 한 푼도 안내고 상속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봉건제도이다. 땀 한 방울도 한 흘리고 재산을 상속받는 것은 자본주의의 논리가 아니다. 여기에는 애초에 경쟁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멜더스의 말처럼 행운의 제비뽑기, 즉 좋은 집안을 타고난 사람이 수십 발자국 앞 서 나가는 것이다.
 
그럼 왜 이를 내버려 두고 있는가? 상속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세율만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70%-80%로 올리자는 것이다. 이 정도만 올려줘도 경쟁을 막어버리고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부의 세습을 어느 정도 견제 할 수도 있고 국가의 재정 수입도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현재 금융소득세나  부가가치세는 함부로 올릴 수 없는 입장이지만 상속세야 상관없지 않은가? 이제껏 상속세 올렸다고 외국자본이 떠났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세상에는 못하는 것이 있고 안하는 것이 있다. 상속문제에 대해 정부뿐 아니라 진보세력 역시 이토록 소극적으로 대하는 이유는 못해서가 아니라 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정적인 이유는  이들 대부분이 엄청난 상속의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장관들의 재산 신고를 한번 살표보면 대부분이 10억 이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건 같이 평생 공직 생활만 한 사람도 수십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 공무원 월급이 그렇게 많던가? 그것뿐이 아니다. 국민승리21의 권영길 역시 20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 평생 노동운동을 하면서 어떻게 이러한 재산을 모았을까? 더 우수운 것은 사회주의 혁명을 지지한다는 김세균, 김진균, 오세철, 백낙청 교수등도 모두 수십억원의 재산(그것도 대개 부동산으로)을 갖고 있다.
 
이는 상속제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권영길이나 김세균같은 사람이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았을 리는 없고 단지 집안이 애초에 부자였기 때문에 그 재산을 상속받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들이 상속제도 개혁에 전면적으로 나설 수는 없는 것이다.  이들은 그래도 양심세력이 아니던가?
 
결국에 상속제도의 개혁은 부르주아적 진보 지식인이나 정부가 주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중산층이 모여 있는 대학(서울대 제외)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시민운동단체들이 주도하여야 한다. 상속제도 개혁을 외치는 곳은 시장경제의 원리를 실현하려는 경실련밖에 없다. 
 
현재의 학생운동이 정말 무엇을 해야할지 모른다면 상속제도 개혁에 나서라. 이는 빨갱이라고 욕먹을 일도 아니며 대부분의 중산층 이하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더 잘 사는 시장경제체제를 만들겠다는데 왜 빨갱이라 몰리겠는가? 그럼에도 김세균이나 오세철 교수와 함께 민중권력 쟁취라는 추상적 구호만을 외치니 답답할 뿐이다.
 
 
 2. 교육 공영화
 
<세계화의 덫>이후로 20:80 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시대나 20:80은 존재했었다. 심지어 공산주의 사회에도 20:80은 존재한다. 이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20:80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 것이며 또한 20에 든 사람이 80으로 가고, 80에 든 사람이 20으로 갈 수 있는 계층의 이동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앞서 말한 상속제도 개혁은 이 가능성을 크게 해줄 것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반드시 해줘야 할 것이 교육 공영화이다. 이제껏 우리 사회는 못 사는 사람은 돈이 없어 교육을 못 받고 교육을 못 받으니 더 못살고 그 자식들도 교육을 못받아 못살고....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어왔다. 이 악순환을 깨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 공영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런 의문이 들 수는 있을 것이다. 어차피 교육 공영화를 해봐야 있는 집 자식들이 윗쪽에 있을 것 아닌가? 상속은 단지 돈뿐이 아니라 좋은 두뇌와 문화적 환경까지 포함하니 있는 집 자식과 없는 집 자식이 경쟁을 해봐야 뻔할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시장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인 공정성이 확보되야 한다. 시장경제하면 으례 효율성을 생각하지만 공정성은 효율성보다 위에 존재한다. 공정성이 훼손된다면 그 시장경제체제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우리 경제가 지금 무너진 이유도 바로 정경 유착이 공정 경쟁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효율성만 따지자면 사법고시에 서울법대와 고대 법대만 보게 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다. 어차피 서울법대와 고대법대가 합격생의 70%정도를 배출하는데 다른 대학출신이나 고졸출신들 시간 낭비하지 않게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낳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 그렇게 하지 않는가? 그건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봐야 서울대 법대가 모조리 합격한다고 해도 여전히 타대생들에게 같은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단순한 효율성만을 추구할 때 이 사회는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단지 빨리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재벌에게 온갖 특혜를 주다가 온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었던 것처럼.
 
교육 공영화도 이와 똑같은 논리인 것이다. 어차피 머리 좋은놈이 1등한다고 해도 모든 사람에게 공부할 수 있는 똑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혹자는 이를 두고 지배이데올로기를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어차피 경쟁이 안되는데 마치 경쟁이 되고 있는 듯 착각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그 말도 일리는 있기는 하지만 이를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식의 사고방식 때문에 그나마 최소한의 기회균등조차 보장되지 못한 것이다. 한 쪽은 경쟁하지 않고도 잘 살기 때문에, 또 한 쪽은 어차피 공정경쟁은 지배계급의 사기극이기 때문에, 각각 공정경쟁과 기회균등을 등한시 하다보니까 한국과 같은 세계 최고의 차별국가, 집단 떼거리 국가가 탄생한 것이다.
 
