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야기 입니다. 제 얘기에요.

친한 친구였어요. 뭐 저는 혼자서 좋아했지만 어쨌든 공식적으로는 친한 친구였죠.
혼자서 가슴 앓이를 4년간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있는 용기 없는 용기 다 끌어내서
고백을 했죠. 고백이라곤 했지만 사실 내가 너를 좋아하니 사귀자 라는 의미 보다는 거절
당할때 당하더라도 내가 널 좋아한다는 말은 해야 속이 시원하겠어 란 뉘앙스가 더 강했었죠.
예, 전 어렸고, 연애쪽으론 많이 미숙했고, 결정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제로였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절 받아줬어요. 저의 어디를 보고 사귀겠다는 생각을 한건지는 지금도
미스테리에요. 전 당시 대학중퇴였고, 특별한 목표없이 대충 손에 잡히는 아무 일이나 하고 살고
있었으며, 부모님과의 관계는 최악이었죠, 그리고 전 미국에 그 사람은 한국에 살고 있었구요.
성질나면 주먹으로 유리창을 부숴대고, 브롱스의 스페니쉬 게토 부근에 살며, 그다지 밝지도
않아 보이는 미래를 가진 남자와 원거리 연애를 결정했던거죠 그 사람은. 어쨌든 우리는 사귀게
되었고, 그 결정은 제 삶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전 우선 하던일을 때려치고 서점으로 달려가 미국 고등학생들이 보는 수학책들을 잔뜩 샀어요.
집에 틀어밖혀서 풀기 시작했죠. 풀다가 지치면 뉴욕타임즈를 읽고 영작을 했어요. 두달후
시험을 쳤고, 뉴욕의 한 시립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핸드폰 판매를 하며 더듬더듬
길거리 영어를 겨우 배운 한국 녀석이 4년후에는 Cum Laude 를 받으며 졸업을 했죠. 미국
애들이 시험공부 하다가 모르는 걸 가르쳐 달라고 제게 올때면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고등학교때 인수분해도 못하던 제 머리를 몽둥이로 치며 '네놈 머리엔 똥밖에 없다' 던
수학 선생님이 계셨었는데 그 분한테 이 말을 해드리고 싶더라구요. "선생님 저 이제 인수분해
뿐만 아니라 미적분도 풀어요 그것도 영어로 설명해 가면서요. 심지어 부전공이 수학이랍니다
호호호."

그리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미국 이민의 역사에 대한 정치학 수업을 들을때 였는데 수업듣는
학생은 누구나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했어요. 엄청 겁먹었었죠.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하는거
싫어하는데 주제발표를, 그것도 영어로 해야한다니... 그래도 여친님과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은 했기 땀시... 발표할 주제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뽀대나는 파워 포인트를 만든후에
밤새워서 발표 내용을 통째로 외워 버렸어요. 예행 연습만 한 너댓번 했었던거 같아요.
연극 연습 하듯이요. 발표할때는 종이를 보거나 하지않고 학생들 눈을 보며 또박또박 얘기했지요.
그러니 두려움이 점점 사라지더군요. 심지어는 농담도 슬슬 섞기 시작하고 있었어요 :) 결과는?
A+ 를 받았습니다. 한번 그렇게 받고 나니 다음부터는 발표가 두렵지가 않더군요. 그 후론
졸업할 때 까지 어떤 프레젠테이션이든 항상 A+ 를 받게 되었습니다.

성격도 변하더군요. 사랑을 하게 되면서 성격이 온화해져 버렸어요. 욱하는게 없어지고,
가슴속에 응어리 져 있던 분노가 사그라들었죠. 그러니 인상도 변하더라구요. 사람들이 제
첫인상을 보곤 '착하게 생기셨네요'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점점 여자친구의 얼굴을 닮아가게
되더군요. 사람들이 우릴 보면 남매라고 생각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전 지금의 제 인상이 무척
좋습니다. 단지 최근엔 좀 과도한 음주와 하루종일 앉아 있는 근무 스타일로 인해 얼굴이 점점
커져가고 있어서 좀 걱정스럽긴 하지만요 = =;; 얼굴이 여친님의 두배 입니다... 살 좀 빼긴
해야 하는데...

해마다 여름이 되면 학기중에 알바로 모은돈으로 비행기 표를 사서 한국에 나갔습니다.
학비가 공짜인 데다가 책 값과 통학비가 지원이 되서 가능했던 일이긴 해요. 시립학교의 좋은
점이란 그런거였죠. 한국에 와선 여자친구와 이십여일 정도 데이트를 하고 다시 미국으로
들어갔죠. 일년에 한번씩 그렇게 만나기를 6년을 했어요. 견우직녀도 아닌 주제에.

둘 다 정상은 아니었던거 같아요. 서로의 뭐가 그렇게 좋았던건지. 아니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친듯이 사랑하기는 하는데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습니다. 전 그냥 그 사람의
모든것이 좋아요 라는 말 외에는.

어쨌든 그렇게 사귀기를 7년째. 몇 번의 고비도 있었지만, 우리 두 사람 올해 가을에 결혼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직 넘어야 할 장애도 많고, 두 사람 다 완전히 자리를 잡은 상태도
아니지만, 그래도 무조건 하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은 떨어져 있기도 싫고, 힘들때 일수록 서로
더 의지하며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에요. 대책없는 두 사람 이지만, 행복하게 살도록 박터지게
노력할겁니다.

그다지 많은 글을 올리거나 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듀게에 들락날락한 시간이 여친님과 사귄
시간들과 거의 맞먹고 (2001년 쯤엔가, 구 게시판이 있던 시절부터 거의 매일 들렸으니;;; ),
나름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에 축하를 받고 싶었습니다. 뭐 염장글 이라면 염장글이고
저를 아시는 분들은 이미 다들 아시는 내용들일 테지만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 축하해 주세요.
염장에 대한 업은 훗날 모두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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