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는 과일이 아닙니다)

Enid님의 리퀘스트 무화과 갑니다.



무화과는 "꽃이 없는 과일" 이란 뜻입니다만 사실은 무과화 즉 "과일이 없는 꽃" 이라고 불러야 조금 더 정확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맛있게 먹는 무화과의 과실이 사실은 "꽃" 이거든요.  



어린 무화과.

얘네들은 syconium (은화과 隱花果) 라고 해서 과일처럼 보이는 껍질을 벗기면 그 안에 꽃이 피어있는 종족입니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과육이 사실은 꽃의 조직이고, 진짜 열매는 그 안에 들어있는 "씨" 처럼 보이는 것들입니다. 물론 여기서 "꽃" 이라는 것은 생식기관이라는 의미이고 "열매" 는 수태된 종자를 포함하는 조직이라는 의미이죠. 우리가 아주 즐겨먹는 잘 알려진 은화과 종은 무엇이 있을까요?  한번 맞춰 보세요.

--(c) Mayhem-chaos.net

무화과는 익으면서 늘어지죠.

--(c) Aaron's Bulb Farm

일본어로는 "이치지쿠" 라고 부르는데 한개씩 익기때문에 一熟 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만 한자로는 일본에서도 無花果 라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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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안의 모습이죠.



무화과 푸딩. 상당히 유명한 크리스마스 전용 요리올시다.



해고고 이건 또 무엇이냐... 무화과 살구 푸딩에다가 버터스카치 소스라... ^ ^

현재 우리가 즐겨 먹는 무화과는 대부분 품종개량에 의해 자체내 수정이 가능하지만 야생의 무화과중에는 암꽃과 수꽃이 따로 존재하는 종이 있습니다.  아니 껍질에 둘러싸여 있는데 어떻게 수정을 하지?  라고 당연히 의문이 들지요?  이 종을 수정해주는 것은 블라스토파가 Blastophaga 라는 전체 길이가 2mm 도 안되는 벌입니다.

--(c) Iziko Museums of Cape Town

이 벌은 암놈만 날개가 있는 정말 특이한 종인데, 암놈이 몇천마리중 열몇마리만 살아남는 가혹한 시련을 거쳐서 무화과에 도달해서 과일이 매달려있는 순에 난 1 밀리미터도 안되는 틈을 뚫고 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보통 날개도 더듬이도 다 뭉개지고 만다고 합니다. ㅜㅜ

--(c) Iziko Museums of Cape Town

그렇게 과일 안으로 들어가서 암놈 블라스토파가가 알을 낳고 곧 죽습니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무화과의 과육을 먹고 자라고, 암놈과 숫놈으로 자라납니다. 숫놈은 날개도 없고 거의 머리와 정낭만 달린 생식기계입니다. 이 숫놈이 암놈에 정충을 제공한 뒤에 죽을 힘을 다해 암놈을 위해 무화과 안에 굴을 뚫어 암놈이 무화과 바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주고 자기는 기력이 쇠진하여 죽어버립니다. 그러면 암놈 벌이 바깥세상으로 날아가면서 다시 다른 무화과를 찾지요.

이 사이클이 번복되면서 무화과의 꽃가루를 옮겨다 주는 것이지요.

새삼스럽게 자연의 섭리와 진화의 신비스런 힘에 압도되어 무릎을 꿇습니다. 우리 인간이 지구라는 무화과를 파먹는 벌보다도 못한 존재군요.  이제 우리의 보금자리이자 세계인 그 달콤한 과일을 우리 손으로 죽이고 있으니요.

그러면 엑박과일 안나오는 과일 신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