그럼 공정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전제인 교육 공영화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가장 큰 문제는 재원마련이다. GNP 3만불 국가인 스웨덴이나 프랑스야 학비를 전액 국가에서 지원해주지만 우리의 경제력은 그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한 가지밖에 안나온다. 어차피 학생 전체의 학비를 면제해줄 수 없다면 학생수를 대폭 늘려서 학비를 지금의 반액정도로 떨어뜨리고, 장학금을 늘리는 것이다.
 
학생수를 늘린다면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프랑스나 독일같은 경우는 학생수를  거의 무제한으로 뽑는다. 대학에 가고 싶은 사람은 일정한 자격만 갖춘다면 누구나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프랑스의 파리대학이나 독일의 하이델베르그 대학이 학생수 때문에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서울대를 비롯한 지방국립대학은 프랑스의 파리대학처럼 제1대학, 제2대학 하는 식으로 전면 통폐합 하여 학생수를 지금의 2-3배 정도 늘린다면 누구나 학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교육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시행했을 경우 일어날 파급효과는 대단히 긍정적일 것이다. 단순히 교육기회의 확대뿐 아니라 서울대를 중심으로 뭉쳐져 있는 학연, 지연의 세습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고 대단히 열악해져 가는 지방 대학의 숨통을 터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왜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일까? 역시 간단한 문제이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계층의 대부분이 서울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관료 세력은 물론 진보적 지식인들 역시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어느 진보 지식인도 서울대 문제는 거론하지 않는다. 이 역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1960년대에 국공립 대학이 어떻게 통폐합되었는지 한번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에 앞서 가장 기득권을 누리고 있던 소로본 대학 출신과 재학생들이 이러한 대학개혁에 앞장을 섰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울대 출신 진보적 지식인이나 서울대 총학생회, 그리고 서울대 학생들은 다시 한번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냥 기득권 누리면서 잘 먹고 잘 살겠다면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지식인의 양심을 갖고 있다면 말로만 하는 사회주의 혁명을 외치지 말고, 되지도 않을 세계자본과의 싸움을 선언하지말고, 도움도 안되는 소련 공산당사를 공부하지 말고,  프랑스 대학개혁사를 공부한 뒤 국공립 통폐합 운동을 하여 교육의 기회균등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 30년전의 소르본 대학의 지식인들처럼.
 

3. 공정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내가 말한 공정 경쟁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완벽한 공정 경쟁도 아니다. 단지 근사치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 해보았을 뿐이다. 하지만 상속제도와 교육제도만 바꾸어주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 공정한 경쟁이 보장될 것만은 확실하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은 이미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가 유토피아는 아닐지라도 한국보다야 더 나은 사회가 아닌가?
 
어차피 안돼 어차피 안돼, 제발 그러지 좀 마라. 우리는 이제껏 공정성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고 살았다. 그러니 공정성을 위한 개혁은 전무했다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안돼도 프랑스만큼은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공정한 경쟁을 해봐야 어차피 있는 놈들이 또 이길 것은 옳은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가능성이다. 공정한 경쟁을 위한 노력을 한다면 없는 놈이 이길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 질 것이다. 80에 속한 사람이 20에 들어갈 가능성도 조금은 높아 질 것이다.
 
이 가능성을 우습게 보지 마라. 그 가능성, 그 공정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숭고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1998년 08월 11일)
 
 
 
 
 
 
 
ㄴ 변희재의 글(대부분은 배설)?이라고 말하는것중에 '유일하게' '그나마' '비교적' 동감하는 글중 하나네요..그이외엔 요즘?대부분 글이라고 끄적거린것들은..  나름 패기넘친
   서울대  미학과 재학시절인 대학생때 썼을법한  24.25에 쓴 이런 짤막한  글보다 훨씬 퇴화?한거 같아 안쓰러운.... 뭐 어차피 지금은 뭐하고 사는지도 모르는 그야말로
   듣보르잡이지만서도..(빅뉴스인가 하는싸이트 여기 아직도 제대로 운영이나 되고있나요?)
 
   음 12년전 98년 김대중대통령 취임했을때 쯤 글이고.. 지금은 안계신 그분 이야기도 이렇게 언급됐군요..흠..괜시리 더 보고싶은.. 
   (정치노선이 제가 지향하는 사회보단 오른쪽?이라 투표하진 않았지만..)
 
  더 부연설명하지만 1번 상속제도 2번 교육공영화..더 깊게 생각한거보다는 치기어리게 일단 주장하고 보자는 식의 느낌도 있는데 그래도 원론적으로는 동감할만한 내용이라
 생각되네요..1.2번 주장에 대한 합리적 대안 제시엔 보다  더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쀍년도 넘게 방치된  인터넷 즐겨찾기 목록 정리하다 우연히 이 오래된 글이 실린 모언론 링크가 즐겨찾기 되있길래 정리하던차에 그냥 올려봅니다..너무 갑자기툭
  뚱딴지 같은 글 퍼올린감이 있지만.. 제글이 뭐 다 갑자기툭던지는 식이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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